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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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페이스북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지우지 않는 이유는, 내가 팔로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몇 개 있는데, 그 페이지들에는 대체적으로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이 올라오거나, 좋은 사료, 장난감 등 반려인들을 위한 좋은 정보가 자주 올라온다. 그래서 3살 된 '루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으로써 정보를 얻기 위해 페이스북을 지우지 않는다. 


좋은 정보를 얻는 만큼 희생되는 것들도 있다. 괜찮았던 나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이야기들 역시 올라오기 때문에 가끔 나의 행복이 희생될 때가 있다. 특히 나를 힘들게 하는 이야기들은 연휴 때만 되면 급격히 많아지는 유기동물 사진들과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지만 그것을 뚫고 보이는 학대의 증거들이 그렇다. 


세상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좋았던 기분이 와장창 깨지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인간의 잔인함의 산물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두 부류의 사람들 중에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할 의무는 이 땅에 사는 생물체 -- 적어도 지구로부터 물과 공기를 공급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면 --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 동물보다 우리를 더 많이 닮은 어떤 존재가 다른 생명체를 만났다. 그때 그가 먼저 몸을 숙이고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손을 내밀면서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인간으로서 일어서게 되었다.



이번 연휴에 나와 함께한 책,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은 내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사실 나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루나'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구름'이와 함께 산 시간까지 합치면 약 20년 (삶의 2/3)을 반려동물과 함께 자랐기에, 내 삶에 동물이 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고, 나의 삶에서 내려지는 크고 작은 결정들 역시 동물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가 다반사다. 


예를 들면 휴가철에는 무조건 pet-friendly 한 곳을 찾게 되는 것, 루나가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에 우리 집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것, 무언가를 먹을 때 루나가 주워 먹을 수 있으니 절대 흘리지 않을 것, 밤에 늦게 들어가면 루나가 짖기 때문에 12시 이전엔 집에 들어갈 것 (강제 통금)과 같은 선택 말이다. 


이처럼 내 삶에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들이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넘겼던 부분들이 분명 있다. 우리는 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지, 왜 그들에게 이름을 붙이려 하는지, 가족의 일부로 여기는지. 그리고 그들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나부터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잘 알아야 하는 이유마저도 심도 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인간이 아닌 생명과 함께 공존한 지 20년째에 이 책을 만나 위의 질문들을 내게 던졌고, 감사하게도 나는 특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내 사랑 황루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챕터별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과 인문학적인 접근법들이 있었는데, 너무 많이 공개를 하면 거대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 기억에 가장 남는 3가지 챕터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제1막. 이름 짓기 

이름 짓기는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행위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야기를 엮음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생물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 -- 구름과 루나 -- 는 전부 엄마가 지은 이름이다. 지금이야 '구름'이라는 이름이 많지만, 우리 구름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약 20년 전) 반려견 이름으로 구름은 흔치 않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데리고 다닐 때마다, 우리 강아지 이름이 구름이라고 하면 다들 특이하다고, 이름 참 예쁘게 잘 지었다고 한 마디씩 해주셨다.


구름으로 지은 이유는 하늘을 볼 때마다 늘 거기에 있는 것이 구름이기에,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강아지가 되라는 의미에서 구름으로 지었다. 그래서인지 구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도 '구름'이라는 단어는 우리 입에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름이를 추억하고 회상하는 시간을 더 자주 갖게 되었고, 구름이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째 '루나'는 한국어로 하면 '달'이다. 첫째가 구름이니까 '구름과 달' 하면 너무 예쁠 것 같아서 '루나'로 지었다. 한글 이름 '달'이라고는 못 지었다. 왜냐면 우리가 '황'씨라서 '황달'이 되기 때문에 예쁜 '황루나'로 지었다. 



내 마음속 영원히, 구름과 달. 
루나와 구름.




제2막. 보살핌 

사랑이 커져갈수록, 동물은 점점 동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동물을 보살필 때 마주하는 가장 큰 고민은 그들과 우리 사이의 어디쯤에 선을 그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2년 전에 구름이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가 생각난다. 구름 이는 신장이 안 좋아서 두 달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그때 우리 가족은 구름 이를 살려보려고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투병생활 마지막엔 아이가 물 한 모금도 못 넘겨서 집에서 매일매일 링거를 맞으며 버텼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우리 구름이가 원하는 것이 이렇게라도 삶을 유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고통스러우니 하루빨리 고통 없는 곳으로 가고자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말한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꼼짝없이 사람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사람처럼 암에도 걸리고,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지만 정작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반려동물의 생명 결정권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 갖고 있기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 위험이 존재한다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의 욕심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이는 그렇게 아파하는데, 우리는 구름이를 하루라도 더 보겠다고, 살려보겠다고 병원 응급실에도 여러 번 데려가고 집에서 링거도 맞추고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나는 할 만큼 했다' 라며 자기 위로를 건네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구름이를 지켜봤던 나, 동생, 엄마, 아빠는 구름 이의 죽음에 대해 다 다른 견해를 갖고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우리 네 명 다 동의한다. 


구름이와 함께한 16년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구름 이를 사랑했으며, 그 사실을 구름이가 그 누구보다 잘 알 거라는 것을. 우리가 구름이 와 함께한 시간 동안 행복했듯, 구름이 역시 행복했으리라.


내 첫사랑, 황 구름.


그걸로 충분하다. 

Actually, it's more than enough.





제3막. 상상하기.


동물은 그 자체로는 굉장히 무기력하다.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되면서, 나도 그렇게 되었다. 나 역시 무기력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나약한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내 인생에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워봤지만, 사람이 각각 다 다르듯, 동물들 역시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구름이 같은 경우 굉장히 순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고 치대는 것도 없었던, 무뚝뚝한 강아지였다. 반면, 우리 루나는 정말 개방정에 치대는 것 좋아하고 주인이 없으면 한없이 무기력하다가 주인만 오면 난리가 나는 댕댕이 of 댕댕이다. 

이 구역의 스티브 잡스. jpg

    

사람은 무서워 하지만 주인이라면 어쩔 줄을 몰라하는 우리 루나를 보면서, 흔히 말하는 'unconditional love' (조건 없는 사랑) 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에서는 어쩔 수 없이 give and take 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루나를 보고 있으면 정말 나는 해준 것이 없는데 -- 심지어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산책도 못 시켜주는데 -- 퇴근하고 들어오면 자다가도 달려 나오는 이 생물체를 보면서 어찌 기뻐하지 아니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무기력으로 똘똘 뭉친 삶을 살 수도 있었던 내게 와 활력이 되어준 구름과 루나. 

그리고 그들 역시 무기력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나와 함께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구름과 루나.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많이 없지만 그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너무나도 많고 크기에, 난 감히 그들을 "키웠다" 라거나 "길렀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난 그들과 함께 "자랐기에."




동물과 인간.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물체들인 만큼, 지구에서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처럼 살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책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황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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