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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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식하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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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 엘라 ; 디어 마이 그래비티 셀린 & 엘라
미바.조쉬 프리기 지음 / 우드파크픽처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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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들에 관해 얘기를 좀 해볼까. 정말 선한 눈을 가진 두 친구. 눈이 선하다고 마음이 행동이 선한 건 아니겠지만 그 둘은 꼭 그러하다. 그 둘을 보면 난 웃게 되고 마음을 열어 보이게 되고 착한 마음을 먹게 된다. 선한 마음이 전염되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그 둘처럼 정말 선해지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선한 내가 되어야지 하고 마음먹게 된다. 선한 사람이 어떻게 선한 세상을 만드는지 알겠다. 내가 선하게 살면 된다. 남을 바꾸려고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선을 내가 행하는 것. 그 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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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바와 조쉬를 만난 건 2016년 여름. <다시 봄 그리고 벤>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작은 벌(벤)을 살리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그림책 <...벤>은 여러 가지를 물들였다. 책방을 우선 따스하게 밝혔고 내 마음속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많은 이들이 책을 펼치고는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할아버지가 상처 입은 벌을 돌보는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심연을 가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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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 같은 동화를 얘기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을 볼 수 있었다. 미바와 조쉬. 둘은 동화 속 아주 선량한 주인공처럼 보였다. 벤에 배인 색깔처럼 연한 노란색과  살구빛 노을을 띈 얼굴로 그들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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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그리고 벤> 출간 후 나처럼 그 둘에게 반한 이들은 여럿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출판사 에디시옹장물랭 이하규 대표다. 하규님은 그 둘에게 접근하여 살살 꼬드겨 본격적으로 출판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아니 숟가락만 쥐여주었겠지. 둘은 이미 많은 것을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생산자이자 창작이자 예술가였으니까. 그리하여 미바와 조쉬는 우드파크픽처북스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벤 이후의 작품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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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방에서 수많은 책을 팔면서도 변함없이 미바 조쉬의 다음 책을 기다렸다. 일 년 정도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책을 받자마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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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파크픽처북스에서 나온 두 번째 책. <셀린&엘라;디어 마이 그래비티>. 이제서야 책에 대해 얘기를 한다. 하지만 책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미바와 조쉬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난 내가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해 말을 해야만 한다. 셀린과 엘라는 픽션이지만  어떤 점에서 이 이야기는 그들의 상처를 다르게 말한 그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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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은 10살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미국에서 사는 동양인 여자아이다. 셀린에게 끌리는 엘라는 귀가 들리지 않은 어머니를 두고 있다. 둘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보여주거나 위로를 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다만, 비밀스러운 편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각자가 쓴 한 장의 편지는 세 번 나뉘어서 그 내용을 전달하는데 그 편지의 내용을 셀린과 엘라는 알지 못한다. 같이 편지를 쓰고 봉인하는 경험만을 공유한다.

셀린&엘라는 그 자체로 한 권의 편지이다.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마지막 페이지에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미바와 조쉬의 편지가 적혀있다. 셀린과 엘라가 비밀리에 섬에 묻은 편지처럼 미바와 조쉬 둘의 가슴속 깊이 묻은 그들의 이야기.

"우리는 슬픔을 이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상처를 어른스럽게 다루는 법 역시 알지 못한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바라봐야 하는 일은 괴로웠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것들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 상처들이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없도록."

상처들이 더 이상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없도록. 편지의 맺음말이다. 몇 번이나 읽고 읽은 그들의 메시지.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모두 드러내서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품고 애쓰며 살고 있다는 것을 공유할 수는 있겠지. 부제인 '디어 마이 그래비티'를 기억하자. 나를 아프게 했고 여전히 아프게 하지만 중력이 되어 나를 그 자리에 나를 있게 해주는 것들.

나는 이 글에서 셀린&엘라에 대해서 1도 표현하지 못했다. 조쉬와 미바가 색감으로 전달한 감정과 섬세한 미장센, 책이 뽐낼 수 있는 물성으로의 가치. 그리고 이후북스에서 북토크를 할 예정인데 참가비를 기부하겠다는 책 너머의 사연들도. 그러니 내가 이 지면에 못한 얘기들은 이 책을 (부디) 읽을 당신들이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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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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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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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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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의의 마지막 팬클럽이나 그 이전의 지구영웅전설. 핑퐁이전에 나왔던 소설집 카스테라는 모두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사람들의 이야기이거나 중심이 될 수없는 사람들. 혹은 중심에 선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핑퐁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삼미슈퍼스타즈에선 매일 지기만 하는 삼미슈퍼스타즈란 야구팀이 마이너이고 그런 마이너를 지지하는 이들을 통해 승리중심 사회에서 반 승리를 지지했고 지구영웅전설에선 만화속에 등장하는 슈퍼맨같은 영웅들을 바라보는 화자를 통해 강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의 역겨움을 그렸다면 핑퐁에선 얼굴이 큰 모아이와  못처럼 매일 망치로 두드려 맞는 못.  따 이면서 매일 얻어맞고 사는 운명을 가진 중학생이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들은 사회에서 벗어난 약자들이다. 약자들을 몰아내는 사회의 인물들이다.

매일 맞고다니지만 그 둘은 그러나 반항따위는 하려들지 않는다. 반항하려는 힘이없어서는 아니다. 애시당초 그들에게 맞는 다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 그들에겐  남들과 다른 세계가 있다. 그것은 황량한 벌판에 놓인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면서 시작된다.

그 둘에게 탁구란 자신의 존재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이다. 탁구를 치면서도 그들은 괴롭힘을 당한다. 그들을 괴롭히는 인물들은 대상이 바뀌어도 그들에게 똑같은 폭행을 가한다.  모아이와 못은 맞는 것이 일상이 되긴 했지만, 그것 자체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을 진정한 마이너로 만든다.

그러나 둘은  탁구로  인류가 유지되느냐 마느냐의 한판승부를 벌인다. 이 승부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모든 중심임을 보여준다. 

세상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여서 중요한 것이 있고 중요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또 다른 세상에서는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 중요하게 되기도 하고 중요한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린 어느 곳에서나 마이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곳에서는 메이져일 것이다. 핑퐁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여기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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