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우리는 새를 정절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분자유전학의 발달로 새들의 숨겨져 있던 이야기가 드러났다. 암컷은 훌륭한 둥지를 갖고 있으며 매력적인 짝임을 알리는 모든 징후들을 뽐내는 수컷을 찾아다니며, 일단 교미를 하고나면 그녀는 다른 수컷에게로 눈을 돌린다. 새들의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 90퍼센트의 조류에서 암컷이 기르는 새끼의 일부가 그녀의 사회적인 짝이 아닌 다른 수컷의 새끼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새끼의 11퍼센트는 또 다른 수컷의 자식이다. 이 분야의 최고는 호주의 예쁜꼬마굴뚝새다. 예쁜꼬마굴뚝새 암컷이 품는 알의 95퍼센트는 동트기 전 근사한 수컷 새의 보금자리로 몰래 찾아가 하는 짝짓기의 결과다.
암컷은 짝짓기에서 두 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둥지를 짓고 함께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사회적인 짝을 선택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짝 이외의 다른 수컷과 교미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다.(생물학자들은 이것을 혼외정사라 부른다) 첫 번째 종류의 짝 선택으로 암컷은 새끼를 독립시키는데 필요한 자원이나 도움을 확보한다. 훌륭한 보금자리를 점유한 수컷들은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교미를 하고 가족을 꾸린다. 암컷은 훌륭한 유전자 조합을 가진 매력적인 수컷과 혼외정사를 할수도 있다. 같이 사는 수컷이 유전적으로 평균 이하인 것처럼 보이면 암컷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암컷이 혼외정사를 한다고 해도 자손 수가 더 늘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새끼는 혼외정사를 나눈 수컷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생존과 번식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즉, 암컷 새를 뛰어난 펀드 매니저처럼 혼외정사를 통해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인 새끼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컷도 그렇게 멍청하진 않다. 암컷이 산란 시기에 자리를 비우는 등의 바람을 피우는 낌새를 느낀 수컷은 새끼를 키우는 데 노력을 덜 쏟는다. 의심 많은 수컷은 암컷이 자기 새끼를 기르는 것도 방해한다. 어쨌든 엉뚱하게 다른 수컷의 새끼를 기르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진화적으로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일부일처제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데는 수컷도 일조한다. 다른 암컷과 혼외정사를 할 수 있는 수컷은 엄청난 적합도 보상을 누릴 수 있다.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를 키우는 노력 없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컷의 두 가지 형태의 짝 선택(함께지낼 사회적 짝과 혼외정사할 짝) 때문에, 수컷에게는 강한 성선택압이 작용한다. 대부분의 수컷 새는 우열을 가리기 위해 신체적 경쟁을 하는 대신에, 암컷 앞에서 자신의 양육 능력이나 유전적 우수성을 뽐내면서 암컷의 눈에 들기 위해 경쟁한다. 이것으로 수컷 새가 동물 중 겉모습이 가장 화려한 반면에 암컷은 수수한 모습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극락조 수컷의 화려한 꼬리깃, 금조류의 노래소리, 예쁜꼬마굴뚝새의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깃털 등은 모두 암컷이 가장 화려한 수컷을 교미의 대상으로 선택하여 나타난 강한 선택압에 의해 진화한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