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증거보다 체험담을 믿는가? "우리 이모가 좋대요!"
증거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돌팔이 의사도 자신의 치료가 효과가 있다며 `증거`를 보여준다. 때로는 그 증거라는 것이 치료에 만족한 이용자의 증언이나 개인적 체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거시기를 한번 해봤는데 많이 좋아졌어", 거시기는 효과가 있어. 틸리 이모가 그걸로 관절염이 싹 나았거든" 등등.
나는 동종요법을 비롯해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온갖 종류의 치료법을 이용하는 친구를 알고 있다. 친구에게 어떤 치료법을 시도해볼지 어떻게 결정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른 친구들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치료법 중에 위험해 보이지 않는 방법을 시도해 본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증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과학적 증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학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건 아니잖아." 여기에 대해서는 코미디언 `다라 오브리언`이 완벽한 대답을 내놓았다. "과학은 자기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과학이 할 일은 더 이상 없었겠죠. 하지만 과학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그 빠진 부분에 자기 맘에 드는 가공의 이야기를 아무것이나 갖다 붙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죠."
과학중심의학에서 말하는 `증거`와 대체의학이나 일반 대중이 말하는 `증거`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사용하는 용어만 같은 뿐 전혀 다른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우선, `대체의학`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의학, 그리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학이 존재할 뿐이다. 만약 기존의 의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법이 적절한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다면, 그 치료법은 주류의학의 임상으로 편입될 것이다. 그럼 이 치료법은 더 이상 `대체`의학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냥 `의학`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소위 대체의학이라는 것은 주류의학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의학이라 정의할 수 있다.
`대체의학`, `보완대체의학`, `통합의학` 등은 의미 있는 과학용어가 아니라, 돌팔이, 민간요법, 변두리의학 등 점잖지 못한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을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려고 만들어낸 일종의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이 용어에는 과학중심의학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것,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적절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치료법, 검증을 통해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음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 동종요법처럼 효과가 있을리 없는 비현실적인 치료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용어는 마치 이 치료법들이 과학중심의학과 동등한 정당성을 갖고 있는듯한 잘못된 인상을 부추긴다.
과학중심의학은 증거와 관련하여 하나의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정부기관에서 약품판매를 허가하기 전에 요구하는 증거가 바로 그런 종류의 증거다. 반면 보완대체의학을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관대한 기준을 들이댄다. 하지만 이 기준에 따라 제약에 대한 판매 승인이 내려진다면 보완대체의학 숭배자라 해도 과연 그 약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지 의심스럽다.
대체의학에 대한 증거라 말해지는 것들을 과학중심의학으로 평가해서 얻은 결론을 살펴보자.
- 침술은 과장된 위약효과에 불과하다.
- 동종요법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효과가 있을 수도 없다.
- 카이로프랙틱은 사실 사이비 진단법과 치료법으로 오염된 물리치료일 뿐이다.
- 에너지의학은 `양자`, `주파수` 등 과학적인 것처럼 들리는 단어로 포장된 허구의 의학이다.
- 자연요법은 질병의 예방에 특화된 치료법으로 여겨지지만, 예방은 모든 훌륭한 의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일 뿐이다. 자연요법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된 `자연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자연요법의 치료 중 환자에게 이로운 부분들은 특별할 것이 없고, 특별한 부분들은 환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 한약(herbal medicine)은 타당성이 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처방약도 절반은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한약 처방은 개별적인 검증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해야만 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가능성이 있음 직한 치료제 중 대다수가 검증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듯 과학에서는 증거가 결여되어 있다고 하는데 보완대체의학에서는 증거가 풍부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