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4장과 5장에서 우리는 성서의 일부 내용이 초기 바빌로니아 문헌과 겹친다는 것을 본 바 있다. 이를테면 바구니 속에 아기를 넣었다든가, 홍수가 일어나자 선택된 부부가 배를 만들고 짐승 한 쌍씩 태웠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하지만 히브리 성서에서 가장 난감한 점은 천지창조에 관해 두 가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사실이다. 창세기의 앞부분에서 신은 엿새 동안 세계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쉰다. 빛과 어둠, 하늘과 땅을 가르고, 해와 별을 빛나게 하고, 나무와 풀을 만들고, 새, 물고기, 뭍의 짐승들을 만든다. 또 자신의 형상을 취해 인간을 창조하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인간은 짐승들을 다스리고 과일과 풀을 먹도록 되어 있다. "최초로 창조된 인간은 채식주의자다." 하지만 창세기 후반에는 천지창조의 또 다른 설명이 나온다. 여기서 신은 인간을 흙으로 창조한다(흙은 히브리어로 `아다마`이므로 `아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때 창조된 인간은 남자였고 식물을 포함한 다른 모든 생물에 앞서 존재했다. 그가 혼자인 것을 본 신은 동물을 창조해 그에게 데려와서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해준다. 신은 남자의 갈빗대를 취해 여자를 창조한다. 그래서 여자의 이름은 `wo-man`, 즉 "남자에게서 나왔다(out of man)"는 뜻이다. 이 두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 학자들을 당혹케 했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17세기에 이사크 라 페레르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최초로 창조된 인간은 유대인이 아니었고 두번째로 창조된 인간이 아담의 종족이었다. 그렇게 보면 미심쩍은 점이 모두 해결된다. 예컨대 성서에 언급되지 않고 발견의 시대에 발견된 북극권이나 남북아메리카 같은 지역에 인간이 살았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1711년에 이르러서야 독일의 성직자인 H. B. 비터는 간단한 답을 내린다. 창세기의 천지창조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다른 시대에 썼다는 것이다. 고대 히브리인들이 약속의 땅에 도착하게 된 과정에서도 그런 차이가 드러난다. 한 가지 설명은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이집트로 갔고 나중에 모세의 영도 아래 황야를 거쳐 가나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른 설명에는 히브리인들이 동쪽에서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으며, 이집트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밖에 상충되는 이야기가 더 있지만 그 정도는 다른 종교에도 흔히 있는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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