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대는 당대의 보편적인 생산 시스템에 적합한 수련 모델을 낳기 마련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직전이자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요했던 중세에 최초의 도제 시스템이 출현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이러한 도제 모델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 되었지만, 거기에 담긴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자기 수련이라는 형태로 명맥을 이어갔다. 즉, 다윈이 생물학에서 그랬듯, 특정한 분야에서 스스로 자신을 단련하며 기술 및 지식을 쌓는 것이다. 이런 모델은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점차 강해지는 시대 분위기에 더 잘 맞았다. 오늘날 우리는 삶의 많은 영역을 컴퓨터가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상이 수련기라는 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레이엄 같은 컴퓨터광의 접근법을 통해 요즘 시대에 가장 유효한 수련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다음과 같다. 삶의 단계들에서 만나는 특정한 방향을 따라가면서, 당신이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 영역에 한해서 가급적 많은 기술을 익혀라. 컴퓨터광처럼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과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라.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르는 함정을 피하라. 당신이 가는 길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해도, 지금 입수 가능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라. 어떤 종류의 작업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또 어떤 요소를 최대한 피해야 하는지 파악하라.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거쳐라. 젊은 시절은 그렇게 보내야 하는 법이다. 당신은 풍부한 경험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수련기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다. 개인적 관심의 폭을 좁게 제한하지 마라.
한 가지에 전념하는 것이 두려워서 여러 곳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당신의 실력과 가능성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여러 곳으로 시선을 넓히라는 뜻이다. 특정한 시점이 되어 당신이 어느 한 가지에 정착할 준비가 되면, 그와 관련된 아이디어와 기회들은 당신 앞에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 이르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실력과 기술이 귀중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꼭 맞는 고유한 방식으로 그 기술들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가지에 정착하여 몇 년간 훨씬 더 기술을 쌓은 후, 적절한 때가 되었을 때 약간 방향을 수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젊은 나이에 한 가지 방향만 정해놓고 융통성 없이 그 길만 가다가 40대 무렵에 직업적으로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막다른 지경에 봉착하거나 권태에 삶을 잠식당하는 사람도 많다. 20대에 폭넓은 범위 안에서 수련기를 보내면 나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가능성과 조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