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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들, 우리는 과거에 서로 알지 못했어요. 지금도 서로 얼굴을 맞대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안다고 꼭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만난다고 해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중략) 단지 서로를 이해하고 느낀다면, 하늘 끝에 있어도 이웃이나 마찬가지죠!
이 말을 한 사람은 대만의 작가 싼마오다.
나는 이 책을 방에 혼자 남아, 같이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외로운 시간에 읽었다. 다 읽고 나자 여전히 방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싼마오가 한 말대로 나는 과거에 알지 못했고, 얼굴을 맞대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하늘 끝에 있는(싼마오는 안타깝게도 1991년에 타계했기 때문이다. 싼마오는 자신의 사후에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그 문장을 썼던 것일까?) 싼마오를 단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났지만, 나는 싼마오를 이해하고 느꼈으며, 그가 분명히 내 친구라고, 그리고 지금 살아서 한국에 있다면 평생에 반드시 한 번은 만나게 되었으리라고, 그리고 그 한번의 만남만으로도 지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싼마오에게서는 그 특유의 친근감이 팍팍 느껴진다. 내가 왜 싼마오에게 이런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싼마오는 기본적으로 대단히 명랑하고 쾌활하며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정말 많이 웃는다. 그리고 만일 그가 웃는다면 나는 그가 분명히 정말 즐거운 일이 있어서 웃고 있는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냉소하기 위해, 비웃기 위해, 혹은 가식을 차리기 위해 웃는 싼마오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가 운다면 나는 분명히 감성이 투명한 사람만이 진실하게 슬플 때 우는 그 울음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싼마오 역시 생각할 수 없다. 한마디로 누구나 사는 삶이 아닌 색다른 삶을 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과 문체에, 솔직함까지 더해지니 누가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누구라도 반드시 살면서 희미하게나마 느끼는 정처없음, 노마디즘nomadism, 떠돌고 싶어하는 방랑자적 감성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행할 용기가 없어 그냥 느끼기만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과감하게 표현하며, 그 점 역시 싼마오의 매력이다. 그 정처없음은 단순한 '허무함'이 아니다. 다른 땅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행복을 느끼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갈 따름이다. 사하라에 살러 간다는 말을 싼마오가 했을 때, 대부분의 지인들이 싼마오의 그 정처없는 성격을 '허무함'으로 여겼다. 그러나 싼마오에게 그것은 '허무함'의 표출이 아니었고, 다만 사하라에서 살며 다른 삶을 느끼고자 했을 뿐이었으며, 실제로 사하라에서 그녀는 다른 행복을 살아갔다. 심지어 그 삶이 대단히 거칠고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삶을 청채두부(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소박한 두부 요리)에 비유하며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 심지어 그는 만일 자신이 자살을 한다면, 그것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넓은 지구는 그에게 하나의 아메리칸 퀼트, 다채롭고 아름다운 여러 가지 천으로 이루어진 퀼트 이불이 되어주었고, 그는 그 퀼트무늬를 저승에까지 이어갈 만큼 떠돌아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만들어낸 퀼트 무늬를 보며 찬탄하고 스스로의 정처없음을 그의 글을 보며 승화시키게 된다. 또한 내가 느끼는 방랑자적 감성을 싼마오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일치는 하늘 끝을 넘나드는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의 예술적 감각과 유머감각 역시 이 쾌활하고 힘차면서도 감수성이 맺힌 책과 그 작가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서사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집'인 그의 집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묘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나는 그를 생각하면, 물결치는 꽃무늬가 아로새겨진 천으로 만든 통 큰 원피스 자락을 종아리까지 늘어뜨린 채 가죽끈으로 만든 사막 가죽신을 신고 사막의 모래 속으로 성큼성큼 터벅터벅 걷는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피스는 얼마나 개성있으면서도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낼만큼 기발하게 아름답고 실용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모든 면이 다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 그 차림으로 패션쇼에 깜짝 출연해 관중들에게 눈을 찡긋하며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멋지고 즐거운 사람인지.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도,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도, 즐겁고 엉뚱한 책, 혹은 즐겁고 엉뚱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모두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는 바다. 싼마오를 만나고 그와 친구가 되어 그와 함께 사하라위의 건조한 사막으로 산책을 나가 보기를. 쾌활함, 기발함, 방랑, 엉뚱함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