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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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셋셋> 은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은 별자리에 최초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작가, 출판사, 독자 세 존재의 만남을 셋set 한다는 의미에서 정해진 책이라고 한다. 가볍고 단숨에 읽을 수 있으나 깊게 머무르게 되는 소설 세 편, 시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동시대를 사는 이들을 대변하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 오늘을 사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가, 사회의 규범은 어떻게 우리를 옥죄어 한계로 치닫게 하는가,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는가. 

 

끝없이 높아져만 가는 담장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는 족쇄로, 아무렇지 않게 내 안에 똬리를 튼 족쇄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재채기로 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이 한동안 머물러 책이 주는 메시지를 곱씹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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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9
리처드 벨러미 지음, 황소희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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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벨라미의 <시민권> 은 시민권이란 무엇이며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사회 내 다방면의 힘이 시민권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면밀히 살핀다. 특히 도시 국가 형태의 초기 사회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민권 개념이 전환되었는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시민권을 설명하기 위해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등과 같은 다양한 이론과 함께 논의하면서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이에 따라 현대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의무/압박 사이 여러 복잡한 상효 작용을 이해하고자 한다. 더불어, 저자는 세계화를 비롯한 다문화주의 혹은 이주 등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와 결부하여 시민권을 재맥락화하고자 한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첫단추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고자 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여러 핵심 개념들을 한 권으로나마 간략하게 정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 수준의 눈높이에서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풀어나가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요긴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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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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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달은 인류사에서 고도의 추상화와 더불어 '개념' 의 존재를 등장시킨다. 더불어 그 개념은 키워드로 당대 시대 및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근대 용어의 탄생> 이라는 책은 근대를 설명하는 여러 개념 가운데 핵심 키워드 십여 개를 선별하여 각 개념에 관한 역사적 맥락과 어원, 논쟁점 등을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 윤리 선생님께서 "너희가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쓰고 있는 개념 어휘들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느냐" 고 되물으셨던 게 기억났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 하나 어떤 특정인이 만들었다고 콕 짚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수한 삶의 순간에서 공통된 일반 원칙을 뽑아내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개념' 을 만들어낸 분들에 감사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따금 사전처럼 들추어 보며 곱씹을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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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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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은 근대성의 이정표로서 자리매김한다. 세계를 향한 근대적 자아의 호기심에서 발로 된 지적, 문화·예술적 혁명이 일어나던 도시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인물은 구스타프 클림트일 것이다. 클림트는 당대의 상징적 인물로,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변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삶의 본질을 포착했다. 이 책은 클림트의 작품을 19세기 근대 국가 빈이라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맥락에서 탐구하며, 그의 예술이 모더니즘을 어떻게 반영하고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클림트가 만들어 낸 예술과 의학이라는 두 분야의 접점을 포착해 나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근대성의 용광로나 마찬가지였던 19세기 빈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원과 도시의 유명한 작곡가 및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아 예술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로 특징지어졌던 시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등장과 함께 복잡한 도시 역학을 더욱 부각했고, 그 속에서 변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술 장르 속 새로운 근대성 표현의 물결은 넘쳐흐르게 된다.

 

클림트의 작품은 당시 빈을 휩쓸고 있던 근대정신을 반영한다. 전통 학문적 훈련은 물론이고 빈 분리파의 흐름에 참여했던 클림트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주제에 집중했다. 상징적 이미지, 관능적 형태, 금박과 같은 혁신적 기법의 사용, 에로티시즘, 여성 형태, 생명의 순환과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은 도시와 예술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그 속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특히 클림트는 과학 발전에 따른 의학 발전이 어떻게 당대 사회문화 및 예술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의학적 면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클림트와 그의 작품을 분석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며, 더 나아가 역설적으로 세계란 무엇이고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반문한다. 구스타프 클림프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격동하는 변화의 시간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주어진 삶을 위해 걸어 나가며 세상에 내보일 찬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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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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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아메드는 "페미니스트 킬조이Feminist Killjoy" 라는 개념을 소개함과 더불어 사회 내 '행복의 개념' 과 '여성의 역할' 에 대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책은 무엇이 행복인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여성이 항상 행복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통념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분위기를 깨지 말라는 암묵적 압박 속에서 작용하는 불편함을 과감히 지적하고, 기꺼이 불편한 존재가 되기를 자처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를 단호히 거부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일상생활 속 사소해 보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성차별 행위를 지적한다. 특히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간주되어 감사도 받지 못하는 일을 남성이 하고 칭찬을 받을 때 등을 짚는다. 그들은 더불어 여성의 삶의 방식은 어떠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생각과도 맞서 싸운다. 여성은 종종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더 돌봐야 한다고 기대받고 종용당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결혼과 육아만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아님을 지적하며, 여성 개인의 경력이나 목표에 집중하는 행동 등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직장이나 학교 등의 공적 영역에서 여성의 가시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 리더가 충분한가,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차이는 어떠한가와 같은 주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그들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를 위해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담론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현대인들을 둘러싼 대중문화 및 매체로도 뻗어간다. 특히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여성의 돈을 노리고 페미니즘 메시지를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지만, 실제로 성별 불평등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회사들을 비판한다. 또한, 그들은 영화·책·TV 쇼 등을 면밀히 살펴 구시대적 고정관념을 보여주거나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한다. 예컨대, 영화 속 여성의 가시화 문제, 성비, 여성의 역할 등에 대해 비판한다.


사라 아메드의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반문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데 중요하다. 불공정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함으로써 페미니스트 킬조이는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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