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하루 - 다정하게 스며들고 번지는 것에 대하여
강건모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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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모 작가의 <무탈한 하루> 는 저자가 제주도에서 일상을 보내며,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자각하기 위해 때론 과거를 반추하고 때론 미래를 염려하며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일상을 그린 산문집이다.

 

오늘도 내일도 무탈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재밌게도 우리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고요하고 무탈한 하루는 타인의 다정함에서 비롯된 결과로부터 이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더불어 나 또한 다정한 인간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삶에 대한 내 인생의 무게추를 잘 조율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읽는 내내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워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타인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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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카페 싱긋나이트노블
구광렬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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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렬 작가의 <자살카페> 는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자 함께 모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살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게 만드는 제반 환경적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취업, 학업, 왕따, 상실, 보이스피싱, 성소수자 문제 등 주류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성원권 투쟁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찍히는 패배자라는 낙인. 그 낙인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살아생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죽는 순간에서나마 함께 할 이들과 자신들만의 공동체인 '카페' 를 꾸리고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이들의 죽음을 과연 이들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 그들이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끼게 만든 요인은 무엇인지 묻는다. 왜 그들의 삶은 "어차피와 차라리의 중간쯤"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무언가에 불과해질 뿐인지.

 

살고자 아등바등 몸부림치지만, 찾는 이 없는 유실물과 같은 삶. 어쩌면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만드는 건 카메라 렌즈와 같은 서늘한 눈이 아닌 오늘 하루 어떠했는지 들여다보고 물어봐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본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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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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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왕의 암행총관, 곽곽선생. 왕의 사냥개를 자처하며 전국 각지를 돌며 왕의 명을 받들어 왕의 이름으로 불온한 자들의 처벌을 대행한다.

 

조선과 비슷해 보이나 비슷하지 않은, 어느 가상의 공간을 다룬 이 작품은 현실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했을 법한 갈등과 아이러니를 그리며 전개되어 나간다. 세습되는 신분제와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주는 종교. 평범한 이들이 높이는 각자의 목소리에서 타오르는 열망과 바람은 결코 순수하고 아름답지만은 않고, 때론 비정하게 때론 계략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돌진한다.

 

작품은 결코 낙관적인 세계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왕의 사냥개는 무엇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가. 왕의 사냥개를 자처하면서도 지배층과 그들의 우두머리에 서 있는 왕이 만들어낸 세계에 한껏 조소를 내비치는 곽곽선생. 어쩌면 그의 칼춤은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내밀한 욕망이 폭력성으로 발현된 것은 아닐까. 어떤 세상을 위한 칼춤인지, 그 칼춤이 옳은지 그른지는 읽는 자의 몫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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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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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딘 스트로슨 변호사의 혐오HATE 는 '표현의 자유' 국가 미국에서의 혐오표현에 관한 논의와 혐오표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만이 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혐오표현금지를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으며, 그보다는 혐오를 뒤덮는 더 많은 긍정의 목소리를 낼 것을 주장한다. 사실 이는 저자뿐만 아니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같은 인물들 또한 언급해 왔던 바로,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혐오에 대한 '억압' 이 아닌 편견과 혐오에 대항하여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높인 목소리요, 그들이 필요할 때 입을 다문 침묵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자는 혐오표현금지법의 모호함과 광범위함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혐오표현을 배설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꼭 필요한 순간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난 혐오표현과 관련해서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법의 경계를 어디까지 그을 것인가에 대한 모호함에 대해 저자와 의견을 같이 하게 되었다. 네가 말하는 꼴은 보기 싫지만 네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어느 유명 어구처럼 차라리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혐오를 덮고자 하는, 저자가 제안하는 '대항표현' 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게 맞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혐오자들의 목소리보다 내 사랑이 더 커, 내 사랑이 이겨" 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들이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혐오표현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쉽사리 단정 지어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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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12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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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가운데 하마수의 행보를 두고 "문명과 야만" 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 대두되고 있다. 무엇이 야만이고 무엇이 문명인가. 그 경계를 설정하는 이는 누구이며, 경계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구성되어 왔는가. 이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호에서는 문명과 야만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이며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지적하며, 세계 각국에서 발생 중인 정체성 투쟁으로 인한 극우화를 조명한다. 더불어 문명이 자행한 '문명화된' 학살 이면의 양면성과 잔혹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각국의 부르주아들은 마치 동맹이라도 맺듯 비슷한 위치를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 내 지배자로서의 동일한 위치를 가지고, 선동적 미디어를 소유한 이들은 앞다투어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실제로 그 동맹의 정점에 이스라엘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언급되는 여러 혼란 속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다룬 꼭지가 흥미로웠다. 나와 다른 이들을 야만으로 낙인찍고 그들을 짓밟고 학살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과연 사유하지 않는 이들이 가진 절대악의 단면인가? 해당 꼭지를 쓴 저자는 외면과 보상으로 말미암은 평범한 사람들의 '깊은 사유' 가 전체주의적 악행의 원동력이었음을 지적하며,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개념에 대한 보충을 제안한다. 2차 대전 당시 학살 피해의 당사자들이었던 유대인들은 이제 아이히만의 위치에서 가자 폭격의 장면을 '극장' 처럼 전유한다. 마치 현실의 고통이 아닌 극장의 재현인양 감상하면서.

 

현시대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를 통해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대한 허구를 논하는 글을 읽고 싶다면, 이번 호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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