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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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이해하고 노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는 여전히 노인을 타자화하고 노인 혐오를 정당화하기 급급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45년간 노인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 왔다는 사토 신이치의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노인, 어르신, 시니어라는 호칭을 넘어 "고령자 씨" 라는 호칭을 제안한다. 노인이라는 범주가 단순히 나이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여러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임을 존중하는 의미의 호칭이다. 이어, 현실에서 왜 고령자 씨들이 오해를 받는지 그들의 진심은 무엇인지를 백여 가지가 넘는 키워드를 통해 보듬고 설명하고 대변한다.


여러 통계 자료 및 사례 연구, 그리고 전문가 의견을 통해 풍부한 근거를 드는 책은 고령자 씨들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미래의 우리를 이해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인식 차원에서든 정책 차원에서든 고령자 씨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아직은 요원한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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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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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은 자본주의와 성별 불평등 간의 복잡한 관계와 그 상호작용을 학문적·사회적 논의로 풀어내는 책이다. 본 서는 자본주의가 젠더라는 규범을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역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말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이 필요함을 일갈한다.


저자는 주로 여성에게 감정 노동과 가사 노동을 할당하는 성별 분업이 불공정한 부와 권력 분배의 기반이 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성별 분업이 단순히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규범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가 기능하기 위한 구성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가정 내 여성의 가사 돌봄 노동은 비가시화된 채 무급으로 상정되며 ‘실제’ 노동시장으로의 여성의 진출과 시간을 앗아간다. 설령 가사 돌봄 노동이 임금으로 환산된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낮게 치부되며,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가족 단위의 상속과 이혼 소송 과정이 어떻게 딸과 아내에게 불리한 위치를 제공하고 재산 기여도를 낮게 측정하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지적한다.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어떻게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체제에서부터 불공정의 싹이 뿌리내려 전체 사회 내 여성들을 옭아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렇게 마련된 법적 체계가 전체 사회를 지배하는지로 논의는 차근히 확장된다.


책은 이것이 한 국가 내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 양상에서도 보이듯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러한 억압은 비단 성별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인종과 계급을 비롯한 여러 정체성들이 복합적으로 교차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예컨대 북미 지역 내 유색 인종 여성들은 ‘백인’ ‘남성’ 과의 임금 격차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 마지막 장의 제목은 "모든 사람의 노예는 프롤레타리아의 전처" 인데,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근본적인 상상력과 구조 개편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아르테에서 출간되었음을 보았을 때부터 흥미가 일어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읽을 기회가 되어 찬찬히 따라가면서 이해하고자 애썼던 것 같다. 갸웃했던 점도 많았지만 저자의 축적된 질적·양적 연구로 인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비가시화된 무급 가사 돌봄 노동을 가시화하여 인정하고 평가하며, 더욱더 공평한 재분배가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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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1
피터 마셜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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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마샬Peter Marshall 의 <종교 개혁>은 유럽사에서 종교·문화·정치적 대파장을 일으킨 종교 개혁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포괄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종교 개혁이라는 복수의 사건들이 시작되는 발단, 성장, 그리고 그 영향까지를 명확하고 통찰력 있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중세 후기 로마 가톨릭의 지배 하에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부터 종교적인 삶을 살았으나 그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온갖 부정부패를 (중세 후기의 부패는 이전보다 '덜' 했다고 한다!) 비롯한 면죄부 판매, 성직자들의 사치스러운 삶에 대한 개혁의 요구가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이에 마르틴 루터와 존 칼뱅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에 의해 로마 가톨릭이 제공하는 신학적 근본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저자는 루터를 일례로 세수를 거둬들일 세속적 지배 권력의 약화 및 신실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가진 개혁에 대한 열망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의 영향력을 설명한다. 더불어 인쇄술의 발달이 어떻게 개신교 사상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까지 설명을 덧붙인다. 책의 시사점은 종교 전쟁, 이단자에 대한 박해를 비롯한 여러 혼란과 폭력적인 측면 또한 다루며 확장되나, 무엇보다 강조되는 바는 종교 개혁이 결코 단수의 결과물이 아닌 복수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다수의 열망이 시대적 조건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여는 초석이 되었으니 어찌 대사건이 아니겠는가.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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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전쟁 1939-1945 - 편지와 일기에 담긴 2차대전, 전쟁범죄와 폭격, 그리고 내면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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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스타가르트의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는 2차 대전 시기를 살았던 독일인에 대한 기록, 2차 대전에 대한 독일인의 기억, 그리고 그로부터 알 수 있는 그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실 수많은 편지와 회고와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향연이나 마찬가지라 하나의 공통분모로 엮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가이드를 잘 잡아주시고 본편에서도 몰입감 있고 일관성 있게 문헌들이 수록되어 있어 두꺼울지언정 어렵지 않게 읽었던 것 같다.


19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세기말 전환기. 독일은 새로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질서' 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영국에서 전파된 산업자본주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여러 문제를 낳았고, 특히 제국주의 열강들이 등장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독일은 먼저 제국주의 선봉장에 섰던 국가들, 특히 영국에 대한 질투와 애증을 드러냄과 동시에 당대 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팽배해졌던 우생학을 이용해 동유럽권을 비롯한 러시아에 대한 우월의식 및 지배의식을 고취시켰다. 그들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연관시켜 자신들이 2차 대전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조건화시키고, 양차 대전에서 어떻게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피해자' 가 되었는지를 설파하는 논리를 펼친다.

그들은 "전쟁에 비판적이었으나 동시에 전쟁을 정당화" 했고,
그들은 "나치를 혐오하였으나 독일의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 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당대를 지배하는 '정상성' 이 되어 홀로코스트라는 절대악을 정당화하는 기반이 된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피해자의 기억서사는 어느새 독일인의 기억서사로 둔갑하고, 독일인의 기억 속에 이미 독일인은 전쟁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흔히들 독일이라 하면 반성하는 양심 국가로 알려져 있고 나 또한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그 모든 것이 독일인이 내보인 '자기기만' 의 가면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반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도 동유럽권을 노예화하는 것, 그 과정에서 눈엣가시와도 다름없던 유대인을 '청소' 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에 소름 끼쳤다. 몰랐던 것들이 많았기에 탄식하며 읽어나가는 순간들. 기록과 기억의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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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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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은 지금, 여기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왜 다시 자본론이 필요한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본론을 읽어보지 않은 초심자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친절하고 쉬운 설명으로 쓰인 이 책은 코로나 시대 이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와닿을 법한 일상과 밀접한 예시를 풍부하게 들어 이해를 돕는다.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은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선택 속에서 갈등한다. 고통스럽지만 진실을 담보하는 빨간 약, 표면상의 질서 속에서 안온한 현재를 의미하는 파란 약. 주인공 네오는 기꺼이 빨간 약을 택하고, 그 뒤 그의 삶은 전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열린다. 그러나 네오가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선택 이전에, 빨간 약의 존재조차 몰랐다면? 이 책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에서도 빨간 약과 유사한 '빨간 글씨' 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농담 속에서 빨간 글씨는 현실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렌즈가 된다. 그러나 그 렌즈가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게 된다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틀 하나를 잃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책은 모든 것이 울타리 치기와 함께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 속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던 인간은 잉여생산물의 등장과 함께 강자의 논리에 따른 울타리 치기를 시작한다. 자본주의와 함께 가속화된 울타리 치기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더 철저하고 은밀하게 개인의 삶 속에 파고들고, 효율적인 '분업' 시스템은 개인을 기계의 부품과 다름없는 존재로 전락시킨다. 기업 정신을 위시한 자본가의 마인드를 내재화한 개인은 자유롭다 착각하며 더욱더 자본에 자신의 몸을 묶기에 이르고, 결국 피로사회의 굴레로 자신을 내던지고 만다.


피로사회를 비롯한 한병철 교수님의 저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주제가 배경지식이 되어 어렵지 않게 읽었던 것 같다. 다만 자본론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없었는데 입문의 물꼬를 튼 것 같아 만족스럽고, 특히 분업이 왜 인간소외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단계적인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좋았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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