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크M Critique M 2023 Vol.7 - 몸몸몸, 자본주의의 오래된 신화
김정은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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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내 몸' 인 게 맞을까? 이번 <크리티크M> 은 인간 신체를 둘러싼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짚는다. 더불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오래된 '신화' 를 넘어서 실제 지금 현재의 내가 내 몸과 어떻게 교류하며 살아나갈 것인가를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바디프로필을 비롯하여 '보이는 몸' 을 만들기 위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상적 몸으로 우리 몸에 투영하는 몸은 어디에서 비롯된 상일까? 인류 문화는 몸의 신화화와 함께 발달해 왔다. 특히 미술을 비롯한 시각문화는 여성의 몸을 집요하게 관음증적으로 관찰하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논하고 정의하며 재현해 왔고, 자연스레 사회는 코르셋을 착용하고서라도 "아름다워져야 한다" 라는 당위를 생성해 왔다.


그런데 누구의 기준에서 아름다워져야 하는 것이고, 그 기준을 정하는 주체는 누구란 말인가? 그 주체는 몸을 대상화하고 관음 하는 주체가 아닌가. 신체 주인의 욕구가 아닌 시각 주체의 욕구에 따라 관음의 대상이 되기도, 단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몸.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오랜 기간 관음당한 대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단죄하고자 하고, 관음 한 주체에 대한 처벌은 오랜 기간 부재해 왔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더해서, 자본주의와 SNS의 발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코르셋 감옥에 가두게 만든다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SNS가 주는 자기 노출에 대한 강박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피트니스 및 필라테스 센터로 발을 향하게 만들지 않나. "자기만족이라는 내부 동기가 사실상 수많은 타인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만들어 낸 통제" 라는 통찰.


중반부 신체와 관련된 흥미로운 영화 리뷰들도 많다. 특히 올해 <더 웨일> 을 재밌게 봤었기에 영화의 원전이나 다름없는 고전 <모비 딕> 과의 교차 언급과 해석이 흥미로웠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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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꿈의 바다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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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어머니 곁에 세 남매가 모인다. 당사자인 어머니의 의사와 반하여 남매는 자신들의 욕심에 따라 어머니의 삶을 계속해서 연명시킨다. 가장 소중한 이의 절규에도 자신들의 욕심이 먼저인 세 남매.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끝없이 늘어나는 삶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자신의 손가락 하나와 무릎이 없어져가는 중에도 지금 당장의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갸웃하고만 마는 이들. 그들은 어머니를 위해 모였다고 하나 사실상 자기 자신밖에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 모습은 작은 스마트폰 창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강조된다. 최악의 산불로 인해 외부의 온 세상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도 손바닥 크기의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크롤만 이어나갈 뿐이다.

 

첫 장에서의 '그녀의 손.' 그 손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 존엄한 삶과 죽음을 원하는 어머니의 삶을 한없이 이어나가게 만든 무자비한 손, 들끓는 불의 바닷속에서도 무심하게 자신의 스마트폰 세상만 유랑하는 손. 그 손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화면 위에서 떼어내 지금 바로 곁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내뻗었다면 슬픔과 고통은 덜하지 않았을까.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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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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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열 편의 인권영화에 관한 책. 청년, 학교, K팝, 노인, 엘리트체육, 장애인, 고독사, 군대 등 사회 내 갈등과 균열의 원인이라고 일컫어지는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고, 이들이 문제로 치부되게끔 만드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자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상적이었던 장, "왜 '장애인 흉내' 를 내는 것에 박수치는가." 몇 년 전 좋아하는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였는데 당시 영국 현지 가디언지에서는 "우리는 '흑인 흉내' 를 내는 배우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왜 '장애인 흉내' 를 내는 것에는 박수 치는가?" 라는 비판적 논조의 칼럼이 실렸었다고 한다. (나중에 이 분의 칼럼을 찾아 읽고 싶어서 '프란시스 라이언' 이라는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

 

"[...] 그들은 진짜 그 (소수자적) 특성을 가진 이들로부터 직업을 빼앗아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산업에서 이들 집단이 과소대표 되는 현실을 영속화한다. [...] 대중문화는 장애를 실제 사람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여기기보다는 하나의 은유로 받아들이는 데에 관심이 있다."


"장애를 뛰어넘어, 장애에도 불구하고" 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는 대중문화는 갖가지 이유로 너무나 손쉽게 사회 속 장애인이 위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워버린다. 제작 과정이 수월하고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비장애인 배우의 연기력을 뽐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동정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진짜' 현실이 아닌 영화 속 주인공이 넘어야 할 장애물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로 보여주기 위해.

 

더불어 대중문화는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무료한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로 기능하게 만들고, 장애가 주인공이 극복해야 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칼럼을 비롯한 책은 이 점을 언급하며 살아있는 이들의 삶을 실체가 아닌 은유로 표현하는 것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무엇이 주류고 정상인지를 규정하는 궤도를 만드는 세상. 그 궤도에 서는 것만이 진정한 삶인지, 궤도를 이탈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는 없는 건지, 무수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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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헤리티지 -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박진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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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대선 시즌만 되면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랑삼아 내세웠던 구로공단의 역사가 떠오르고,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구로동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내 편협한 시각을 지적하듯 책 <구로동 헤리티지> 는 구로동이라는 지역, 혹은 하나의 세계를 둘러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동시에 2023년 대한민국 내 수많은 '구로동' 을 둘러싼 우리의 인식을 재고할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은 구로동이 한국 사회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가 없으며 한국 사회의 기둥과도 같은 곳이라고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재봉틀과 키보드로 이루어진, 산업사회와 디지털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다진 산업의 역군들이 존재했던 곳.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노동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 피와 눈물로 단단하게 다져진 땅 위에 발 딛고 사는, 그러나 세상이 잊은 수많은 '순이들' 이 사는 곳. 재봉틀과 키보드를 조작하는 손가락들은 첨단 AI의 도래와 함께 비가시화되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이 사회의 산업을 지탱하는 건 인간의 노동이었고, 코로나 사회는 그런 비가시화된 노동에 종사하는 취약 계층들을 수면 위로 곪아 있던 사회의 고름들을 드러내는 계기였다.

 

한국 현대사의 발전과 함께 한축을 담당해 온 구로동은,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에 의해 철저히 타자화되어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나를 포함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구로공단, 디지털단지' 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구로동. 그러나 최근엔 미디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역과 결부시켜 재생산하고 확장하는 모습도 간과할 수 없지 않은가.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모자이크와 같은 다채로운 색깔로 덧입혀지며 발전하고 있는 구로동. 구로동의 역사와 그 속에 존재했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용당하고 철저하게 소외당해왔던 우리의 터전을 돌이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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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 죽어가는 행성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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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출간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는 '죽어가는 행성' 에서 살고 있다고 자조하기보다는, 언제 올지 모를 타행성의 식민지화를 꿈꾸기보다는, 지금 여기의 지구를 돌보며 함께 공생하고자 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사유와 실천을 담은 책이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학제적으로, 교차적으로 입을 모아 함께 '지구에 재거주하기' 를 꿈꾸는 책인데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읽어내기 어렵지 않은 책이다.

 

책은 기후위기의 중대함에 대한 선언과도 같은 1부로 시작하여 지구를 살아가는 여성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어진다. 취약해진 삶들을 돌아보고, 연대하고, 함께 공존하는 상호 돌봄의 사회를 꿈꾸는 이들. 나(주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서 시작된 그 사유들은 생물학적 여성의 범주에서 퀴어 상상력을 가미한 트랜스 경험으로, 이어 비-인간 존재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책을 읽으며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생각했던 지점은, 인간은 '지금, 여기' 의 우리를 잊어버림으로써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학적 실천을 망각하나, 동시에 '지금, 여기' 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미래 세대를 무시함으로써 지구에 상처를 준다는 점이었다. 중첩된 타자화의 결과로 피라미드 최말단에 존재하는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무지함을 짚어주었던 점도 좋았다.

 

'죽어가는 행성' 을 누가 만들었는가. 죽어가는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자조가 어떤 희망을 낳을 수 있는가. '죽어가는 행성' 이라는 담론 속에서 지워지는 존재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지워지고 있는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들은 담대하게 선언한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겠다" 라고, 이 푸른 행성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보듬으며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는 법을 끝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겠노라고.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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