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 죽어가는 행성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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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출간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는 '죽어가는 행성' 에서 살고 있다고 자조하기보다는, 언제 올지 모를 타행성의 식민지화를 꿈꾸기보다는, 지금 여기의 지구를 돌보며 함께 공생하고자 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사유와 실천을 담은 책이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학제적으로, 교차적으로 입을 모아 함께 '지구에 재거주하기' 를 꿈꾸는 책인데 쉽고 구체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읽어내기 어렵지 않은 책이다.

 

책은 기후위기의 중대함에 대한 선언과도 같은 1부로 시작하여 지구를 살아가는 여성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어진다. 취약해진 삶들을 돌아보고, 연대하고, 함께 공존하는 상호 돌봄의 사회를 꿈꾸는 이들. 나(주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서 시작된 그 사유들은 생물학적 여성의 범주에서 퀴어 상상력을 가미한 트랜스 경험으로, 이어 비-인간 존재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책을 읽으며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생각했던 지점은, 인간은 '지금, 여기' 의 우리를 잊어버림으로써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학적 실천을 망각하나, 동시에 '지금, 여기' 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미래 세대를 무시함으로써 지구에 상처를 준다는 점이었다. 중첩된 타자화의 결과로 피라미드 최말단에 존재하는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무지함을 짚어주었던 점도 좋았다.

 

'죽어가는 행성' 을 누가 만들었는가. 죽어가는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자조가 어떤 희망을 낳을 수 있는가. '죽어가는 행성' 이라는 담론 속에서 지워지는 존재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지워지고 있는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들은 담대하게 선언한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겠다" 라고, 이 푸른 행성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보듬으며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는 법을 끝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겠노라고.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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