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가 그리는 상상의 나래에 나의 몸을 실어본다.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진정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였을까? 책의 첫머리에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잠시 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글을 다 읽고 난 후 과연 그것뿐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길게 늘어뜰인 채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너무 과도하게 상상하는 것일까... 정말 베르베르는 그냥 일상의 따분함에서 한번 이런것도 생각해봤다 정도를 전달하려고 이 책을 펴냈단 말인가...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내 머리속도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이 책을 읽고 난 후 머리만 더 아플 뿐이다.

처음 몇 개의 단편은 오홀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발한 상상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말 이것뿐인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었고, 어떤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글들도 있었다. 나는 베르베르를 개미라는 책을 통하여 처음 접하였고, 그때 이후로 이 사람의 책은 거의 다 봤지만, 나무 이 책처럼 약간 허무함을 주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단편이라서, 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베르베르의 상상력을 그 짧은 글에 담기에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몇몇 단편에서도 보여주듯이 이 책에서도 베르베르는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만의 문체로 잘 닮은 것 같다. '만약 ... 이라면' 이라는 전제로 인간이 보여주는 극한적인 상황에서의 모습들을 대체적으로 잘 담은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누군가의 리뷰에서처럼 땅콩을 까먹는 거와 같이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계속 읽어 나가다 보면 약간 질리는 맛이 있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베르베르의 지나친 상상력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나의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