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 나랏말싸미부터 대한제국까지 우리 교과서 풍경
정재흠 지음 / 말모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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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부터 대한제국까지

우리 교과서 풍경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글 정재흠

말모이





 



올해 초 극장에서 아이와 함께 본 '말모이'라는 영화 덕분에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던 기억 덕분인지, 이 책을 보자마자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이 책의 부제가 더 끌렸던 탓도 있을 거에요.

『나랏말싸미부터 대한제국까지 우리 교과서 풍경』

이렇게 쓰여진 부제를 보니 한글을 교육하는 교과서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한글을 지켜내려 수많은 노력을 들인 그 분들의 발자취도 언뜻 들여다 볼 수 있을 듯 했거든요.





 



먼저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우리의 교과서가 변해 온 모습을 사진으로 실어 놓았어요.

1947년에 <초등국어>라 적힌 한글 이름의 교과서가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이 듭니다.




 


1897년 <국문졍리>라는 명칭으로 순 한글로 쓰인 국어교과서가 편찬되었네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이뤄진 후 450여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우리 한글을 지켜내자는 인식이 생기면서 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도 더 이상 멸시 받지 않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한글의 우수성을 지켜내 온 이들이 있어 참 다행이단 생각이 드는 지금입니다.


또한 한글 연구가였던 이봉운 선생의 노력 덕에 <국문졍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이름이 잊혀진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저자의 설명이 있네요.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글하면 '주시경'선생님밖에 떠오르지 않거든요.

영화 '말모이'에서도 그랬지만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숨은 노력들이 우리 말인 한글을 지켜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거에요.


<국문졍리>가 더욱 대단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만 채웠고, 게다가 필사본이 아닌 목판본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읽혀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도 '한글로 만들어진 최초 국어 교과서'라는 대접을 제대로 받을 만 하네요.


이젠 아이도 저도 첫 한글 교과서인 이봉운 선생의 <국문졍리>를 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읽으면서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바로 '아래아(·)'의 소멸이었어요.

천지인 방식의 자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한글의 기본 모음자에서는 제외되어 버린 '아래아(·)'!!

세종대왕께서 가장 중요시 여기던 '아래아(·)'를 의도적으로 없애버리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게 일본이었다니!

요즘 같은 때에 이 문구를 읽으니 더욱 화가 나는 건 저 뿐만은 아닐 듯 하네요.

『훈민정음해례본』이 너무 일찍 사라지고 너무 늦게 발견된 이유도 '아래아(·)'가 없어진데 한 몫 했으리라는 점도 새로 알게 된 안타까운 사실이네요.





 



1894년 갑오개혁 이후 한글이 국어로 승격된 후 12년 만인 1906년 10월근대식 어린이용 한글교과서인 『초등소학』이 발간되었는데 이건 일본인의 간섭이 배제된 교과서였고 대한제국을 꿈꾸고자 하는 희망이 담긴 책이었기에 4년 여 만에 발매 반포 금지도서로 만들어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읽히지 못했다는 시대 상황이 마음 아리게 만듭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속에서도 우리말인 한글을 지켜내려는 숨은 노력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때에 한글이 사라지고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하지만, 한글이 창제되어 반포된 이후, 우리말을 조금 더 아끼고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더라면 지금의 한글의 명성보다 더 많은 찬사를 일찌감치 풍부하게 받고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지금도 우리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일들을 안타까워 할 때만은 아닌 듯 해서 씁쓸합니다.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책을 읽고 난 지금 더 부끄러워지네요.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주시경 선생님이 하셨던 이 말이 직접 들었던 것 마냥 귓가에 맴도네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단지 귀찮아서 한글을 마구 쓰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안타까워 하실지 그 마음이 헤아려지는 듯 해서 한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잡아 봅니다.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책으로 교과서의 모습들을 들여다 보면서 되레 한글을 소중히 다루지 못하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 내용이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읽어 보는 것도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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