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놓을 용기 -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
이성민 지음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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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독서모임이 있다. 결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한 권의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조금은 프리한 분위기의 독서모임인데, 나이와 성별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사실 그러한 분위기가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독서모임은 권력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었고,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사실 우리 독서모임에서의 평어 사용은 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민음사 독서모임 지원을 계기로, 한 번 평어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고마워.' - '천만에.'로 이어지는 연극적인 대화를 할 때에는, 평어 사용이 하나의 대본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러운 평어 사용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석에서 평어를 사용한 경험(까지는 아니어도 나이나 권력에 관계없이 존비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조금 더 쉽게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고, 독서모임의 ㅇㅇ 님으로만 존재했던 타인과의 관계는 조금 더 결속력을 가진 우리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 문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세대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공동체의 해체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내게 평어 사용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평어를 사용해 본 결과, 평어 사용에서 불편하거나 우려되었던 점은 두 가지 있다.


1. 닉네임을 사용하는 모임의 경우, '이름 호칭+반말'로 이루어진 평어의 이름 호칭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름 같은 닉네임이면 평어 사용이 자연스럽지만, 이름과 동떨어진 느낌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 입에 붙지 않았다.

2.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평어가 아니라 단순 반말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평어를 사용하는 관계일수록, 특히 2번 항목을 경계하기 위해 구성원 전부가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정도 타인에 대한 존중이 베이스로 깔린 모임에서만 평어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평어가 더 널리 확산될 수 있을까? 묻는다면 갸웃하게 되는 이유.


《말 놓을 용기》라는 이 책은, 평어 사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 기고된 글을 모아 편집했다 보니 동어 반복이 계속되어 약간의 피로감을 주기도 했다. 구성 자체가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시의성과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임은 그날 모임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과 평어를 한 번 더 사용해 보고, 평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내가 다음에 쓰게 될 글은 '나의 평어 체험기'가 아닌, '평어를 사용하는 삶' 정도가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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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동성애 - 혐오와 억측을 넘어, 성서 다시 읽기 오봄문고 1
김진호 지음 / 오월의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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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 구매 후 완독했다. 프레임을 갖고 성경을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완독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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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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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쓰고 더 나누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환경 문제에서 수치는 그야말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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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 트랜스젠더 박에디 이야기
박에디 지음, 최예훈 감수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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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온 마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전히 갸웃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으나 몇몇 사례들을 에디 님의 인생에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상적이던 부분은 조카가 "에디는 에디야"라고 외삼촌, 이모 같은 호칭을 쓰지 않으려고 끝까지 노력하던 부분. 아이는 이해해 준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른뿐.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어 다소 아쉽지만, 학술서도 아닌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오래오래 건강히 행복하시길, 멀리서 응원한다.



트랜스젠더의 삶을 시스젠더가 잘 모르듯 나 역시 부모님이 겪은 시스젠더의 삶을 잘 모른다. 각자 경험하지 않은 삶을 이해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시계의 배터리는 일회용이니까, 나는 이 귀중한 시간을 최대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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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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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년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나의 삶과 지구 사이에서 갈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을 하겠다고 나서 본 적도 있고, 차로 가면 편할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채식을 때려쳤고, 대중교통을 타도 될 거리를 차를 타고 다니곤 한다. 이런 모순된 나라서, 내가 환경에 대한 화두를 입에 올리면 엄마는 내게 제발 네 방 분리수거나 잘하라며 핀잔을 놓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물론 완벽하지 않고 모순된 지점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도시락을 먹을 때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 것 등이다. 되도록이면 필요치 않은 옷을 사는 것도 자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일부 사람들은 조롱하고, 공격한다. 자신이 누리는 편의가 공격받는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작가의 말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로워진다.

환경에 대해 말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환경 문제가 계급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저소득층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았다는 사실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월말을 걱정하는 이들은 종말을 걱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 우리나라 안의 계급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환경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며 성장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환경을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안의 감정은 요동친다. 대개로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은 약자의 고통에도 민감한 편인 경우가 많기에,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일이 잦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환경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것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선거철에는 더더욱 그렇다. 모순된 스스로의 모습에 괴로워하면서도 무언가를 하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류는 더 오래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자본이 향하는 방향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작가의 말은 그다지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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