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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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년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나의 삶과 지구 사이에서 갈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을 하겠다고 나서 본 적도 있고, 차로 가면 편할 거리를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채식을 때려쳤고, 대중교통을 타도 될 거리를 차를 타고 다니곤 한다. 이런 모순된 나라서, 내가 환경에 대한 화두를 입에 올리면 엄마는 내게 제발 네 방 분리수거나 잘하라며 핀잔을 놓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물론 완벽하지 않고 모순된 지점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거나 도시락을 먹을 때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 것 등이다. 되도록이면 필요치 않은 옷을 사는 것도 자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일부 사람들은 조롱하고, 공격한다. 자신이 누리는 편의가 공격받는 것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작가의 말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로워진다.

환경에 대해 말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환경 문제가 계급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저소득층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았다는 사실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월말을 걱정하는 이들은 종말을 걱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 우리나라 안의 계급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환경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며 성장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환경을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안의 감정은 요동친다. 대개로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은 약자의 고통에도 민감한 편인 경우가 많기에,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일이 잦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환경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것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선거철에는 더더욱 그렇다. 모순된 스스로의 모습에 괴로워하면서도 무언가를 하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류는 더 오래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자본이 향하는 방향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작가의 말은 그다지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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