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사 3 : 창시자 이중톈 중국사 3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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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에서 펴낸 이중텐 중국사, 흥미로운 책이다. 
史이면서 通史가 아니라 統史 정도로 생각하면 쉽겠다. 지역의 탄생, 국가의 탄생, 문화의 탄생 등을 주로 다룬 1,2,3권은 갑골문과 솥의 명문(銘文)으로 남아있는 증거들에서 중국의 역사를 다루되, 중국의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발생한 문명의 물줄기가 싹틔운 증거물을 함께 다루고 있다. 이런 서술을 이중텐은 카레즈 형식이라 자칭한다. 

카레즈는 역자의 말을 인용하면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사는 사막지대 사람들의 독특한 관개 수로"이다. "산비탈에서부터 밭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우물을 파고, 동시에 우물 밑을 서로 연결하는 식으로 물길을 만드는" 방식이다. 예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라. 마르크스가 쏜 공산주의 라는 총탄에 가톨릭교회의 심장이 저격당했다. 그래서 나온 게 오늘날의 사회교리 문헌이다. 깊은 설명이 없으니 한 가지를 더 들어보자면, 한국에서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후대가 항일운동으로, 또 근대적 민권운동으로 평가한다. 역시 같은 해 중국에서 5.4운동이 궐기했다. 당시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저울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투쟁의 영향관계, 원인, 결과 등을 하나의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서 평이하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단순히 동시대의 물리적 사건을 글로 옮겨서 설명하는 방식이라면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지만, 예컨대 2권에서 고대 그리스의 시민민주주의 라는 물줄기를 끌어대어 미국 민주주의의 원천을 제공하는 방식은 비교정치학 논문에서는 신기할 것이 없겠지만 잘 읽히지 않는 논문 글이라는 점에서 쉬이 이해가 안 되는 것에 비해 이중텐의 도약적 글쓰기와 디테일한 설명이 간단한 챕터 몇 개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같이 공부하기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사람에겐 딱 어울리는 책이다. 

역사를 과학화하려고 시도하기에 주저 하지 않는 사람들의 어려운 글이나 읽으며 이게 남의 역사인지, 나의 역사인지를 알지 못하는 유체이탈 서술의 글이나 거대담론에만 기울이며 저자나 독자나 비평하는 기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서술에 지쳐 버렸다면 이중텐 중국사를 벗삼아 추리소설 읽듯이 중국의 역사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은 무려 6부작 출간을 구상하고 있으며, 한 부에 6권씩 앞으로 2018년까지 총 36권으로 출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의 반 년 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오늘에서야 3권을 읽은 것은 책이 특별히 어려워서가 아니라, 읽을 시간을 내지 못해서.. 라는 게 변명 아닌 변명이다. 곧 4,5권이 나온다는 것 같은데, 재미있게 읽을 기대감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는 분명 이중텐의 다른 저작을 읽을 때의 느낌과는 다르다. 김성배, 양휘웅 선생님의 <삼국지 강의> 번역을 통해 처음 이중텐을 접하였는데-사실 그게 마지막- 고문(古文)과 현대문에 두루 해박한 두 분 번역가의 열심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김택규 선생님의 번역은 분명 뭔가 있다. 전자의 두 분은 한문학을 전공하셨고, 교양적 글쓰기 보다는 학술언어를 요리하는데에 경지가 있는 것같다. 후자의 김택규 선생님은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하였고, 입에 찰싹 붙는 언어를 요리하는데 익숙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텐의 원문을 보지 않아도, 이중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심려를 담아 번역한, 그야말로 번역 장인의 글이라 생각한다. 

한편, 1권과 2권에는 오타를 본 적이 없는데, 3권은 출판사가 급했던지, 역자인 김택규 선생님이 급했던지, 두 세 개의 오타를 발견하였다. 
그 외에는 사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한 자석과 같은 책이라고 칭할만하다. 나같이 공부하기 싫어하지만 의심만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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