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룸 -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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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독특하고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히 한 학문의 발전이 사회 및 다른 학문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이루어졌는지, 혹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공부해봐야 하는 주제들도 잔뜩 던져주는 책.

책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의 제목은 사회. 자신의 연구대상인 초파리를 소재로 해서 과학 연구의 양상을 살펴보고 사회가 과학을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펼친다. 외국의 사례도 살펴보고, 한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2장에서는 자신이 지난 10여년간 해온 초파리 연구를 소개한다.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다. 내 입장에서는, 5억년도 더 전에 갈라진 선구동물인 초파리의 시간 지각과 후구동물인 인간의 시간 지각 메커니즘 상의 공통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흥미로운 연구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eyeless 와 Pax6 의 예도 있으니까. 요즘에는 고생대 화석에서도 신경계의 흔적을 찾아내고 있으니 잘 엮으면 사기치ㄱ..아니 썰 풀기에는 좋겠다 싶음. 3장은 생물학의 역사에 대한 내용인데, 단순한 인물위주 내지 편년체의 역사가 아니라 생물학과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생물학 내 두 가지 전통의 대립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각 장을 하나씩 독립된 책으로 써서 시리즈로 엮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정도의 아쉬움은 있지만, 쉽지는 않았겠지. 아무튼 이 책은 김우재가 아니면 누구도 쓰지 못했을 책이다. 현장에서 직접 연구를 하면서 과학 및 사회와 관련된 수많은 키배질.. 아니 논쟁에도 뛰어들어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던 김우재의 지난 세월이 응축되어 있는 책 한 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책을 거의 안 읽긴 하는데, 연말연시에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이었다. 나보고 열두 발자국과 플라이룸 두 권의 책 중에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필요한 책 한 권을 꼽으라면 고민하지 않고 플라이룸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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