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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물리 - 물리의 역사가 과학 개념을 바꿨다! ㅣ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까지 마음속에 숙제처럼 남아있던 과학
중1, 처참한 수학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로 저는 스스로 문과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ㅋㅋㅋ
수학을 못하기도 했지만 국어와 사회과목이 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타고난 문과로 살아온지 1N년... 가끔씩 이과에 갔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 적도 있긴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문과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게 있다면
과학이라는 분야에 있어 지나치게 문외한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꼭 문과라고 해서 과학 관련 상식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저는 문과라는 핑계로 과학 수학 쪽은 괜히 피하게 되고 피하니까 점점 더 모르고,
모르는 게 부끄러워 더 멀리하게 되는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꼭 어떤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영화를 볼 때나 책을 읽을 때에도 기초적인 지식이 바탕에 있어야
더 재미있고 깊이있게 즐길 수 있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알아가볼까 싶다가도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할 듯한 두려움이 큰 편이라
항상 망설이고만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라도 꺼내야 할까 싶던 차에
<세상을 바꾼 물리> 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꼭 한 번쯤은 만나고 싶었던 과학책
사실 물리라고 하면 과학 중에서도 최종보스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화학이나 생물 정도는 그래도 어떻게 아등바등 애써봐야겠다 싶었는데
물리는... 뭐랄까, '천재'들이나 좋아할 만한 분야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쉽고 재미있게 물리 개념들을 익힐 수 있다'는 문구에 끌렸습니다.
어려운 만큼 과연 어떤 학문인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또 물리가 세상이 존재하는 원리나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니까 오히려 철학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과 처음 만나는 순간...!! 사알짝 당황했었어요. ㅠ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서 포기하려던 차에!
그냥 저자의 말 정도는 이해가 되겠지 싶어 서문을 읽어봤는데
두둥!!!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과학사? 대체 그게 뭐에요?
<세상을 바꾼 물리>는 그냥 물리법칙이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실험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누가, 어떤 식으로, 그 법칙과 개념을 발전시켜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먼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하이젠베르크와 같은 나름 최신의 과학자까지
그 시대 속에서 과학자들이 믿었던 것은 무엇인지 근거는 어땠는지를
쭉 훑어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체 흐름이 읽히다보니 쉽게 이해되더라구요.
과학은 과학인데, 친숙한 '역사'가 함께 하는 느낌이었어요!
저자는 과학사 교수이자 영재교육 전문교사로, 학생들에게 소개하듯이
독자들이 큰 그림을 그리며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전문용어보다는 일상적인 용어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과학사'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호감도까지 급상승했습니다ㅋㅋ
책의 형태(?)나 구성도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하면서 귀여웠습니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물리학에서 주요한 개념 8가지를
챕터별로 다룬 것입니다. 챕터의 순서도 시간의 순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각 챕터에서는 '들어가기 전에' 페이지에서 간단한 배경지식을 소개하고,
본문에서는 개념 정립의 변천사, 당시 과학자들의 생각들을 담아냅니다.
이어 '또 다른 이야기' 페이지를 통해 본문과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정리하기' 페이지에서는 본문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합니다.
중간 중간 그림이나 도표 등을 통해 이해가 쉽도록 돕고 있습니다.
글씨도 '필기체'같이 보여서 저에게는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각 챕터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유 낙하 법칙의 발견
'역학'의 최초라고 봐도 될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했던 개념에서부터
중세를 지나 뷔리당의 임페투스, 나아가 근대역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갈릴레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합니다.
2. 관성과 근대역학의 시작
'그래도 지구는 돈다'... 매우 유명한 말이죠? 저는 그냥 천동설, 지동설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역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나아가 자성과 관성, 운동과 정지의 상대성 개념까지 다루게 됩니다.
3. 중력과 과학 혁명의 완성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게 뉴턴이라는 과학자 하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는 에피소드만 떠올랐었는데
이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쌓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사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 할 만한 '프린키피아'를 통해
세 가지 운동법칙을 설명하고 나아가 보편중력의 법칙까지 풀어내며
근대역학을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4. 빛의 성질과 광학
오래전부터 빛의 성질에 대해서는 의견이 아주 분분했던 것 같습니다.
빛을 입자라고 보는 쪽과 파동이라고 보는 쪽은
긴 세월동안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며 다투었는데
결론은, 두가지 모두 갖고 있다! 라고 하네요. ㅎㅎ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러한 빛의 성질과 관련된 '광전효과' 덕분이라는 사실까지 배웠습니다.
5. 전자기 유도 법칙과 전자기학
'자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역사 속에서 활발하게 거듭났습니다.
그레이의 '전도체' 실험, 뒤페의 '전기학', 프랭클린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고
쿨롱의 전류개념, 갈바니에서 볼타, 외르스테드, 앙페르 나아가 맥스웰까지
과학 분야를 잘 모르는 '과알못'인 저에게도 한 번쯤 들어본듯한 과학자들의
이론과 주장들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소개합니다.
6. 에너지 보존 법칙과 열역학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에 대한 설명, 그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소개합니다.
열과 온도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저의 시야도 새로워지는 경험이었습니다.
7. 코펜하겐 해석과 양자역학
앞서 언급했던 빛의 성질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쯤 들어보셨을 법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가
이렇게 해서 나왔구나 하고 이해가 되어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8. 상대성 이론
드디어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다시 읽어봐도 조금 어렵긴 했지만, 신비로운 세계를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
전체 우주라는 세계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고
거기서 저라는 사람? 혹은 물질?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어요.
그밖에 흥미로웠던 점
갈릴레이가 아닌 갈릴레오가 맞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저도 가끔씩 헷갈리는데요,
갈릴레오!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하네요.
갈릴레오가 활동하던 당시에도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죠.
몰라도 너무 몰랐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저서
앞서 얘기했듯, 저에게 갈릴레오는 지구가 돈다고 말했던 사람,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중력이라는 개념을 발견한 사람, 정도였는데요.
각각 <새로운 두 과학> 이나 <프린키피아>라는
과학계에 길이남을^^ 걸작을 통해 그 분야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교황청의 실수, 그리고 뒤늦은 인정
중세시대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도움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서로 부딪힌 경우가 많았습니다. 갈릴레오의 종교재판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종교계의 실수에 대해 교황청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문과 귀를 닫고 모르는척 해온 것이 아쉽지만
언제라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발견을?
학계에서는 열역학 1법칙에 대해 여러 과학자가 동시에 발견했다고
인정한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이런 점이 무척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과거의 업적들이 쌓이고 당시 시대적 배경이 제공하는 주된 관심사 등으로
어느 순간 흘러넘치듯 자연법칙을 발견하고 원리를 정리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쇼미더물리! 과학자들간의 무서운 대립
뉴턴은 빛이 입자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립되는 과학자를 너무 싫어해(?)
광학이라는 저서 역시 그 과학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 출판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주로 위인전에서 만났던 과학자들의 모습은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하고 도덕적으로 무결할 것만 같았는데, 과학사에서 살펴본 과학자들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연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줄 알았고
또 대립되는 의견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열리다!
이 책을 통해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물리학 그 자체나 과학사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껏 가지고 있던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좁았던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배운 것도 좋았고, 앞서 언급했던 여러 포인트가 흥미로웠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빛의 성질에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꽤 오랜세월을
걸쳐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증명하기 위해 애썼는데요,
결론은 그 모두가 틀리지 않고 옳았다는 점이 어쩐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과학, 수학은 정해진 정답이 있다고만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래서 늘 제 앞에 문제가 주어진 것 같았고 답이 틀리면 영원히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더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빛의 성질을 둘러싼 과학사를 통해
어쩐지 전반적인 삶에서 적용해볼 만한 지혜를 배운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저처럼 과학 분야는 정말 모르고 생각하면 두려울 정도지만
그래도 한 번쯤 배워보고 싶고 가까이 다가가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강추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