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
최한우 지음 / 스리체어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대체 서비스가 뭐지?


B2C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서비스'란 개념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토록 고객이 중요하고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대체 그 본질이 무엇인지 말이죠. 단순히 고객에게 많은 것을 베풀면 좋을까요? 공짜로 무엇도 하게 해주고 또 할인도 많이 해주고 사은품도 주고... 물론! 이런 것도 무척 의미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것에 모두 비용이 크다는 것과 그만큼 고객이 느끼는 메리트가 크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점이겠죠.  


그럼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다 이뤄줘야 서비스인 걸까? 저 역시 고객의 입장으로 설 때가 많지만, 정작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저 스스로도 명확하게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고객도 몰랐던 고객의 수요를 찾아내거나 혹은 새롭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런 시기에 특히 더 궁금해졌습니다. 서비스의 본질이 말이죠. 그렇다면 역시 서비스로는 제일 알아주는(!!) 일본의 사례가 가장 의미있지 않을까요? 


'오모테나시' 한 번쯤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정작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몰랐던 개념인데, 이렇게 소개하는 책이 있어서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결국 무엇인가를 사고 파는 모든 행위에서의 '업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오모테나시가 뭔데?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손님을 정성스레 맞이하는 것이겠네요. 저자는 역사적 개념까지 동원해 이해를 쉽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본질의 발견'이란 책에서 인천공항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마음씀'의 개념을 인용한 바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급하게 물을 마실 때 체하지 말라고 나뭇잎을 얹어주는 그런 배려가 바로 마음씀이며, 그것이 인천공항을 세계 서비스 1위로 만든 바탕이 아닐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고객이 기대하는 '접객'은 무엇인지, 나아가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근본적인 탐색, 전반적인 비즈니스의 기회를 고민하고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까지 유용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정반대의 전략, 사토 카메라


앞 부분부터 강렬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잉여와 비효율로 보이는 영업 전략이 이익을 낳는다'. 사토 카메라는 1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5시간까지 응대합니다. 단순히 세일즈 포인트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관한 모든 것이 접객의 주제가 된다고 합니다. 이는 기존의 매니아층이 아닌 초심자들을 타깃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셈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토카메라만의 독특한 전략은 이어집니다.


이러한 전략에 따른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 역시 전통적이면서도 나름의 독특한 마케팅을 펼칩니다. 바로 '지라시 마케팅'. 심지어 종업원의 인적사항까지 지라시에 포함하여 고객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감으로써 일종의 장벽을 허문 셈입니다.


이어지는 다른 기업들도 그렇지만, 결국 '사양산업'이라고 여겨지던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포인트를 찾아내고 전략을 달리하여 고객에게 다가갔다는 점은 단순히 카메라라는 산업군, 일본이라는 공간적 특성 등을 배제하더라도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모든 선택권을 제공한다, 도큐핸즈


일본 여행을 가면 도큐핸즈를 종종 구경가게 되는데 없는 게 없는 듯한 신비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이게 인기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업태(!)이기도 하구요.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도큐핸즈는 '도심형 홈센터'로, 개인의 DIY 전반을 서포트해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이 도큐핸즈가 흥미로운 지점은 일단 고객에게 모든 선택권을 제공하고, 거기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지는 고객에게 맡겨둔다는 것일 겁니다. 사실 이건 무척 비효율적으로 보이는데요. 산업혁명 이후 계속되는 기술 발전으로 좀 더 편한 것, 좀 더 저렴한 것, 좀 더 효율적인 것만이 더 좋고 더 훌륭한 것으로 여겨졌던 고정관념같은 것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도리어 '세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고객에게 안정감을 주는 면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가도 동일한 가격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할 수 있게끔 유도하겠죠!


그리고 도큐핸즈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종업원입니다. 직원들은 매장의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바이어이자 고객을 응대하는 접객판매원이자 관련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이자 초심자 고객에게 관련 지식을 전수하는 멘토입니다. 종업원으로 인해 고객은 구매에 있어 망설이지 않게 되고 새로운 수요를 스스로 생각해내게 됩니다.


손님과 싸우는(?!) 이자카야, 쓰카다 농장


일본식 대중 술집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해졌습니다. 원류인 일본에서도 매우 치열한 격전지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쓰카다 농장'이라고 합니다. 산지 직송으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내세운다는 점은 사실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포인트입니다. 이 이자카야가 손님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오모테나시', 새로운 접객전략일 것입니다.


저자는 쓰카다농장을 운영하는 에이피컴퍼니의 부사장의 말을 인용하여, 쓰카다농장의 서비스를 세 가지 프로세스로 정리하였습니다. 잽-보디블로-스트레이트. 복싱은 잘 모르지만, 과정별로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잽 - 고객의 방문 횟수 별로 주임부터 시작해서 회장님에 이르는 명함을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가벼운 스몰토크 과정에서 고객과 종업원과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게 됩니다.

보디블로 - 모든 종업원에게 손님에게 자유롭게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고객은 예상치 못한 종업원의 배려에 새삼스럽게 감동받게 됩니다. 

잽 - 이어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은 사소하지만 고객의 굉장히 사적인 부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꼈던 지점은 종업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케어하는 회사의 역량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순환입니다. 한 번 방문했던 고객이 종업원의 서비스에 만족하여 다시 방문합니다. 이러한 고객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이는 가게의 전반적인 매출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매출 향상은 종업원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으로 이어집니다. 종업원들은 만족하며 더욱 의욕적으로 일하고, 이 의욕이 고객에게 더욱 특별한 접객을 만들어냅니다. 고객은 나에게 친절했던 종업원, 그 오모테나시를 떠올리며 다시 방문합니다. 이에 종업원은 고객과 연결되었다는 정서적 충만감, 내가 회사의 이익에 기여했다는 성취감과 보람 등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회사는 이러한 순환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만약 제가 일본의 청년이었다고 해도 이러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이건 기업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 공헌적 차원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나아가 회사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하겠죠!


이 세상의 쓸데없는 모든 것, 빌리지뱅가드


일본, 서점, 라이프 스타일... 하면 연상되는 곳이 있을 겁니다. 바로 츠타야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이나 츠타야의 성공전략과 같은 책들이 최근 종종 소개되며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회사는, 츠타야와 닮은듯 다른, 다른듯 닮은 빌리지뱅가드라는 곳입니다.


'놀며 즐기는 서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유니크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서점과는 차별화를 내세우는 빌리지뱅가드는 독특한 진열, POP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유머러스한 관심을 유발합니다. 책만이 아니고 연관 상품으로 잡화, 굿즈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냄으로써 보다 신선한 컨셉을 견지합니다.


단순한 가성비가 아니다, 수퍼호텔


베개를 여덟가지나 제공하고, 천연 온천탕을 제공하는 이 호텔. 결코 가격이 만만하지 않을 것 같지만, 웬만한 비즈니스호텔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슈퍼호텔에서는 말합니다. 과연 이게 말로만 하는 허황된 비전이나 생각이 아닐까요? 실제로 꼼꼼히 따지고 들어가니 나름 굉장히 맞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천연 온천탕이 있으면 개별 방에서의 수도비가 절약된다는 설명같은 것들 말이죠.


이처럼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면서 비용을 최대한으로 절감할 수 있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통해 슈퍼호텔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나 제목에서처럼 가성비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아마 호텔은 '서비스', '접객'에 손꼽을만큼 민감한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단순히 이런 것들로 슈퍼호텔을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하기는 어려웠겠죠. 결국 오모테나시의 정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이 오모테나시 정신과 관련하여 의미있게 다가온 부분이 있습니다.


서비스는 고객에게 보이는 형태의 요소를, 오모테나시는 고객에게 느껴지는 마음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서비스는 고정된 형태의 매뉴얼로 제공할 수 있지만, 오모테나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매뉴얼은 틀리지 않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오모테나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궁극의 접객술이 된다.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 하고 그 손님이 다른 고객에게 전파되어 더 많은 고객들이 슈퍼호텔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단체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 만실이어서 고객을 더 받을 수 없을 때 근처의 다른 호텔을 소개해주는 것, 슈퍼호텔에서 묵었을 때 수면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환불해주는 것 등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잠재적 고객들을 충분히 배려하고 정성스레 접객함으로써 후에 우리의 충성스런 고객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슈퍼호텔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강하고 내실있게 만든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최고가 된다, 세이코마트


편의점이 과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홋카이도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는 세이코마트에서는 '남들이 다 있는 것은 없지만, 뭔가 있다'는 것으로 어필한다고 합니다.


모든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도시락과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서는 도리어 구색을 다른 편의점보다 더 알차게 갖춰놓습니다. 보통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매력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때, 세이코마트는 규모를 작게 하여 직접 관리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만들 수 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자신들의 기반인 '홋카이도'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됩니다. 고객들 역시 홋카이도 주민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단순히 기업과 고객이 아닌 같은 지역 주민이라는 공감대 형성과,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내놓는 배려가 있는 것입니다. 


오모테나시의 정석, 도쿄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꿈과 희망의 나라로 유명합니다. 저 역시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오모테나시를 소개하는 책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사례일 것입니다. 


디즈니랜드는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공간이고,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이기 때문에, 재난 훈련은 필수입니다. 디즈니랜드를 이를 매우 충실히 이행하여,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을 때에도 무사히 인원들을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된 디즈니랜드의 사례는 어쩐지 눈물까지 날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고객을 단순히 내 물건, 혹은 서비스를 구매해줄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내가 마음을 헤아려주어야 할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지점에서 제 3자인 제가 봤을 때에도 뭉클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오모테나시가 달라지고 있다?!


물건을 둘러볼 때, 택시를 탔을 때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오모테나시 정신과 역행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배려하는 것 역시도 결국 오모테나시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포인트에 공감합니다. 앞서 설명한 모든 사례들은 고객에게 무조건 최고급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결국 큰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정서적 교감과정이 모든 접점 포인트를 의미있게 만들고 고객의 충성도나 브랜드의 신뢰도를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다


총 7가지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점이 있습니다. 표준화되고 통일된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종업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남녀노소 모든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초심자 고객', '우리 지역의 고객'과 같은 '니치 시장'을 찾아내고 이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 결국 기본의 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 등입니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무조건 Yes를 외치는 것이 서비스는 아닙니다. 각 기업과 브랜드들은 고객들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물건은 모두 준비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세일은 없습니다 라거나, 일반적인 책 분류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모든 공간에서 재미있고 새로운 컨텐츠를 찾을 수는 있습니다와 같은 식으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에 호응하는 사람이라면 각 기업의 충실한 고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서비스의 최고점보다 어떤 수요를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식으로 다른 비즈니스와 차별화할 것인가와 같은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의 접근법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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