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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미래 -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는 순간, 거대한 기회가 열린다
바라트 아난드 지음,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11월
평점 :
마지막 장을 읽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 책에서는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혹은 착각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안감이 덮쳐옵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는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제시됩니다. 그것이 너무 늦지 않을까 하는 걱정조차도 늦기 전에 미래를 봐야합니다. 그 미래는 콘텐츠의 미래이자 우리의 미래일 것입니다.
<첫 느낌>
사실 처음 책의 실물을 마주하고는 압도당했습니다. 앞의 서문이나 뒤의 주석을 제외하고도 6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대학 전공서적 같기도 합니다. 제목도 '콘텐츠의 미래'인 데다, 저자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님이셔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그렇게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일단 사례 위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2010년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라 최신의 경향성을 파악하기에도 좋은 것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더 쉽게 와닿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쉽거나 가벼운 책도 아닙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하나의 주장과 근거를 보여주고 이어서 바로, 반박하는 주장과 근거를 보여주면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A에 대해서는 B라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실제 데이터로 B가 아닌 C라는 해석이 정답에 가깝다는 내용을 보면서 헷갈리면서도 놀라는, 그런 감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부분도 많아서 중간중간 줄을 쳐가며 읽느라 바쁠 정도였습니다. :)
<책의 구성>
책의 구성은 총 네 가지 파트로, 콘텐츠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한 사용자 연결, 제품 연결, 기능적 연결 관계에 대한 세 가지 파트, 그리고 광고와 교육 파트입니다.
앞의 세 가지 파트에서는 신문이나 TV는 물론, 도서출판, 음악, 영화 및 영상, 게임, 스포츠마케팅까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관련 전 산업 분야를 두루 아우르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제까지 우리가 빠져있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 함정에서 벗어난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신문 산업이 위기에 빠진 것은 단순히 온라인 뉴스 사이트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구독자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안내 광고가 줄어들고 수익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음원에 대한 불법 다운로드가 늘어났을 때 아티스트의 수익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공연의 확대로 보상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정도로 새로웠습니다.
<인사이트>
콘텐츠의 함정과 관련된 딱 맞는 예시가 아닐 수는 있지만, 저의 경우를 봐도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구입할 때 베스트셀러 목록을 자주 참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을 읽으면, 독서 경험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인과 대화를 할 때의 주제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구매를 좀 더 고려할 만한 대상이 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힘은 막대합니다. 수많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가 쏟아지고 다른 서비스의 기능이 월등하다거나 더 좋은 포인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 친구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은 일상에 자리잡게 되고, 책에서 소개된 텐센트 같은 기업처럼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것의 성공 여부는 또 다른 미래에 달린 부분입니다만, 사용자가 사용자를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콘텐츠 업계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해당 콘텐츠가 서로 연결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상품의 다각화, 익숙한 이름에 업혀가기 등으로 설명합니다. 저는 이를 국내 아이돌 기획사들의 브랜딩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명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SM, YG, JYP는 각각 아티스트를 육성 및 기획하여 시장에 내보냅니다. 그 아티스트는 인기를 끌고 해당 아티스트의 팬들은 뒤이어 나온 해당 회사의 아티스트를 연이어 응원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일명 '내리사랑'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팬덤 형성 과정은, 리스크를 안고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전반적인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에 동승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다시 생각해보기>
다 읽고 난 뒤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콘텐츠의 미래라기엔 '콘텐츠'보다 그 이상의 영역의 미래를 다룬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A라는 전투에 집착하기보다 전체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콘텐츠의 미래'라는 제목보다는 원제인 '콘텐츠의 함정 (The Content Trap)'이 좀 더 책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사례들로 주장을 강화하는 형태의 서술이었는데, 워낙 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어 논지를 강화한다기보다 사례에 집중하게 되는 역효과도 약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 논지 뒷받침에 충실한 사례들이었지만, 저자의 주장만을 위한 해석이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마 한국의 미디어 산업 현실이 달라 배경지식이나 책 읽기전의 마음가짐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지만, 사실 저의 경우에는 '현재' 자체를 이해하기만도 바빴던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부질없다고 생각한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A의 성공요인에 대해 B라고 분석했으나, B라는 요인을 가진 C라는 제품의 실패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D라는 제품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도 쉽게 점칠 수 없었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3차 산업혁명 이후부터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이 시점에는 더더욱 많은 이들의 눈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콘텐츠 산업은 결국 '사람'이 핵심이기 때문에 쉽게 예측하기도, 간단한 시스템의 프레임을 구축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일종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유사한 프레임을 구축하는 형태가 최선의 전략일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질적인 위협감을 주면서 동시에 내일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게 합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분명 소비자는 알아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 콘텐츠와 연결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이고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사례를 떠올리며 또 미래를 점쳐보며 읽을 수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