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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노트 - 기획에서 보고서 작성, 프레젠테이션까지! 현장에서 바로 써먹는
이성재 지음 / 길벗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전에 사실 '기획'이라는 건 광고나 컨설팅 쪽에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가 하는 업무는 매번 뻔하게 기안을 쓰거나 결과 보고를 하는 식의 루틴한 페이퍼 워킹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때문에 기획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 호기심이 생겨 선뜻 다가갔다가도, 공감하거나 쉽게 써먹진 못할 것 같다고 느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제 눈에 '현장에서 바로 써먹는' 이란 문구가 콕 박혀 <기획자의 노트>를 읽게되었습니다.
책과 처음 마주했을 때 살짝 기분좋으면서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책이 올컬러(?)같았어요. 사진들도 꽤 많아서인지, 책이 무겁진 않으나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첫인상은 호감이었어요.
책의 구성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성공적인 기획서 만드는 법, 실제 사례, 실전에 쓰이는 핵심 전략 등 3부와 프레젠테이션 스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부록, 그리고 앞 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이뤄져있습니다. 즉, 이 책 한 권이면 아이디어를 내고 문서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것까지 A to Z를 훑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자 이성재 님은 SK텔레콤의 브랜드 매니저로 시작, 벤처 사업을 거쳐, 광고계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HS애드와 대홍기획이라는 광고계 주요 기업에서 십여 년간 일하며 직접 부딪쳐 배우고 깨달은 바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프롤로그에 보면, 저자 본인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현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했다고 하는데 무척 와닿았습니다. 사실 커리어를 보면 그냥 '평범한' 분은 아닌 것 같지만, 그가 입문했을 때 느꼈던 고민을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정말 뛰어난 사람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인문학 전반을 통섭적으로 아우르는 '전략'을 찾고자 했던 건 저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책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광고계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전문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문장 역시 쉬운 편입니다. 볼수록 '실전 승부'에 딱 어울리는 책 같습니다.
앞부분에서는 이 책을 쓰게 된 배경같은 것들이 나오는데요. 저처럼 '나와 기획은 아무 상관없어' 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려는 분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기획자'라는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삶을 나는 것에도 아주 사소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 중 대다수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물건을 살 때에도 이것 저것 재고 따져보는 것처럼,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에도, 혹은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할 때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분석하고 장-단점을 고려하여 결과를 내게 됩니다. 저 역시 이때부터 마음이 점점 열리면서, 이 책을 통해 회사 업무에도 응용하고 개인적인 '자기계발 활동'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부 세 번째 장의 제목이 바로 '나쁜 기획서를 알면 좋은 기획서가 보인다'입니다. 이는 사실 많은 분야에 해당되는 메시지입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만 충실히 지켜도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뜻인데, 기획서뿐만 아니라 업무매너 같은 곳에서도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듯합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나쁜 기획서란 무엇일까요.
문제를 동어반복하는 기획서, 차별화되지 않은 기획서, 일방적인 기획서 등입니다. 책에서는 광고 위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우리의 업무에서도 한 번쯤 적용해보고 검토해볼만합니다. 특히 저자는 'MECE'를 강조하며, '기획자는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방향을 검토하고 그 각각의 방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파악하여 어떤 방향으로 가야 옳은지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거칠지만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의도와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않는 기획서가 '나쁜 기획서'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나쁜 기획서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무조건 반대로 하면 좋은 기획서일까요? 몇 가지 조건들이 더 필요합니다. 저자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로, 좋은 기획서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징을 여덟 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다, MECE한다, 저절로 외워진다, 타깃 규정이 독창적이다,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논리적이다 등입니다.
이를 종합해서 상상해보면, 단순하지만 힘있고 명쾌한 기획서일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흐름은 논리적이기 때문에 예상가능하지만 그 안의 인사이트나 아이디어는 진부하지 않고 생생하며 새로울 것 같지 않나요?
한편, 저자는 '브리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브리프란, 주로 광고대행사의 광고 기획자들이 주로 쓰는 문서로 광고주와 협의 후 상품 혹은 브랜드의 특징을 파악하고 시장 조사 등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여 작성한 결과물입니다. 광고 쪽 위주로 언급되어 있어 저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긴 보고서에서 핵심만을 요약하여, 보고서의 목적이나 배경, 주요 내용이나 향후 계획과 같은 '개요'를 정리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브리프가 단순한 '요약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해당 프로젝트 또는 업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나침반'이라고 말합니다. 이 '나침반'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브리프 양식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에도 대표적인 브리프 형식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아울러 자신만의 양식을 개발하고 책을 통해 공유합니다. 바로 SJ브리프입니다.
저자는 SJ 브리프의 항목으로 총 8가지를 제시합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목표, 그리고 시장에 대한 분석, 소비자에 대한 분석, 경쟁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 소비자, 즉 타깃을 재규정합니다. 재규정된 타깃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승리 전략을 세워야 하고, '왜 우리가 정답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이슈화 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있습니다.
2부는 이러한 8단계 브리프를 적용한 실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저자가 직접 참여한 사례인지 단계별 내용들이 생생하게 와닿으면서 재미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분석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 다른 곳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SJ 브리프의 핵심이 '타깃 재규정'이었다면, 재규정된 타깃을 우리 편으로 유인할 '승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책에서는 브랜드의 위상에 따라, 카테고리를 이용하여, 행동경제학에 맞춰, 소비자의 일상생활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보편적 믿음을 이용함으로써 등 크게 다섯가지로 상황이나 특징을 구분하고 그 각각에 맞는 3~5가지 방법들도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략'은 브랜드의 위상에 따라 쓰는 전법 중 하나인 '패러다임 시프트 전법'입니다. 3부에서는 해당 전법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어 구체적인 '광고', '캠페인' 사례를 통해 다시금 풀어서 설명합니다.
패러다임 시프트 전법의 사례로는 여러분 모두 아실 듯한 '애플'의 1984 슈퍼볼 광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사례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총 3부에 걸친 좋은 기획서의 조건, 좋은 기획서를 쓰는 비법, 그리고 그에 따른 '브리프 작성법'과 이 작성법을 적용한 실제 광고 사례들, 실전 기획에서의 승리 전략 등 말 그대로 '기획자의 노트'를 톺아보고 나면 끝~!이 아니라 '부록'이 남아있습니다.
소제목에서처럼 특히 이 부록 부분이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 역시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실제 업무에서의 활용도 또한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록' 부분은 사실 부록이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앞서 정리한 내용과 전반적으로 연계되면서 실전에 도움이 될 만한 '꿀팁'들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노하우는, 기획서의 앞뒤가 물려있어야 한다, 내 말의 흐름대로 스토리텔링하라, 장표를 외우고 접속사를 생각하라 등입니다.
이어 발표스킬로 손동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시선처리나 몸은 어떻게 두어야 할지 와 같은 사소한 것 같으면서 실제 마주하게 됐을 때 무척무척 고민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원칙을 소개합니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자 발표 스킬의 마지막 항목을 다룬 페이지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청중과 눈을 맞추고 청중과 소통하며 청중을 배려하는, 오로지 '청중 중심'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가, 막상 '사람들은 당신의 발표에 큰 관심이 없다'는 문구를 들으니 잘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괜히 반발심도 생깁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읽다보면 진짜 뜻을 깨닫게 됩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인 셈입니다. 살면서 부끄러운 일을 겪거나 신경쓰이는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조언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고요. 이는 우리를 좀 더 담대하게 만들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획자의 노트>라는 책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실 저만 알고, 숨어서 보면서 알맹이를 쏙쏙 뽑아 활용하고 싶은 책입니다. 제목에선 '노트'라고 되어 있지만, 일종의 '정석'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획의 A to Z를 총 망라한 '한 권으로 끝내기'와 같은 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개념은 본질에 가까워서 꼭 광고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례는 광고에 한정되어 있지만,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편입니다.
광고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처럼 광고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도 일상을 보내는 모든 순간이 전략의 결과라고 생각하신다면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