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읽을 때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변신 모티브, 그것은 독자가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소설적 장치로 보인다. 상상해보라. 당신이 어느 날 매미로 변했다면 어떤 삶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설정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를 주고 있다.

'순수 미학소설의 극단을 추구한다' , '저주받은 걸작' 이러한 수식어는 기존 최수철의 작품 뒤에 나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 같다. 변신 모티브의 설정도 그렇지만 소설의 어투도 기존보다 쉽게 씌여졌다는 게 읽어본 사람들의 얘기다.

단순히 대중을 위한 시도라기 보다는 주제를 적절히 형상화시킬 수 있는 형식을 확보했다는 게 작가의 의도며, 이번 소설은 분명 그러한 점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기존보다 쉽게 읽혀지기는 하지만 주제에 있어서 진지한 성찰은 여전하다. 지리멸렬한 일상의 연속인 인간의 삶에서 신화적인 세계를 경험했고 낯설고 기괴하리라 믿었던 매미의 삶에서 오히려 일상적인 단조로움 속에 묻혀 있다는 고백은 아직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소설 곳곳에 이러한 작가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남아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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