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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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꽤 정적인 분위기를 느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의 출판연도가 1986년이었다. 아무리 고립된 산 속의 산장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놀 거리가 없고 아날로그적일 이유가 있단 말인가라든가 의아하던 지점들이 단숨에 해소되었다.

책의 시작점은 단순한 편이다. 여행 중이던 오빠가 자살을 했다는 산장에 그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은 여동생과 그 친구과 함께 방문하면서다. 소설의 앞쪽에 이들이 어떻게 산장에 합류하게 되는지, 또 여동생이 친구에게 동행을 설득하는 과정이 제법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앞부분이 캐릭터의 언행에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단락이었음을 깨닫고 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흡 분배에 경탄할 수 밖에 없다.

이 작가의 작품을 팬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종 읽을 때마다 세심한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느끼고는 한다. 그의 추리소설은 상황이나 트릭보다도 거기에 처해진 캐릭터들의 숨결 덕분에 더 치밀하고 생동감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마더구스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수수께끼 같은 마더구스의 해석에의 차이가 주는 맛도 있다.

에필로그까지 여운이 남는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고립된 장소이기에 추리의 맛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인물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인데도 인물들이 어느 쪽에 크게 쏠리지 않고 다양하게 조명받는다는 점과 탐정의 역할이 스무스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작품이 연작으로 나왔다면 아주 흥미로운 콤비물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을 알지는 못해서 아직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혹시 연작이 있을까?

아직 찾아보지 못한 시점에서 연작이 아니라는 가정을 하고 생각해보면, 출판연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을 거란 예측도 든다. 아마 그런 이유로 등장했던 또, 행적을 보인 캐릭터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어서 그렇다.

그래도 순식간에 몰입해서 이 산장의 쌓인 눈이 녹기를 바라게 되는 차갑지만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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