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P 소설 : 산책하는 침략자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2
마에카와 도모히로 지음, 이홍이 옮김, 최재훈 그래픽 / 알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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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독일: 2019. 11 .25


이 책을 읽어서 가장 좋았던 건 내가 크툴루 세계관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호러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크툴루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호러다. 다만 코즈믹 호러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나는 SF를 좋아한다. 정확히 아직 그 안에서도 무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기엔 식견이 너무 낮아서 얘기하긴 어렵지만 말이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단순히 호러라고 생각한 크툴루 세계관이 사실은 SF라는 걸 알게 됐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미지에 대한 공포,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 이 소설은 내가 크툴루 세계관에서 느꼈던 것들을 비슷하게 제시하면서도 이건 SF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

소설의 엔딩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나루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건 내가 생각하기에 '사랑'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게 사랑이라고? 이걸 정말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소설의 스포가 될까봐 간략히만 쓰자면, 나는 존재의 유일함을 믿기 때문에 그 존재의 유일성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면 그 존재는 다른 존재인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루미가 마주한 것은 정말로 동일한 존재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의문의 시작은 나루미가 소설 후반부쯤 어떤 존재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느낀 감정때문이었는데, 지금 차분히 생각해보면 그건 어쩌면 독점욕이나 집착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 존재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루미는 그 존재에게 그 존재가 맞는지를 몇 번이고 확인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는 나루미가 그 존재가 그 존재이기를 확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그 존재는 그 존재가 아니다. 나루미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루미는 계속해서 확인을 한다. 그렇다면 나루미는 다른 존재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루미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루미가 사랑을 했다고는 얘기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루미는 그 존재에게 다른 이름을 붙였어야 한다. 적어도 그 존재에게 그 존재이기를 바라는 확인을 해서는 안됐다. 나는 나루미의 사랑이 일관적이었다고 믿기 어렵다. 솔직히 그건 어쩌면, 바람이라고 불러야 한다. 보이는 것만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바람.

참, 제목과 표지는 정말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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