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서보경 지음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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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경의 "휘말린 날들"을 읽었다. 이 책은 HIV와 감염, 그리고 질병을 다룬다. 나는 이 책으로 하여금 지구는 둥글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지구는 삐죽삐죽하고, 우툴두툴하다. 그래서 사람과 함께 나아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휘말릴 운명에 처한 곳이다. 나는 책 속에서 다른 어디도 아닌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사는, 살았던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져온, 지구가 언제까지나 둥글기만을 바라는 이들이 행해온 결벽증적인 압박을 마주했다. 그리하여 HIV는 퇴치되고,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이 있다.

"건강은 면역의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방어력이 주는 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라 '반응의 가능성을 조정하는 핸들'로 작동할 뿐이다. 따라서 진정 '건강한 생명, 즉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신뢰하는 생명은 휘어질 수 있는 생명이자 유연한 생명, 거의 부드러운 생명이다.'"

누가 내게 올해 가장 잘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서보경의 "휘말린 날들"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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