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 20편의 글, 187의 사진으로 떠나는 우리. 도시. 풍경. 기행
강석경 외 지음, 임재천 사진, 김경범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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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은 단숨에 읽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끼듯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
각 도시의 사진이, 풍경이 아스라한 분위기로 실려있어서 더욱 그랬다.
내 습관이기도 하다. 좋은 건, 뭐랄까, 아끼는, 그런...
맘에 드는 책의 경우 금방 읽어버리면 그 다음에 읽을 게 남아있지 않은 허전함을 미리 염려하는...그래서 두고두고, 오래 손에 잡고 계속 읽고싶은 마음. 

`당신의 마음 속 도시는 어디입니까? `로 시작하는 이 책은 스무명의 작가들이 `내 마음 속의 도시`를 이야기했다.
서울, 인천, 춘천, 강릉, 태백, 삼척, 속초, 보령, 전주, 남원, 목포, 여수, 순천, 제주, 부산, 진주, 통영, 대구, 안동, 경주, 등등... 
스무 군데의 도시 중 내가 자란 도시도 있고, 내가 아는 도시도 있고, 가 본 도시도 있고, 또 아닌 곳도 있다.  

각 도시마다 그려지는 내 마음의 풍경을 여정삼아 가보고싶다는 바램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현실은, 실행하지 못하여 마음의 풍경만으로 갖고 있지만...그런 자유롭게 상상하는 행복감에 좋았다.
책 읽는 즐거움과 행복. 소망 같은 바램이 생기는 것... 글과 사진을 보면서 가고픈 바램으로 상상의 자유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그리고 언젠간 이 내 마음의 풍경과 감상을 여정 삼아 실제로 따라가보리. 그래봤으면...하는 생각에도 행복한.

 
어느 때엔 마음이 안 좋아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이 책을 손에 잡고 읽기도 했었다. 

목포를 읽는 차례였고 글쓴이가 서영채라는 분인데, 그 글이 참 좋아서, 얼마나 좋던지, 읽는 동안 울적했던 마음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면서 그러는 동안에 저절로 스르르 내 마음이 다스려졌다.책에서 얻는, 생각지도 않은 위안... 

내 고향, 내가 아주 어릴 때에 살던 서울의 전농동 집과 그 동네 풍경이 떠올려지면서...모락모락 하염없이 피어오르는 추억의 시간속으로 꿈꾸듯이 들어가면서...지금의 내 시간을 잊으며 행복감이 가득해지는 거였다.
 
실상 이 책에 실린 서울의 글과 사진은 내 마음에는, 남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내 마음에 남는 글은 오정희의 춘천 글, 재연스님의 남원 글, 그리고 서영채의 목포 글.

오정희씨는 춘천을, 가만가만 숨쉬며 몸 일으키는 소리, 어디선가 흐르는 물소리 같은 것이 마음 안으로 스며드는 도시라고 감상했다.
흰 비단폭 같은 안개로 피어오르고 강가에 줄지어 선 메마른 나뭇가지에 눈물 같은 꽃을 피운다고.
나에게 춘천은 어려서부터 몇 번이나 가봤던 곳이라서 내 마음에 더 가까이 닿는 곳인데...아련한 느낌으로 추억하게 해주는 오정희씨의 글을 읽으며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연 스님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스님의 글`로 생각하면서 읽다간 글이 예사롭지 않고 좋아서 인상깊다. 실상사 주지스님인데 알고보니 등단도 하신 분.  
실상사엔 작년에 갔었다. 이 책을 그 전에 읽었더라면 내가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지스님을 안 뵈어도 경내에서 느끼는 풍경에서 스님의 글이 떠오르면서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내 책읽는 습관, HB 연필로 줄을 치면서 읽은 재연스님의 남원 글 중에서 하나는,
"우리네 중생계가 애시당초 애매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은 뿌연 연막 속에 숨기도 하고, 잘못 그려놓은 자화상 속에 빠져서 꼼지락거리는 스님 같은 중생도 있어서 그리 된 게 아니겄소?"

 
목포를 쓴 사람은 문학평론가 서영채. 

이 분 역시 이 책에서 처음 알았는데...아, 글이 참 좋았다.
밑줄 그어 놓은 글 중 하나...

그 사랑이 있어 내 눈앞에 떠오르는 목포의 거리는 언제나 환한 빛으로 가득했었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불현듯 그 빛이 나타날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에에 나는 얼마나 설레었던가. 오로지 예감만으로 끝나버린 그 빛의 존재로 인해 나는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각 도시마다 느낌과 감상이 다르게 쓴 스무명의 작가의 글도 좋고, 오래 여운을 남겨주는 사진도 많이 담겨져서 좋다.
두텁기도 하고 무거우면서 값도 꽤 되지만, 내 마음의 좋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픈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 `다 읽고 나서 행복했다` 라고 책 표지 안에 적어 놓았다.

 
(이 책을 낸 사람 임재천 사진작가에게 고마움이 들면서 기획에도 박수~)

 200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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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n 2010-12-1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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