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 배반의 역사로 잃어버린 궁극의 맛을 찾아서
김현진 지음 / 난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먹는다‘는 간단하고 친숙한 동사를 한 권의 풍성한 만찬으로 만난 기분이다.
워낙 다양한 종교적 문헌과 철학사를 뛰어넘는 서술때문인지, 다소 현학적으로 느껴저서 어렵게 읽다가 흐지부지 됐던 책이었는데, 같이 공부하는 모임 덕에 제대로 밑줄치며 읽게 됐다.

이 책은 몇가지 질문들을 가지고 시작한 책인 것 같다.
풍족한 먹거리 속에 사는 지금 사람들은 ‘잘 먹고‘ 있는가
잘 먹는다는 건 무언가.
왜 사람은 먹어야만 하는가,
먹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등등

아마 이런 질문들일 것이다.
굳이 세상 어렵게 사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독립영양인간이라는, 다시 말해 음식을 안먹고도 사는 사람이 전 세계에 3천명이나 있다는 기사를 보거나, 이젠 고전처럼 되어버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본다면 그냥 대충 넘길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한번쯤 고찰해야할 ‘먹는‘문제 이다.

흔한 말로 사람은 먹기위해 살거나 살기위해 먹는데, 어찌됐든간에 먹는 문제는 삶을 결정하는 것 중에 큰 것임에 틀림없고, 결국 이 먹는 이야기는 사람은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도 직결된다.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시대에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고 습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면서, 먹을 것이 풍요롭다고 아무거나 먹어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먹을 것이 풍부할 수록 좀 가려서 먹어야 하는 건 아닐까.

사실 이런 생각들을 좀 더 확고히 하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서였음을 고백한다.
이 책에서는 섭식의 역사와 문화(특히 종교적)배경을 세밀히 탐구하고 있다. 성경과 불경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전문헌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정리하고 있고,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욕망이, 다시말해 전지전능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먹거리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역설하며 이런 인간의 욕망은 파괴적인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가 들불처럼 퍼지며 심지어 인간에게 해가되는 사건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건의 배경에는 공장식 사육도 한몫 한다는 건 이미 많이 이야기 됐다.

저자는 ‘우리 식탁의 딜레마가 있다. 삶이 위해 만들어진 식탁이 사실은 주검들의 무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p.247)‘이라고 말하며 지금의 현실을 꼬집는다. 그리고 채식(정확히는 육식절제, 내지 비(非)육식을 권한다. 저자의 단순한 깜냥이나 이상적 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찰음식에서부터 할랄 푸드, 오신채, 그리고 술에 대한 고찰까지.. 다양한 섭식을 고찰하고 낸 결론으로 보인다. 그 결론을 따르고 안따르고를 떠나 숙고해볼 문제인 건 확실하다.

한편 저자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채식을 하자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밥상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점점 더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조금 현실감 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보루는 밥상‘이라고 이야기 한다(p.157). 밥을 같이 먹는 것 부터가 화해와 대화의 시작이고, 좀 거창하게 말하면 사회 통합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실제로 구현한 사람들이 예수나 붓다를 비롯한 성자들이었다. 예수와 붓다 모두 차별없이 누구와도 밥을 먹었고, 그래서 제자들과 공동체를 이뤘다. 더해서 식사를 마련하는 일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이기에 그래서 성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부엌에서 음식마련하며 고생하면서 성자의 반열에 오른 유프로시누스의 일화가 울리는 감동은 적지 않았다. 음식 해주는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워질 정도다.

이 밖에 이 책에서는 섭식과 관련된 다양한 종교의 일화들이 포괄적으로 담겨있어 종교에 관심이 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저자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으니 직접 저자를 만나는 기회를 가져도 또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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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질문은,
- 영화 데몰리션맨 같은 데서 보이는 알약음식을 어떻게 봐야할지..
(그런 음식(같은 것)은 보통 생명을 죽이지 않고, 영양분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걸 전제로 상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만 먹으면 배도 부르면서 영양소도 흡수하고, 한편 동물을 죽이지도 않게 되는 상상... 그래서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은 ‘친환경‘을 내세우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 알약 음식이 조금 멀다면, 가까운 미래에 곤충음식이 이후에 각광을 받을 거라고 하던데, 저자는 곤충 음식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피를 흘리는 포유류보다 곤충류를 먹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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