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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김후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읽고 가슴 속을 답답히 채우던 나의 분노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힐러리라는 인물을 명석한 두뇌와 치밀하게 짜인 계획으로 남자를 이용하는 여자로 그려서였을까? 책 속의 모든 것들이 여자와 남자로 구분되었끼 때문일까?
여자로서 여자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현실 속에서 앞으로 쏟아져오는 오만과 편견, 차별을 걸러내기 위하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을 때처럼, 또 책 속에서 무분별하게 특정 성별의 우월함을 드러낸다면 설사 그것이 여자일지언정 우리는 화를 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책을 들기 전에도 그런 고민에 시달렸고, 책을 읽는 내내 그러하였다. 불멸의 '인간'들이 아닌 불멸의 '여인'들이었고, 남성 위주의 글을 읽어왔을 나로서는 확 바뀐 이들의 시각을 따라가기로 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몹시 행복했다. 비록 후세에 무시 받고 가려지고 왜곡 되었으나, 당시에 당당하고 대단한 여인들의 일생을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그의 업적을 듣는 일이란, 신선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도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수많은 차별과 언짢음을 안고 있으며, 또 우리가 상처 주지 않은 것까지 보듬고 미안해해야 할 마음이 들게 한다. 여자와 남자, 그 굴레는 인간이란 하나의 생명체를 떠나 큰 장벽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그녀들의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반면에 파격적이었다.
마음 속 깊이 쌓였던 먼지들을 날려 보내주고, 말로는 섣불리 표현하지 못할 과거의 순간들을 재정비해주는 순간이었다. 불멸의 여인들, 모래바람과 뭇사람들의 손가락질, 꺾이고 엉킨 역사와 눈물 속에서도 절대 죽지 않을 여인들. 다만 이 이야기들 속에도 허점은 있다. 그 시각의 작은 편견은 여러 책에서 버리지 못한 천덕꾸리기 인듯 싶다. 남자. 보잘 것 없는 여인들이, 혹은 지성은 훌륭하나 외모는 떨어지는 여인들이, 당대 높은 자리의 남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그 여인이 '불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남자를 이용해, 혹은 함께 무엇을 이루어낸다고 해서 '불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불멸'의 여인은 당당해야하며, 또 그 실력이 스스로의 것이며,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남자로 야망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며,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은 아니나, 당당한 여인'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더 위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본래 책을 소개할 때 정복이라는 단어보다 '유혹'이란 단어가 더 치명적이다 했으니, 불멸의 남자들을 그렸다해도 여자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당당함이다. 실력을 갖추어 당당해야 한다.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실력을 쌓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차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래도 여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철분 뿐 아니라 당당함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당당히 서있는 여인들의 모습은 낯선 것이 아니며, 더욱이 우리는 이들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되 우월하다고 소리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우리는 모두 '불멸'이 될 당당함을 갖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