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무엇이든 알면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듯싶다. 막무가내라 생각했던 사람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무지했던 것들에 대한 지식이 늘면 늘수록 풍요는 더욱 진해진다.   
  이 책은 알지 못해 사랑을 주지 못 했던 우리의 자연을 계절별로 소개한다. 계절을 소개하는 말이 아름답다. '영혼이 꽃피는 봄, 새로이 사랑을 선택하는 여름,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가을, 보이지 않아 더 뜨거운 겨울'이란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참 책이 예쁘다. 표지 디자인부터 본문의 아름다운 사진들과 생명력 있는 문장은 자연이 가진 열정을 다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나를 기다리는 사랑스런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무심코 책 펴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본문은 존댓말로 이루어져 조곤조곤 일러주는 느낌이다. 딱딱한 문장과 자연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여 변화를 준 것인지 모르지만, 오히려 내겐 그것이 불편했다. 생명 편지라는 것을 감안해봐도 그러했다. 다른 책들의 어체에 익숙해진 탓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알면 사랑한다」 라는 어체로도, 충분히 교훈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숨을 쉰다. 삭막한 세상에도 귀를 기울여 여유를 찾으라는 그 외침을 이젠 안다. 그러므로, 그들을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난 서울, 그리고 서울

 

 

 아마미야 카린이란 일본 여자와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함께 한 이 책. 아마미야 카린을 몰랐고, 우석훈의 책을 읽지 않았어도 '성난 서울'이란 책의 제목, 그리고 일본과 한국이 만났다는 것만으로 매력적이었다. 곧 폭발할 것 같은 서울을 고발과 도쿄를 고발하고, 혹은 대조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해 줄 책인 것 같았다.

 표지에 나와있는 '아마미야 카린'의 사소하고 훌륭한 행보를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초등학교 때 레즈비언 행동을 했으며, 사춘기 시절에 가출을 일삼았고, 한때 인형작가를 지망하다. 대학입시에 떨어져 재수할 무렵에는 아르바이트 일터에서 며칠 만에 해고되는 일이 거듭되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기도하다.

 본문은 여러 흑백사진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음울하나 어둡지만은 않은 과거와 오늘의 이야기를 그리고 우리들의 '성난 서울'을 외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하고 기대하고 있다면, 해 줄 말은 "읽어 보세요"라는 것 뿐. 도서관에서든, 빌려 보는 것이든, 어떤 형태로든 이 책을 읽어본다면 머리와 가슴에 뜨겁게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아마미야 카린의 그 발랄함을 빌려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김후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읽고 가슴 속을 답답히 채우던 나의 분노는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힐러리라는 인물을 명석한 두뇌와 치밀하게 짜인 계획으로 남자를 이용하는 여자로 그려서였을까? 책 속의 모든 것들이 여자와 남자로 구분되었끼 때문일까?
 여자로서 여자에 관한 책을 읽을 때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현실 속에서 앞으로 쏟아져오는 오만과 편견, 차별을 걸러내기 위하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을 때처럼, 또 책 속에서 무분별하게 특정 성별의 우월함을 드러낸다면 설사 그것이 여자일지언정 우리는 화를 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책을 들기 전에도 그런 고민에 시달렸고, 책을 읽는 내내 그러하였다. 불멸의 '인간'들이 아닌 불멸의 '여인'들이었고, 남성 위주의 글을 읽어왔을 나로서는 확 바뀐 이들의 시각을 따라가기로 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몹시 행복했다. 비록 후세에 무시 받고 가려지고 왜곡 되었으나, 당시에 당당하고 대단한 여인들의 일생을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그의 업적을 듣는 일이란, 신선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도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수많은 차별과 언짢음을 안고 있으며, 또 우리가 상처 주지 않은 것까지 보듬고 미안해해야 할 마음이 들게 한다. 여자와 남자, 그 굴레는 인간이란 하나의 생명체를 떠나 큰 장벽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그녀들의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반면에 파격적이었다.

 마음 속 깊이 쌓였던 먼지들을 날려 보내주고, 말로는 섣불리 표현하지 못할 과거의 순간들을 재정비해주는 순간이었다. 불멸의 여인들, 모래바람과 뭇사람들의 손가락질, 꺾이고 엉킨 역사와 눈물 속에서도 절대 죽지 않을 여인들. 다만 이 이야기들 속에도 허점은 있다. 그 시각의 작은 편견은 여러 책에서 버리지 못한 천덕꾸리기 인듯 싶다. 남자. 보잘 것 없는 여인들이, 혹은 지성은 훌륭하나 외모는 떨어지는 여인들이, 당대 높은 자리의 남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그 여인이 '불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남자를 이용해, 혹은 함께 무엇을 이루어낸다고 해서 '불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불멸'의 여인은 당당해야하며, 또 그 실력이 스스로의 것이며,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다. 남자로 야망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며,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은 아니나, 당당한 여인'들'의 모습을 그렸다면 더 위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본래 책을 소개할 때 정복이라는 단어보다 '유혹'이란 단어가 더 치명적이다 했으니, 불멸의 남자들을 그렸다해도 여자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당당함이다. 실력을 갖추어 당당해야 한다.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실력을 쌓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차별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래도 여자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철분 뿐 아니라 당당함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당당히 서있는 여인들의 모습은 낯선 것이 아니며, 더욱이 우리는 이들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되 우월하다고 소리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우리는 모두 '불멸'이 될 당당함을 갖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제목을 쳐 보니, 참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된 책들이 나온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원작 소설로까지 이어져 고공행진을 하고 있나 보다.

 

  나도 텔레비전에서 이 책의 이름을 접했고, 영상엔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아는 사람도 영화가 보고 싶다고 말했고, 내용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 무렵 읽고 있던 <뉴문>과는 달리, 남 주인공의 시간이 거꾸로, 즉 세월이 흐를수록 젊어지기에 사랑이 접점이 한 순간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뉴문>은 항상 17살인 에드워드에 반해, 18살 생일을 맞는 벨라의 침울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은 경우, 그 보다 비극성은 더 진했다.

  <뉴문>의 벨라는 나이가 점점 먹는다고 해도,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녀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늙고, 변해간다. 에드워드의 나이가 멈추어 있다는 것에 슬픔은 있어도 벨라도 언제 나이가 멈추어 질지는 모를 일이다. 그녀도 뱀파이어가 될 활률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벤자민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어려져, 결국 아이가 되는데 반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보통 사람과 같이 나이를 먹는다. 여인이 성숙해질수록 벤자민은 젊어지고, 여인이 노인이 되었을 때는 그는 노인을 이해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되는 것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책에 당첨되었을 때, 그리고 도착했을 때, 둥둥 뜨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알려져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이라는 사실도 놀라웠고,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읽어야 집중을 잘 할 수 있기에 꼭 먼저 읽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단편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금방 읽고 나서 영화도 조금씩 보게 되었는데, 사실 아리송하다. 책과 영화의 주요 내용과 인물들이 몹시 다르다는 점에 있어서다.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이 짧고 주요사건이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서둘러 영화를 본 것도 그 탓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예고편에선 그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으로 그려진 반면, (그러나 영화를 보는 요즘도 그 점에 있어선 잘 모르겠다) 책에서는 태어나서부터의 이야기가 그냥 주욱 써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과 영화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듣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을 때의 우리가 한 상상이 더욱 독특하다. 그것은 뻔할지 몰라도, 벤자민의 아련한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젊어지는 것이 불안함으로 다가오는 그에 대한 연민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서 벤자민은 쉽게 사랑을 놓치고, 설사 그것이 나이가 젊어지는 이유때문일지 몰라도 텁텁하게 느껴짐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부분들이 추가되었고 때론 덜어졌다. <트와일라잇>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책이 최고다 싶은 나였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영화에서 더욱 간절한 듯하다. 하지만 담담히 그의 일생을 그린 원작도 영화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정도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원작소설과 바탕 영화라는 관계를 떠나서, 다르게 보고 느껴야 할 부문인 것 같다.

 

  2009.3.2 야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리 크리스마스 아프리카 - 꿈꾸는 사진가 오군의 아프리카 트럭 여행
오세영 글.사진 / 나무수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책.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열어보곤, 그동안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하였다. 우리에겐 머나먼 아프리카의 고장이 그 공기, 그 느낌 그대로 한국의 책상 위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에선 강아지 발자국이 찍힌 아기자기한 트럭이 신비의 나라를 찾아 열심히 바퀴를 굴리고 있고, 그 위론 현실이라곤 믿을 수 없는 온갖 푸른색과 흰색 물감이 흩어진 하늘이 말 그대로 살아있다. 자유로운 하늘.

 

 예쁘게 디자인 되어 여행가이드북이나 화보집 같아 보이는 이 책은 아프리카를 지구본을 돌려보며 상상할 우리들도 그렇지만 작가 본인의 또 다른 발견에 대해서 서술해 놓은 느낌이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 어느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변해가는 작가의 생각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 그 곳의 공기를 느껴보기 위해서 사진 속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숨을 들이쉬고, 칼칼하고 진한 흙 냄새와 맑은 하늘이 한 꺼번에 숨 쉬어지는 듯하다. 메리, 아프리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