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피 민음 경장편 1
김이설 지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읽은 이 책의 정서를 다시 불러본다.

하루 만에 읽은, 얇은 두께의, 붉고 악한 피로 물들어 보였던 책.

이 책을 손에 쥐고 흘린 땀과 두려움 때문에 책을 다 읽은 후에 쉽게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피는 못 속여.

이 한 문장은 그들을 절망에 몰아 넣는다.

상대방과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나쁜 행동의 공통점을 찾아 무심코 던지는 말.

'나쁜 피'라는 제목의 이 책도 혈육과 자신에게 발견되는 성향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 나, 조카의 몸 속에 흐르는 나쁜 피.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어디까지가 나쁜 피로 정의되고 있는 인물인가 분류하기 어렵다.

같은 피로 묶인 집단이 등장하지만, 그완 상관 없는 다른 이들도 또다른 '나쁜 피'로 살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믿었던 사람, 충격적인 멍을 드러내고, 깊은 곳까지 어두운 그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폭력적인 성향과 함께 그들의 생활 모습 그 자체에도 충격을 받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증오를 참고, 표출해내는 그 환경.

노골적인 대사 몇 개가 일상에서 가만히 떠오르곤 한다.

 

붉은 표지, 그 거추장스러운 피를 벗기니 보이는 건 여리고 흰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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