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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샘물 ㅣ 돌개바람 46
임어진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5월
평점 :
처음 세상이 생겨날 때 여신이 산이며, 강, 바다를 만들었다는 신화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여신 창조 신화가 현대에도 새로이 소환되어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되면 참 좋을 텐데, 아쉬움을 갖고 있다 만나게 된 <마고의 샘물>이 반가웠다.
세상 아이들의 생명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마고의 샘물이 동네 목욕탕을 통해 열려있다니... 샘물과 동네 목욕탕이 갖는 물의 생명 이미지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에겐 수영장만큼이나 넓어보이는 해수탕이 생명 에너지로 충만한 물의 공간을 지나 마고의 아이들이 있는 공간으로 데려다 준다.
여기서 판타지 공간이 주인공 아리 눈에만 띄었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누구나 유아기를 거치며 누군가의 손에 의해 돌봄을 받는다. 그에 비해 생명을 가꾸고 돌보는 일은 기꺼이 하게 되는 일은 아니다. 아리가 판타지 공간을 발견하는 눈 밝은 아이라는 데서 아리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샘물 섬에 도착해 생명을 담은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나서 스스로 원인을 찾으려고 나선 것을 보면 아리가 마고의 아이이며, 새로운 여성 영웅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아리는 자기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것을 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힘을 뒷받침 하는 것은 엄마이며,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로 이어진 역사였다. 생명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고, 도움 요청에 기꺼이 달려오는 것, 그리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고 지혜를 모으는 것. 이런 힘들이 모여 생명이 지켜지고 이어지게 되는 것 아닐까.
지금은 너무 고단해서 잠들어 있는 여신 마고님은 이렇게 힘을 합쳐가는 아리와 우리를 보며 훗날 잘했다고 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인사해! 우리 외할머니랑 엄마, 세상 아이들 숨을 돌보는 마고의 샘물 섬을 잘 지켜 내신 분들이야. 너네 생명 꽃도 덕분에 이제 싱싱하게 잘 자랄 거야."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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