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저희는 일부러 눈에 잘 보이는 간판을 달지 않았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찾기 어렵도록요. 숨은 집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가게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는 사전에 알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둘러보시는 것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거든요. 지나다 불쑥 들른 분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면 마음먹고 여기로 걸음 하신 손님들이 가게를 둘러보실 때 긴장하게 되니까요.
나는 음식을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부분을 먼저 먹기보다 아꼈다가 맨 나중에 먹는 유형의 사람이고 무엇엔가 돈을 쓸 때 내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치를 훌쩍 넘겨버리면 미련 없이 포기했다. 오늘 누리기 위해 내일을 포기하기보다 내일을 위해 오늘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40대에 이르니, 때로는‘합리적인 소비‘ 같은 것을 깐깐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순수히 마음이 끌리는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