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 사회 - 냉소주의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망가뜨렸나
김민하 지음 / 현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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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책은 큰스승의 [냉소사회]가 되었다.


이 책은 냉소와 열광이 '열등감'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열등감 덩어리의 양면이라는 직관과 통찰에서 시작된다. 냉소든 열광이든 이런 걸 알아보는 나, 라는 의식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태도다.


하필 JTBC 보도윤리가 논란이 된 날이다. 누군가(네티즌 1인이 아니고 뭔가 글쓰기나 학문에 적을 둔 누군가였다.)의 비판을 두고 손석희에 대한 열등감이라는 댓글을 단 사람들이 많았다. 스펙만 놓고 보자면 한국에서 손석희를 이길 자가 몇이나 될까. 동안의 호남에 젊은 시절부터 메인 뉴스 간판 앵커가 되었고 이제는 JTBC 사장이 되어 공신력과 영향력 1위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면 열등감을 느껴야 하나. 댓글들이 말해주는 건 그들 자신이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보도윤리와 손석희를 비판할 자격이 무슨 상관인가.


책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 책은 '열등감'보다는 '열등감'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토론과 비판 문화, 크게 보아 정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기도 할 테다.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하며 "읽어주지 않는 기사"를 쓰고 "뽑아주지 않는 정당"에 복무하는 저자의 피로감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진정한 무엇이 거기 있다고 당위와 명분을 주장하는 진보정치를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짠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주장과 실천을 일치시키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큰 스승 김민하 님의 책에 모두들 '구매 의사 있음'을 표시해 주세요.


덧1. 주된 내용과 별개로 '주체의 연속성'과 '메시지의 일회성'이라는 SNS의 특징이 우리 일상과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덧2. [냉소사회]라는 제목이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이 친구가 정치를 모르네!]나 [열폭과 정치] 정도도 괜찮았을 것 같다.

덧3. 언급은 하지 못했지만 '소비주의'도 중요한 키워드이다.

저항의 논리는 대개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절될 수밖에 없지만, 통치의 논리는 그보다는 체제 운영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우선한다.(180쪽)

다시 한번 설명하지만 정치는 저항의 논리를 동원해 통치를 쟁취하는 것이다. 여기서 ‘통치‘란 정치인이 갖고 있는 노선을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틀 안에서 관철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없다‘라는 냉소적 관념은 이런 규정을 거부한다. 이들의 규정 안에서 정치는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로 이름 붙여진 어떤 각축장 안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에 불과하다.(199쪽)

그런데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실상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차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자는 것, 즉 열광을 유지하기 위한 판단 중지를 선택하는 거다.(208쪽)

결국 어떤 정치가 승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회 현상에 대한 진지한 해석과 성의 있는 비평, 이를 하나로 꿰어 맞출 수 있는 정치적 직관이다. 이것은 어떤 종류의 시대정신을 구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을 구하기 위해 정치인은 끊임없이 대중과 부대끼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대중의 일원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치의 주요한 또 다른 한 축이다. 그런데 ‘수권 능력‘을 키우자는 담론은 이런 과정 자체를 ‘운동‘의 영역으로 밀어놓는다. "이 친구가 아직도 정치를 모르네!"라는 핀잔은 결국 정치 없는 통치의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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