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이어달리기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선주 지음, 김소희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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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의 화장은 이제 특별한 경우가 아니게 되었다. 단순히 입술 화장만 하는 것을 넘어서 전문가 못지않게 화장실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도 토론 활동 시간에 학생이 화장해도 되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에는 학급 규칙을 정할 때 화장에 대한 규칙이 항상 나온다. (다만 할머니와 나의 이어달리기에 나오는 모습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남자 초등학생들은 늘 화장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내가 한다는데 왜 니가 반대하냐?’며 싸운다.)

하여튼, 주인공 혜지도 화장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화장을 하지 않는 고모를 보며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을 한다.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한참 미투운동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코르셋 논란. 탈코르셋과 그것을 불편하게 보던 사람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웃던 시선까지.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옮겨 담았다.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좀 더 생각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혜지의 할머니가 아이를 낳고 걸어야 했던 길이 가시밭길이었다면, 그 길이 너무 아파 도망친 것이 과연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자식을 두고 떠나야 했던 그 심정까지 생각하면 어디를 걷더라도 가시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혜지의 엄마와 혜지로 이어지며 그들이 걸어야 했던 가시밭길은 그들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 가시의 뿌리는 우리 사회 깊숙하게 박혀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그 가시밭길. 우리가 같이 걷는 건 어떨까? 맨발로 걸어야 해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 사람도 있겠지만 튼튼한 신발을 신고 있어서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같이 걷고 밟아서 가시가 무뎌지게 하면 어떨까. 그러면 더는 아픔의 바통을 다음 세대로 넘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 걷는다면 덜 아프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35p ......다시 만나도 미리 알아챌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조심하는 것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제야 초아가 한 말이 이해됐다. 나와 윤아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도 일어날 일이었다.

 

150p “아빠, 모나리자라고 놀림당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내가 외모에 민감해서, 여자애라서 투정 부리는 게 아니라고. 나는 정말 무서웠어. 그리고 내가 진짜 두려웠던 건......”

 

+페미니즘을 남성 혐오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동문학이라고 쉽게 보지 않고 읽어보시라.

++사족이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담임 선생님의 대응이 참 아쉬웠다. 정말 엄청난 사안인데... 요즘 이런 일 터지면 학교 뒤집히는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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