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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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희경 작가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2007년에 출간된 책으로 2020년 현재 리마스터되어 재출판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 작가님에 대해 이미 잘 알지만 나는 은희경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이제부터 알면되지 뭐.

작가님의 필체나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이 '솔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글의 내용도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쓰여져있고 이에 독자인 나는 주관적으로 대상을 보게된다. 예전에는 소설 읽기가 흥미있진 않았는데 영화를 계속보면서 서사 속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행위해서 어떤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흥미롭다.

'창비(창작과비평)' 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의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갔다. 그래서 서평단에 지원했다. 아마 이 기회가 아니었더라도 돈주고 읽었을 것 같아 ! (정가 1,4000원)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제목은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인용한 문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주관적인 가치가 '나를 멸시한다'([동사] 업신여기거나 하찮게 여겨 깔보다.) 는 표현이 꽤나 흥미롭지 않은가. 요즘 시대에 더욱히 와닿는 말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해 목숨을 걸어가며 애를 쓴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은 한편으로는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다. 여자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 더욱이 와닿는 구절이다. 그놈의 아름다움이 도대체 뭐길래.

최근에 동네 미용실에 갔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 미용실 이모는 나에게 "왜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내는 '그것'을 왜 나는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질문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살면서 꽤많이 받아본 질문) 아마 나 말고도 한평생 쌍꺼풀 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필수로 들어야 할 질문일거다. 이것도 일종의 사회의 이념을 거스르는 듯한 모습인가보다. 그 이모는 나의 눈이 마치 비행인 것처럼 취급한다. "아픈게 싫어서요."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보다도 내 고통이 나에겐 더 중요한 걸. '수술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선택했으니 나빠!' 이런 류의 생각은 없다. 그게 설령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미'에 미쳐가니깐 말이다.

이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고 다양한 인물들 있다. 첫 장에서 한 인물은 자신의 인생에서 '비만'에 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이것이 자의든 타의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이 주인공의 서사는 꽤나 흥미있다. 모진 세상이 주는 상처에 무뎌지고 특정한 이유없는 강박이 자신을 원시적으로 만든다. 유전이라는 이유로 합리화된 자신의 모습에 유년기의 경험이 더해져 또다른 압박을 느낀다. 전체적으로 서사에 힘이 있는 글들이 가득하다. 정보가 아닌 책을 읽는 것이 잊혀진 자신의 모습에 어떠한 구체적 경력을 만들어 내는 듯.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묘하다.

유년 이래 내가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기애는 아무리 열악한 것이라 해도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삶을 합리화하게 마련이다. 삼십여년 동안 내가 비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만큼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듯 한참이나 나를 훑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유를 발견해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 P15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아무 잘못 없이 타의에 의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B를 억울하게, 그리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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