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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안준철의 교육에세이
안준철 지음 / 우리교육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흔히들 한국교육의 현실을 이야기 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을 금 할 수 없다.
입시교육으로 한참 자유스럽게 삶을 즐길 아이들이, 교도소같은 담장과 벽 안에서, 사회에 나와서 그다지 쓸모도 없는 교육에 파뭍혀 개성을 상실해 나갈때마다 느껴야만 했던 비애감이 그렇다.
정치인들의 비리와 파렴치한 국가범죄의 행위를 지켜보면서, 그런 현실속에서 안간힘을 쓰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군사독재가 빚어낸 획일화와 평균화로 박제화된 아이들. 그것을 당연한 현실인양 인정하고 여전히 교육을 하고 있는 교육자들, 삶의 목적과 희망마저도 결박당한채, 빗나간 기성세대의 이기적인 관념과 쓰레기로 전락한 자본주의의 찌꺼기를 들고 비참한 현실에의 순응을 강요당하는 우리의 불쌍한 어린 영혼들.
자신의 적성과 특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입시교육으로, 또는 그저 졸업장을 위한, 또는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한 전문학원 수준으로 몰락해버린 유리의 학교들.
더구나 실업계 고교라는 특성상,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으로 이질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이 앞에서 누가 감히 아니라고, 이러지 말자고 몸을 내던지는가?
아이들은 희망이라고, 아름다운 하나의 완벽한 세계라고, 온 몸을 던져서라도 사랑해야한다고, 부모마저도 포기한 아이들은 상처입은 새라고, 정성들여 치료해주어야 한다고, 아무리 못난 이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이 하나도 없다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으로 맞서서 자신을 내 던지는가?
그래도 실날같은 희망을 본다.
순천효산고의 안준철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아직은 그나마 명주실같은 희망이 있다고 믿어보는것이다.
교육청으로부터의 몰지각한 지시에, 눈물겨워 하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사죄하는 선생님.
아이들의 생동감있는 한마디에 감동받아서, 눈물을 찍어내는 선생님.
답답한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자, 오늘도 자기 반성에 여념이 없는 선생님.
매일 지각을 하는 학생에게 '지각할 권리도 있는 것'이라고, 애써 기를 살려주시는 선생님,
때로는 오빠로, 아버지로, 친구로, 애인이 되어주는 선생님.
안준철 선생님은 아직도 자가용이 없다.
여전히 11호자동차로 다니고 있다.
차없이 걸어가면서 보는 '세상 조촐한 것'들에게도, 작은 풀잎과 벌레 하나에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는 선생님.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터질듯한 감정들을 꾹꾹 눌러 참으시면서, 기도하는 선생님,
이 책에서는 그런 일상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준다.
진정한 행복,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고 간다.
난, 안준철선생님을 보면서, 이 땅의 교육의 희망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