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웨이는 그런 남학생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며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자신이 팡무와 처음 만났을 때를 대비해야 할 말을 미리 생각해두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저기…… 자네 딩수청이라는 사람 알지?”

팡무는 한층 더 미간이 좁아진 채로 타이웨이를 응시하며 물었다.

 

 

“경찰이세요?”

팡무는 타이웨이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농구장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타이웨이는 잠시 주저하다가 팡무를 따라가 옆에 앉았다. 벤치에는 낡은 백팩이 놓여 있었다.

팡무는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더니 안경을 꺼내썼다.

 

“제가 도와드려야 할 거라도 있습니까?” 팡무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타이웨이는 다소 언짢았지만 여기 온 목적을 생각하며 서류가방에서 자료 한 뭉치를 꺼내 팡무에게 건넸다.

“난 공안국 경관팀 소속 타이웨이라고 하네. 올 3월부터 연속 세 차례에 걸쳐 살인사건이 일어났어. 이건 그 사건들과 관련된 자료 들이고. 듣자 하니 자네가…….”

 

여기까지 말하는 동안 타이웨이는 팡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집중해서 자료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타이웨이는 씩씩대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꺼내려던 경찰증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이런 녀석과 앉아서 오후를 보내는 것보다 더 따분한 일은 없을 것이다.

팡무는 줄곧 아무 말없이 앉아서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타이웨이도 참을성있게 언제든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가 쑤시면서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타이웨이는 팔다리를 쭉 펴고 편안하게 벤치에 기대 앉아 하릴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전까지 팡무가 슛을 하던 코트는 이미 다른 남학생들 차지가 되어있었다.

이 스무살 남짓한 남학생들은 농구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내달리며 공 쟁탈전을 벌였다.

이따금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동작이 파울인지, 득점이 유효한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타이웨이는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을 보면서 경찰대 재학 시절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순간 타이웨이는 곁에 있는 남학생도 사실은 저 학생들과 같은 또래라는 걸 깨달았지만, 이 녀석은 철없는 남학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무슨 표시가 되어 있어서 주위 사람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만 같았다.

 

 

 

타이웨이는 무심코 다시 고개를 돌려 팡무를 바라보았다.팡무는 천천히 자료를 살폈다.

고개를 숙인 채로 손에든 사진과 현장 및 부검보고서에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않았다.

몇 차례 고개를 들 때마다 타이웨이는 뭔가 말하려나 보다하고 서둘러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팡무는 먼 풍경을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타이웨이는 팡무가 현장사진 몇 장을 상당히 주의 깊게 본다는 데 주목했다.

 

 

마침내 팡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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