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국이 사건 수사 전담팀을 꾸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건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전담팀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동안, C시로 출장을 다녀온 딩수청丁樹成 경관이 신선한 제안을 하나 했다.

 

 J대에 다니는 범죄학과 대학원생을 찾으라는 거였다.

전담팀 책임자로 있던 타이웨이邰偉는 처음에 그 말을 듣고 딩수청이 농담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딩수청은 진지하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1년 여름, C시에서 네 차례 연속으로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전부 25~30세 직장여성이었고 범인은 피해자를 성폭행한 뒤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사건은 C시에서 짓고 있던 네 개 고층빌딩 옥상에서 각각 벌어졌다. 당시는 딩수청의 직속상관이자 시 당국 경문보처經文保處, 경제문화보위의 준말로 공안의 직능부서 중 하나 처장이 던 싱즈썬邢至森C시 공안국 부국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신임 관리자는 악폐를 일소하는 데 열심인 법.

 

싱 부국장은 언론에 사건 상황을 일부 공개하며 보름 안에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이틀 뒤, 전담팀 책상 위에 어느 시민에게서 온 편지 하나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범인이 성심리가 왜곡된 변태라고 적혀 있었다. 또 여성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성폭행과 살인을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며, 범인의 나이는 30세를 넘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다.

 

 

처음에 전담팀 경찰들은 편지 내용이 추리소설 마니아의 기발한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싱 부국장은 이야기를 듣더니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발신인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발신인이 팡무라는 이름의 C시 사범대학 졸업생이라는 걸 알게 된 싱 부국장은 기대에 차서 곧바로 그를 찾았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고, 싱 부국장이 직접 운전해서 함께 사건 현장에도 다녀왔다. 싱 부국장은 돌아와서 사건에 관한 모든 자료를 사무실로 옮겼다. 팡무는 자료를 빠짐없이 훑어보고 한밤중에(검시 결과, 사건 발생 시간은 밤 10~11시경이었음) 사건 현장에 다녀왔는데, 그때 딩수청 경관이 동행했던 것이다.

 

팡무는 네 건물 중 한 건물 옥상(사건 현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함)에서 한참 서 있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한 마디 툭 던졌는데, 그 말이 딩수청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범인은 여성을 성폭행한 게 아니라 이 도시를 성폭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공안 국에 돌아온 팡무는 전담팀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 째, 도시 전역에 있는 B급 비디오방, 그중에서도 공사가 진행 중인 건축 현장 근처 비디오방을 조사해서 아래 조건에 해당하는 남자를 찾는다. 20~25, 마른 체구에 짧은 머리, 165~170센티미터, 오른손잡이, 왼손에 손목시계를 차고 있고 왼쪽 손목에 긁힌 자국이 있으며, 고등학교 수준의 문화적 소양을 갖춘 안경 쓴 남자.

 

둘 째, 도시 전체에서 작업 중인 시공팀 가운데 상술한 특징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다.

 

셋째, 위 조건을 갖췄으며 C시 주변 소도시에 서 대입에 떨어지고 도시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특히 집 에 남자 어른밖에 없는 외동아들이나 남자형제만 있는 사람을 찾는다. 팡무는 심지어 범인이 체포될 때 분명히 흰색 셔츠를 입고 있을 거라고까지 말했다

 전담팀 구성원들은 뜬구름 잡는 듯 한 이런 추측에 반신반의했지만 싱부국장은 부하 직원에게 팡무가 제시한 용의자 특징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후,

기차역 근처에 있는 작은 비디오방 주인이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기차역 근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보통 공사장 인부들은 여럿이서 비디오를 보러 오는데 그 사람은 매번 혼자서, 그것도 꼭 한밤중에 성인영화를 보러왔다. 한번은 성인영화를 보다가 같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를 만나자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몰래 빠져나와서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다. 경찰들은 해당 건설 현장을 찾아가 작업장에서 비디오방 주인이 지목한 사람을 찾았다.

 

용의자의 이름은 황융샤오黃永孝. 건설 현장에서 측량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경찰이 증거를 들이밀며 왼쪽 손목을 보여 달라고 하자 황융샤오는 갑자기 도주를 시도했고 이내 경찰에 제압되었다.

공안 국에 와서 신문을 받은 그는 네 차례에 걸친 범행에 대해 모두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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