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늘은 소고기덮밥.”
“뭐?”

“곱빼기에 달걀 추가해도 돼. 테이블 도는 중화요리는 CCTV를 부수는 영상을 찍고 가기로.”
“뭐야, 그게.”


“영상이 채택되면 사례금이 나오는 시스템이라 오늘 촬영은 무보수야. 그런데 호화로운 저녁을 제공하면 본전은커녕 엄청난 적자라고.”
고타로는 운전대에서 양손을 떼고 항복이라는 듯이 어깻죽지에서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근데 이것도 일이잖아. 일이면 경비를 청구할 수 있지 않아? 영상이 채택되고 안 되고를 떠나 밥값, 교통비는 받아야지.”
스미야가 말했다.


“저쪽도 쌈짓돈을 꺼내주는 거라.”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다 계산하고 있을 텐데 우리가 알아서 길 필요 있겠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면 인터넷에 올릴 거라 하고 받을 건 받자. 이건 당연한 권리야.”
유토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다음에 협상해볼게.”
고타로는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아아. 밥도 못 얻어먹는 거면 나도 오늘 나오지 말걸. 니나, 하여튼 낌새는 잘 알아차린다니까. 얄미워.”
네코가 옆자리에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


“니나는 학교가 바쁜가?”
동생이 얼굴을 찌푸리며 누나의 몸을 원위치로 돌린다.
“연합 모임.”
고타로가 대답했다.

 


“연합? 그거, 혹시 남자들이랑 연합하는 거 아냐? 남자친구로서 괜찮아?”
“걔는 원래 허풍이 심해서. 그냥 친목 모임 정도일 거야.”
“근데 정말로 미팅 자리이거나 하면 위험하지 않겠어?”
“다른 놈들한테 절대 뺏기지 않을 자신이 있을 거야, 얘는.”
네코가 허리를 쭉 펴고 손가락으로 고타로의 머리카락을 휘휘 휘저었다.

 

“아, 예쁘다!”
하나사키 네코가 진열대 위에서 놓인 고풍스러운 머리끈을 집어 들었다.
“네코한테 잘 어울리겠다.”
고스게 니나가 머리끈을 가리키며 말하자 네코는 머리끈을 양손으로 쭉 늘이더니 머리에는 가져가지 않고 팔찌처럼 손목에 찼다. 그리고 진열대에서 머리끈을 한두 개 더 집어 든다.

 

“얍!”
네코는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켰다.

두 팔 모두 티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자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머리끈이 잔뜩 감긴 모습이 꼭 미셸린 사의 마스코트 같다.

 


“와, 신감각 패션.”
니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포즈를 취하는 네코의 사진을 찍는다.
네코가 머리끈을 진열대에 다시 던지고 두 사람은 통로로 나갔다.

두 사람은 지금 후타코타마가와에 있는 패션 쇼핑몰을 돌고 있다. 핼러윈이 끝나고 크리스마스는 아직 먼, 소매업자들에게는 빛이 들지 않는 시기지만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손님이 제법 많다.


“귀여워.”
옆 가게로 들어간 네코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팔각모를 집어 들어 머리에 쓴 모자를 벗고 써봤다.

 


“응, 귀엽네.”
니나는 음소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것도 괜찮네.”
네코는 분홍색 중절모를 머리 위에 얹는다.
“그건 살짝 비스듬하게 쓰는 게 멋져.”
니나의 충고에 따라 검지로 챙을 조금 아래로 내린다. 그러자 니나가 곧장 다시 셔터를 눌렀다.
“그 포즈, 멋져!”

네코는 니트 베레모, 노르딕 문양의 다운해트 순으로 손에 집히는 대로 모자를 눌러쓴다. 그리고 모자를 쓰면 스마트폰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모자를 대략 한 번씩 다 써보고 두 사람은 맞은편 가게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네코가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그 모습을 니나가 촬영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가게 여러 곳을 전전했다.

셔츠를 몸에 대보고, 재킷을 어깨에 걸치고, 벨트를 허리에 두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캐릭터 잡화점을 나갈 때였다.

 

 

 

 


“거기 둘, 잠깐.”
누군가가 뒤에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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