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난 유토의 그런 면이 좋아. 쪽.”
네코가 유토에게 손 키스를 날린다.


“하지마, 그런 거.”
“왜, 뭐 어때서. 좋아하니까 그러는 건데. 쪽.”
“친누나잖아.”
“친누나?”
스미야가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응. 그러니까 가족애라는 거야. 영화 같은 데 자주 나오지? 쪽.”
“일본 영화 맞아?”
“근데 성이 다르지 않나? 성이 하나사키 맞죠?”
스미야가 남매 사이에 끼어들었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야. 하나사키는 남편 쪽 성.”
유토가 대답했다.

 

 


“결혼했어?”
“스미야, 목소리가 너무 커.”
네코가 손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는다.


“결혼했는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돼요?”
“왜? 유부녀는 꼭 집안일만 하라는 법 있어?”
“아뇨. 하지만 이런 건 좀, 이런저런 면에서 위험하잖아요.”
“불륜 같은 것보다?”
“그런 거랑 비교하자는 게 아니고…….”
“재미없거든, 우리 남편.”
“시청에서 일해.”

고타로가 말했다.


“고타로는 알고 있었어? 이런 건 처음부터 말해줬어야지.”
스미야가 어린아이처럼 입술로 뿌 소리를 냈다.


구스노키 고타로는 오리타 유토의 중학교 동창 친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종종 놀러 가기도 해서 누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이시하마 스미야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이고,
고타로는 비록 두 달 만에 그만뒀지만 스미야는 지금도 그 출장 뷔페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넌 사람을 프로필 보고 사귀니?”
네코가 따끔하게 지적하자 스미야는 어름어름 화제를 바꿨다.


“근데 요새는 칼로 찔러 죽이는 게 유행인가? 얼마 전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칼에 찔렸고 공원에서도 어떤 아줌마가 칼에 찔렸잖아. 라면 가게 아저씨도 칼에 찔렸댔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도.”
고타로가 보충했다.

 


“그래. 얼마 전 핼러윈 때였나? 그것도 칼에 찔린 거였어?”
“아마도. 죽지는 않았지만.”
“전부 똑같은 놈 짓인가.”
“그럴 리 있겠어?”
“그래, 그럴 리 없지. 아무래도 칼로 찌르는 건 흔하니, 전부 총으로 쏴 죽였으면 모를까.”
“그나저나 정말 살벌한 세상이네. 역시 우리가 정의를 보여줘야 해.”
유토가 팔에 알통을 만들어 툭툭 두드렸다.

 


“그보다 배고파. 나, 테이블이 회전하는 중화요리 먹고 싶어.”
네코가 양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 운전수를 향해 외쳤다.


“오늘은 노보리토에 도착하면 해산.”
고타로는 패기 없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차는 지금 한밤중의 주오 도로를 동쪽으로 달리고 있다.


“응? 나,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뭐든 사준다며?”
유토도 불만을 드러냈다.


“촬영이 끝나면 사준댔지. 오늘은 안 끝났어. 그러니까 밥은 없다. 이런 걸 3단 논법이랬나?”

고타로는 냉정하게 말했다.


“말도 안 돼. 야마나시까지 원정 왔는데.”
“촬영 실패는 누가 사전 조사를 안 해서일텐데요.”


네코가 팔을 일직선으로 뻗어 앞을 가리켰다.

 

고타로는 룸미러에서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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