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뭐야?”
니나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허둥지둥한다.

알람 소리는 후진 트럭처럼 삑삑 반복해서 울린다.


“물을 다 넣었는데도 뚜껑이 열려 있어서 닫으라고 화내고 있어.”
스미야가 머리 위에 양손 검지를 세워 뿔을 만든다.


“돌아가? 돌아가는 거야?”
니나는 세탁기 가장자리를 꼭 붙잡고 허리를 숙인다.


“뚜껑이 열려 있으니 안 돌아가, 아마도.”
유토가 껌으로 작게 풍선을 분다.


“아마도? 안 돼. 돌아가면 절대 안돼.”
“절대 안 돌아가니까 그렇게 엉거주춤 있지 말고 이것저것 자세 좀 취해 봐. 니나 씨, 니나 님. 자자, 일어서, 일어서.”
고타로가 셀카봉을 빙글빙글 돌린다.

 


“정말? 정말? 괜찮은 거 맞아?”

“65킬로그램이 세탁조 위에 올라가 있는데 돌아가겠어? 뚜껑 닫아도 안 돌아가.”

“뭐래! 54야! 고타로, 너 죽을래? 아니, 죽기 전에 소리부터 어떻게 해봐!”

 

 


니나가 양 귀를 틀어막고 신음한다. 노보리토 역 앞에서 퍼포먼스 시늉을 하던 어느 봄날 밤, 양 손바닥 위에 목캔디 하나를 얹어 건네주던 가련한 모습은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연출한 마법
이었다고 고타로는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다.
스미야가 세탁기 뒤쪽을 보며 긴 팔을 뻗어 먼지투성이 코드를 확 잡아당기자 경고음이 멈췄다. 그러나 정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야. 누가 구경하래?”
소리 지른 사람은 유토다.

조금 전 그 학생이 드럼 세탁기에 들어 있던 세탁물을 종이봉투에 쑤셔 넣으며 니나 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관람료 내놔.”
스미야가 싱글벙글 웃으며 위협한다.
“아니, 그전에 감기 걸리면 너 때문인 거 알지? 네가 문을 활짝 열어 놨으니까. 보상금부터 받아야겠어.”
니나가 미지근한 물을 손으로 떠서 학생 쪽으로 뿌린다.
“우리도 보상금 좀 받아보자!”
스미야가 원숭이 인형처럼 손뼉을 짝짝 치며 외친다.


학생은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종이봉투를 품에 안고 빨래방을 나갔다.
“아니, 근데 진짜 보상금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쟤 때문에 촬영이 엉망이 됐잖아. 짜증나네. 가서 한마디 하고 올게.”
유토가 바닥에 껌을 퉤 뱉는다.
“아니, 편집하면 돼.”


고타로가 말했지만 유토는 “일 처리는 확실히 해야지”라더니 양손을 포개고 손가락 관절을 뚝뚝 거린다.


“너무 심하게 하지마.”
“심하게 하는지 내가 감시할게.”


스미야가 이를 드러내며 웃고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 고타로는 니나 쪽을 돌아보며 다시 스마트폰을 든다.
“너도 들어와.”


세탁조의 비너스가 어깨를 으쓱거리고 손짓한다.

고타로는 순간 멈칫하더니 기가 찬 얼굴로 말했다.
“뭔 소리야. 자, 계속한다.”
“평소에는 같이 하잖아.”

“지금은 일하는 중이야. 넌 모델, 난 카메라맨.”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아.”
“금방 올 거야.”
“오면 또 어때. 스미야랑 유토 둘 다 우리 사이 아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앗!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더 많은 사람들한테 우리 사이를 알리는 거야. 알콩달콩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서 믹스채널에 올리자!”


니나는 숙이고 있던 허리를 쭉 펴고 양팔을 분수처럼 높이 들어 올려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믹스채널 같은 건 애들이 자기 과시하려고 하는 거야. 시선은 이쪽이 아니라 저 건조기 쪽.”
고타로는 니나의 제안을 단칼에 잘랐다.


“나도 아직 앤데.”
니나는 볼에 바람을 집어넣는다.
“그런 건 다음에. 오늘은 너만 찍으러 왔어. 네가 주인공이야.”
“하지만 결국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잖아.”
“누군지 알려지면 위험하지. 자, 스마일, 스마일.”
“어차피 눈에 모자이크 집어넣으니 표정은 상관없지 않아?”
“볼과 입가에도 표정은 나와. 신나게 노는 상황인데 얼굴 찌푸리고 있으면 이상하잖아. 그러니까 스마일, 스마일. 얼른 귀여운 포즈 몇 장 딱딱 찍고 3분 만에 끝내자. 뒤풀이는 불고기.”

“그리고 빙수.”
니나는 볼 옆에 손을 대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다.

 


“조금 더 야한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런 거?”
마릴린 먼로처럼 입술을 오므린다.


“좋아, 좋아. 좀 더 과감하게.”
“이렇게?”
이번에는 가슴을 강조하듯 몸을 앞으로 숙인다.

 

 


“좋아, 아주 좋아. 하나 더 갈까?”
“응, 그럼 서비스.”
니나는 튜브톱을 살짝 아래로 내리고 양손으로 탐스러운 과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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