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Mr. Know 세계문학 45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9월
구판절판


이오나가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이야이하려고 몸을 돌린다. 하지만 그때, 곱사등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제야 겨우 다왔군>하고 도착 사실을 알린다. 20꼬뻬이까를 받고 나서, 이오나는 한동안 어두운 입구로 사라져 가는 건달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다시 혼자가 된 그를 정적이 감싼다...... 잠시 잠잠했던 애수가 다시 살아나 아주 강하게 가슴에 밀어닥친다. 이오나의 시선이 거리 양옆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좇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흔들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의 말을 들어줄 이가 한 명도 없는 것일까? 그도 그의 애수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중들은 바삐 지나다니고 있다...... 애수는 그 끝을 알 수 없이 거대하다. 이오나의 가슴을 찢고 그 애수를 밖으로 쏟아 낸다면 아마도 온 세상이 잠길 테지만, 그렇지만 그 애수는 보이지 않는다. 애수는 밝은 대낮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껍질 속에 자리 잡고 있다......-29쪽

「아저씨, 약속했잖아요!」알료샤가 온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벨랴예프는 그에게 손을 내젓고 계속해서 응접실 안을 걸어 다녔다. 모욕감에 젖어서 그는 이전처럼 꼬마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처럼 크고 심각한 사람에게 꼬마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알료샤는 구석에 앉아 두려움에 젖어 소냐에게 그가 속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꼬마는 몸을 떨었고, 말을 더듬었으며, 눈물을 흘렸다. 꼬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짓과 거칠게 맞닥뜨린 것이다. 이전에 꼬마는, 이 세상에 달콤한 배나 파이나 값비싼 시계 외에도, 아이들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48쪽

그는 네시까지 더 쓴다. 쓸 이야기가 더 있었다면 여섯시까지라도 썼을 것이다. 혹독하고 비판적인 눈으로부터 벗어나 혼자서, 생명이 없는 사물들 앞에서 부리는 아양과 거드름이, 자신의 힘에 운명이 달린 작은 개밋둑 앞에서 부리는 전횡과 교만이 그의 존재에 소금과 꿀이 된다. 여기 집에서 부리는 이러한 전횡은 우리가 편집국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소심하고 비굴하며 고분고분하고 무능한 사람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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