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 보신각 타종 소리가 울려퍼지고 나는 서른 다섯 노처녀에서 서른 여섯 노처녀가 되었다. 소름이 끼쳐 닭살이 돋았다. 서른 다섯 임을 알리던 지난해 종소리를 들으며 올해는 꼭 무언가를 해보자 다짐했었는데. 벌써 1년이라니.
정신차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 일, 이년은 순식간이야.
툭하면 무섭게 엄포를 놓던 어른들 심정을 이제 알겠다. 단언컨데, 나이 먹으면 다 이렇다는 수많은 속설들 중에 이것만큼은 정설이다. 어떤 도시괴담보다 제일 무섭다.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아♥'친구들의 따뜻한 문자도 종소리에 돋아난 닭살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우리, 복만 받고 나이는 안 받을 수 없는 걸까? 나이 안 받는 대신 복도 안 받는 조건이라도 좋은데. 하지만 현실은 복은 안 주면서 나이는 빼놓지 않고 준다. 정말 너무한다, 너무해.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이 순간에도 시간이 일하는 소리가 들린다. 365일 24시간 풀타임 근무로 36년 째. 힘들지도 않은 지 당최 쉴 생각을 안 한다. 심지어 갈 수록 업무능력이 좋아진다. 서른 다섯번째 일년은 그 어느 해보다 짧았다. 어김없이 정해진 성과가 뭐 그리 급하다고 이렇게 빨리 이루어내고야 마는지.
그래, 이게 다 시간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내가 걷다가 뛰다가,
넘어졌다가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속절없이 제 할 일만 한 탓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대한민국의 나이시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건 억울하다. 언제 태어났든지 간에 1월 1일에 일괄적으로 한 살 더 먹어야 한다니 너무하지 않나. 덕분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은 한 살 더 많다. 심지어 두 살 더 많은 기간도 있다.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에 태어난 아기는 세상에 갓 나오자마자 1초 만에 2살이 되니 만약 아기가 말할 수 있었다면 이게 말이 되냐며 소리쳤을 거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리도 만으로 세면 안 될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얘기할 때에 헷갈리지도 않고, 골치아픈 뺄셈도 안 해도 되고. 고령화 시대를 쬐꼼 늦출 수도 있고! 어쩜 이렇게 좋은 점 투성이일 수가. 다음 대통령이 아무쪼록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숫자하나 줄어든다고 노처녀에서 그냥 처녀가 되는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른 여섯에서 서른 넷으로 내려간다면 새해를 덜 우울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