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 내 스타일의 책이었다. 적절한 유머와 시원시원한 말투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했다. 느끼는 것도 많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특별히 모나지 않고 동료들을 배려하며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오디오 파일을 날렸다고 하는 조연출에게 괜찮다는 말과 함께 방송은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방송시간을 지켜냈다는 일화는 그의 사람 됨됨이와 함께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 PD의 생존기>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PD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알려준다.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타협하는 것을 강조한다.

📝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시스템을 거칠 새 없이 바로 현장에서 재량껏 판단을 내려야 한다.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도 없다. PD는 매순간 시스템 없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p.42

📝 10년 넘게 방송 PD로 일하며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는 타협하는 것이었다. 편성을 맞추려면 모든 의사결정이 신속해야 한다. 여기서 의사결정이란 많은 경우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가깝다. p.59

그런데, 가만있어보자... 위 두 문단을 읽을때 나는 특별히 더 집중했다. PD만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업무 중 수도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선택과 실행 단계에서 당연히 포기할 무엇인가를 찾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안을 얻었다.

<톡이나 할까?>라는 프로그램이 궁금해졌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 한가득 메우고 있는 그가 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졌다. 프로그램도 찾아보고, 이전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방송 제작자로서의 치열한 모습에 함께 피곤해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편하고 재밌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솔직히..... 내겐 어려운 책이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에 너무 나몰라라 했던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살짝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와 나는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저자가 쓰는 언어와 내가 써온 언어가 많이 달랐던것 같다.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는 왜 이렇게 많은지... 새로운 학문을 접하는 마음으로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갔다.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이 책에서 책을 다 읽고도 머릿속에 남는 표현이 있었다. 마치 내 얘기를 하는 것처럼... 저자가 인용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의 표현이다.

🔖나는 토요일 아침마다 긴 시간 달리기를 하는 이유가 내가 달리기를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달리기가 내 몸을 단련시킬 생산적인 방법이어서인지 헷갈린다. 내가 소설을 읽는 건 소설 읽기를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소설을 읽었다고 말하기 위해서일까. p.26

제목에 쓰인 '중독'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하니포터 10월 책 중 가장 먼저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 유혹에 넘어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아홉개의 주제 덕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데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배민맛, 불닭앤카스맛, 스벅맛, 마늘주사맛, 편의점맛 등의 요즘 세대 언어(?)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비속어 '시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 '시발 비용'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고 한다. '랜선 사수'라는 말도 처음 들었다. 회사 급여를 받는 직장인의 말투를 '급여체'라 하는 것도, 메신저상에서 '을'이 '갑'에게 대답할 때 '넵'이라는 말을 쓰게 되는 현상을 '넵병'이라 하는 것도 나는 처음 들었다.

음....

가벼운 것 같지만 그 내용들은 결고 가볍지 않은, 쉽게 읽을 것 같았으나 읽어내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 책이었다.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한다.

책 제목과 부제에서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짐작은 했다. 저자인 이라영 이라는 이름에서 그 짐작이 어느 정도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첫페이지를 펼쳤다. 한 문장, 한 문장 열심히 옮겨적을 준비를 하고...

(그렇지만, 얼마 못가 옮겨적는 것을 포기했다 . 책 한권 전체를 옮기기엔 넘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혐오의 언어로, 또 어떤 말은 저항의 언어이고, 또 다른 말은 권력의 언어이기도 하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사용하는지, 누구를 지칭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새는 너무나 다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저자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말'은 '스물한개'이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고통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이 책의 전개방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관련이 없어보이는 단어들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까 궁금했지만, 일단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읽어간다.

이런 식이다. <고통> 편에서는 창작의 고통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역할과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착취, 예술과 여성을 연결하며 성폭력으로 마무리한다. <시간> 편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고 하면서 그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택배(배달)노동자와 장애인 그리고 성전환자의 시간을 말한다. <지방> 편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쓰레기, 기후변화, 부동산 정책, 문화적 소외 그리고 사투리까지 끌어온다.

이쯤되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쏟아낸 책은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과 문제되는 것들을 두루두루 건드린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을 둔다. '말'로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억울함> 편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왜 이 책에 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타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한 공감이 없는 공정은 오직 나의 억울함에 대한 집착으로 향한다. 이 집착은 개인의 억울함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억울함은 폭력을 낳는다.

<망언> 편에도 재밌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써있다.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윤석열은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사람들을 나무란다. 다시 말해, 상호소통의 의지가없다.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읽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거다. 한 권의 책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 덕분에 저자의 생각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한가득 담겨 있는 글이라 모든 생각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번 정도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책 읽기 전과 후,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름다움>까지 읽고 나서 다시 '작가의 말'에 쓰인 문장을 떠올려본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그 아름다움이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을 균형 있게 바꿔놓기를. 이 세계의 모든 고통받는 타자들이 관계의 대칭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고 나서 드는 생각 셋!!

📌 그렇다면, 제대로 일을 하는 검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검사들이 신념도 무엇도 없는 상태로 수렴해가는건 아닌가..

📌 <얼굴 없는 검사들>이라는 제목보다 <얼굴이 없어야 할 검사들>이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온갖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그들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얼마 전 나온 임은정 검사의 <계속 가보겠습니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

검찰제도의 시작은 '인권보호' 때문이었다고 한다.
🔖검찰제도의 핵심은 첫째는 시민들의 인권보호, 둘째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분리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 바로 그 일을 하려고 검찰은 탄생했다. 이건 나쁜 놈들 잡아들이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며 검찰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26~27

그런데 정작 그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이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면, 그 의도는 잘 전달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유령 대리 수술 의료진에게 상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구는 패싱당한다
▪️고소나 고발을 서면 또는 구술로 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 제237조에 규정하고 있으나, 서면고소를 원칙으로 구술고소는 아주 예외적으로 적용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객관의무가 있음에도 무조건적으로 이기기 위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배제한다
▪️경찰이 수사 결과 기소해야 한다고 해도 검찰은 불기소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 결과 기소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검찰은 기소할 수 있다
▪️임금 체불 사업주에게는 법정 최고형으로 구형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최고형은 고작 징역 3년이라는 사실이다

이해 못할 것들은 계속 이어진다.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짜리 불기소 세트, 김학의 성접대 불기소처분과 무죄확정, 길거리 성추행 부장검사에 대한 불기소처분, 현직 부장검사의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대한 불기소처분... 도를 넘는 '제식구 감싸기' 행태... 구체적으로 하나씩 읽어가다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책에 언급된 모든 것들이 답답해 죽으려 할 때쯤, 이 책은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의 검찰개혁, 시민들과 소통하는 검사의 모습, 검찰 수사권 축소에 이은 기소독점주의 포기 등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 지금이라도 그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기회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람결에 흩날려버릴 희망사항일 뿐이라도 다시 말해보고 싶다.

"검찰제도의 시작은 인권보호 때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는 마이크를 갖고 있다. 이를 누구 손에 쥐여주느냐는 전적으로 기자의 선택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사실 강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어찌 보면 기자의 것보다 더 큰 마이크다. 그들에게 마이크를 더 줄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p.183

욕망의 용광로라 불리는 여의도,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가 이번에는 국회로 갔다. 정치부 기자들의 모든 면면을 볼 수는 없지만 소설인데 소설 같지 않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기자들도 참 피곤하겠다"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의 정치놀음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야 하는 그들의 모습, 당대표 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특종을 위해 움직이는 송가을을 비롯한 진짜 기자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짠하고 또 짠했다. 물론, 그 집단 전체가 정의롭고 옳은 일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이제는 안다.

"정치부 기자들 어깨에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p.37

"스스로 기자가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애들 많잖아. 목에 기관 출입증 걸면 자기가 의원이라도 된 것 같고, 검사가 된 것 같고." p.67

저자인 송경화 기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읽으면 읽을수록 본인의 이야기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살아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은 청와대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송가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년과 올해 한권씩 나왔으니) 내년에 나올 것 같은 세번째 소설 속 청와대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