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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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사고를 강요하는 시대에 이 각별히 불온한 생각들을 기꺼이 책으로 엮어주신 한겨레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책 앞부분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일지, 이 책이 어떤 성격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몇번을 곱씹어본 문장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단일 사고를 강요하는 시대라 하고, 본인의 글을 불온한 생각들이라 표현하다니...

책 제목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뭐 그런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다. 어떤 느낌의 책일지 제목과 작가의 말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본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저자는 프랑스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소개만 했다면 일종의 여행기와 다를 바 없었겠으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러나 그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면 시끄럽다고 볼 수도 있겠다.

라칼리포니라는 공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활동, 볼거리도 눈길을 끌었지만, 자원봉사자이자 모든 프로젝트의 주체가 노인이라는 것, 이러한 활동을 통해 생활의 새로운 활력과 리듬을 되찾는다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시선 및 평가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내용이 재미있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냥 읽다보면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된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기분으로 읽어간다.

1981년 프랑스에서 통과된 도서정가제와 그 존재 의미(도서정가제의 역사를 처음으로 알았다), 프랑스에선 2019년 한 해 4억 1900만 권의 책이 판매되었는데 우리나라의 2018년 책 판매량은 1억 1700만 권이라는 것,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은 26.9년인 반면 영국은 128년이라는 것,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르 50퍼센트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혼외출생자는 전체의 1.9퍼센트인 반면 프랑스는 58퍼센트라는 것, 프랑스 유치원은 99퍼센트가 공립하라는 것 뭐 이런 식이다. 어떤 내용이든 그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기획의도와 서술방향이 엿보인다.

<세계 보건기관들은 왜 제약회사의 하수인이 되었나>와 <백신회사들의 화려한 범죄 이력:전과 89범 화이자>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몰랐던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엿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각자 나름대로 이룩한 문화에 맞게 사는 모습을 부럽다 아니다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우리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 책도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언젠가 동네책장의 주인이 되고 싶은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저자가 했다.

🔖동네에 서점이 사라지면 마을의 지적인 심장이 사라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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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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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르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소재들이 아주 신선했다. 내가 살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천선란, 김초엽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신선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핼러윈 행사에서 유령1을 맡은 재이가 실제로 사라졌다는 이야기, 남편을 읽고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옥주 앞에 나타난 붉은 눈의 괴물 '그것'과의 짧은 동거에 대한 이야기, 허공에 생긴 '틈'을 통해 세상 저편에서 이편으로 넘어온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틈을 통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세번째 이야기 <릴리의 손>에서 나는 이 책의 매력이 홀딱 빠져버렸다. 평범한 생각으로 가득찬 내게 이정도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여러 갈래로 펼쳐지는데 읽다보면 그것들이 연결된다. 마음속으로 '오~~ 오~~'를 연발하며 계속 읽어나간다.

기이한 이야기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 한참을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해봐야 이해되는 이야기들, 어디로 튈지 알수 없는 주제와 그 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소재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의 모든 것이 신선했다.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조예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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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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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영화는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목적이자 수단이었다. 시간 때우기에 좋으니까, 남들이 재밌다고 하니까, 전편이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좋을것 같아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시간이 맞아서 영화를 보아왔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는(또는 재밌을거라는) 것을 알려준다. 감독이 어떤 생각과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는지, 특정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들을 잠시나마 생각해보기도 했다. 최근에 본 영화가 '헤어질 결심'이었어서 <제1전시설 감독관>의 첫번째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와 그의 영화세계가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를 이야기할때 멜로드라마라는 도약에서의 착지점으로 '헤어질 결심'을 언급한다.

<제2전시실 배우관>에서는 배우 '설경구' 편에 오래 머물렀다. '박하사탕'을 넘어 '공공의 적'으로 그는 설경구 보다 '강철중'이라는 극중 이름으로 더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형이 돈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해서 패고"로 시작해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로 이어지는 대사는 언제 들어도 압권이었다.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나홍진, 김기영 등 열명의 감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윤여정, 전도연, 설경구, 공효진, 봉태규 등 아홉명의 배우들을 언급한 후 열한개나 되는 장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3전시실 장르관>이 그것이다. 그 자체가 장르였던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화, 흑인 인권영화, 한국 공포영화, 저널리즘 영화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영화들은 소개하고 분석한다. 마지막에 언급된 '김윤석과 곽경택' 편을 통해 배우 김윤석이 모두 주인공이긴 하나, '극비수사'는 세계 영화 역사의 수많은 유괴영화들 중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 가장 늦게 오는 영화로, '암수살인'은 형사와 범죄자의 가장 이상한 밀당을 그린 영화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제4전시실 단편관>에서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들까지 읽고 나면 쪽수도 없는 이 책의 정말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저자의 말을 만나게 된다.

🔖"영화감독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는 보고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내게(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 읽는 영화도 꽤나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미 본 영화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들을 부여하며 영화를 보던 그 때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고, 아직 안 본 영화는 또 그것 나름대로 '읽는 영화'로서 새롭게 다가왔다. 앞으로 보게 될 모든 영화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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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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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훈이가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에 일제가 강제로 조선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았다. p.16

🔖조선이 총독부의 무단 통치를 받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으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한 것 같았다. p. 97

🔖우리 같은 사람한테 고향은 없어. (한수가 창호에게 한 말) p.361

🔖사람들이 넣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늘 네 잘못은 아니야. (모자수가 하루키에게 한 말) p.385

훈이는 양진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기는 하는데 각기 다른 사유로 죽음을 맞았다. 그들 사이에 네번째 아이, 선자가 태어났고 살아남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겨울에 훈이가 결핵으로 죽었다. 선자는 아이를 갖고 나서 이삭과 결혼하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아들 둘을 낳았다. 노아와 모자수이다. 일본 경찰에 잡혀갔던 이삭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창호가 선자에게 일자리를 준다. 한수가 나타난다. 그리고.....

전개가 빠르다. 어느 순간부터는 선자를 중심으로 힘겹게, 그러나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선자 가족의 이야기가 숨 쉴 틈 없이 전개된다. 소설 좋아하는건 당연하고, 역사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에 특히 약한 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올해 초, Apple TV+에서 방영해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원작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하려 했으나 실패. 예약구매에 도전했으나 출간이 미뤄진다는 말에 욱해서 구매 취소. 도서관 두곳에 예약신청했으나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새로운 표지와 함께 인플루엔셜에서 새 책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읽은 책이라 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위 글은 이 책의 첫문장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인 경술국치가 있던 1910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첫문장을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히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때 그 시절을 살아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잊지 않게 책으로 그 흔적을 남겨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 남긴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될지, 2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한수가 어떤 사람일지 어떤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궁금하졌다. 굳이 선자의 입장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독자의 입장에서도 아직 그를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만 2권에서 한수와 선자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갈지, 창호의 짝사랑은 어떤 결실을 맺을지, 노아와 모자수가 일본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도서지원 #인플루엔셜 #파친코1 #소설 #북스타그램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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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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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지금껏 보아온 첫문장들 중에 가장 충격적인 한 줄이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로 시작하는 <설국>,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과 함께 첫문장을 기억하는 세번째 소설이 될 것 같다. 그 문장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것이라 해도, 그 힘이 이 책의 끝까지 이어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강렬했다.

📝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p.27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동하늘을 통해 한때 탄광촌이었으나 현재는 슬립시티, 이스트지저스, 웨스트부다스로 불리는 '지음'을 이야기한다. 전당포 주인을 할머니로, 그 딸을 엄마로, 아들을 삼촌으로 삼아 그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찾아오는 타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음이 흔들리고 랜드가 무너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곳에는 그곳에 남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책이 중반을 넘어선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 속 아이의 말에 이렇게 귀를 기울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떠오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조금 더 이해가 쉬었다고 할까. 소설 후반부에 현실에서는 있어서 안 될 일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마저도 상상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저자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다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강원도 사북지역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흥망성쇠를 온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을 통해 이 책은 마지막에 또 한번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다방을 운영하다 랜드가 들어선 이후에는 돈을 빌려주다 '마침내' 전당포를 운영하며 지음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할머니가 있다. 중간중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할머니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다시한번 되짚는다. 무너지고 사라진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 아직 희망이 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저자는 내가 읽고 이해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 책 한권에 담으려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 하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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