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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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르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소재들이 아주 신선했다. 내가 살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천선란, 김초엽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신선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핼러윈 행사에서 유령1을 맡은 재이가 실제로 사라졌다는 이야기, 남편을 읽고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옥주 앞에 나타난 붉은 눈의 괴물 '그것'과의 짧은 동거에 대한 이야기, 허공에 생긴 '틈'을 통해 세상 저편에서 이편으로 넘어온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틈을 통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세번째 이야기 <릴리의 손>에서 나는 이 책의 매력이 홀딱 빠져버렸다. 평범한 생각으로 가득찬 내게 이정도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여러 갈래로 펼쳐지는데 읽다보면 그것들이 연결된다. 마음속으로 '오~~ 오~~'를 연발하며 계속 읽어나간다.

기이한 이야기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 한참을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해봐야 이해되는 이야기들, 어디로 튈지 알수 없는 주제와 그 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소재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의 모든 것이 신선했다.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조예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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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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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영화는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기 위한 목적이자 수단이었다. 시간 때우기에 좋으니까, 남들이 재밌다고 하니까, 전편이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좋을것 같아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시간이 맞아서 영화를 보아왔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는(또는 재밌을거라는) 것을 알려준다. 감독이 어떤 생각과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는지, 특정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들을 잠시나마 생각해보기도 했다. 최근에 본 영화가 '헤어질 결심'이었어서 <제1전시설 감독관>의 첫번째 주인공인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와 그의 영화세계가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를 이야기할때 멜로드라마라는 도약에서의 착지점으로 '헤어질 결심'을 언급한다.

<제2전시실 배우관>에서는 배우 '설경구' 편에 오래 머물렀다. '박하사탕'을 넘어 '공공의 적'으로 그는 설경구 보다 '강철중'이라는 극중 이름으로 더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형이 돈 없다고 해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해서 패고"로 시작해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로 이어지는 대사는 언제 들어도 압권이었다.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나홍진, 김기영 등 열명의 감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윤여정, 전도연, 설경구, 공효진, 봉태규 등 아홉명의 배우들을 언급한 후 열한개나 되는 장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3전시실 장르관>이 그것이다. 그 자체가 장르였던 '영웅본색'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화, 흑인 인권영화, 한국 공포영화, 저널리즘 영화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영화들은 소개하고 분석한다. 마지막에 언급된 '김윤석과 곽경택' 편을 통해 배우 김윤석이 모두 주인공이긴 하나, '극비수사'는 세계 영화 역사의 수많은 유괴영화들 중 유괴범으로부터 연락이 가장 늦게 오는 영화로, '암수살인'은 형사와 범죄자의 가장 이상한 밀당을 그린 영화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제4전시실 단편관>에서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들까지 읽고 나면 쪽수도 없는 이 책의 정말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저자의 말을 만나게 된다.

🔖"영화감독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는 보고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내게(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 읽는 영화도 꽤나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미 본 영화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의미들을 부여하며 영화를 보던 그 때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고, 아직 안 본 영화는 또 그것 나름대로 '읽는 영화'로서 새롭게 다가왔다. 앞으로 보게 될 모든 영화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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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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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훈이가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에 일제가 강제로 조선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았다. p.16

🔖조선이 총독부의 무단 통치를 받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으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한 것 같았다. p. 97

🔖우리 같은 사람한테 고향은 없어. (한수가 창호에게 한 말) p.361

🔖사람들이 넣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늘 네 잘못은 아니야. (모자수가 하루키에게 한 말) p.385

훈이는 양진과 결혼했다. 아이를 낳기는 하는데 각기 다른 사유로 죽음을 맞았다. 그들 사이에 네번째 아이, 선자가 태어났고 살아남았다.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 겨울에 훈이가 결핵으로 죽었다. 선자는 아이를 갖고 나서 이삭과 결혼하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아들 둘을 낳았다. 노아와 모자수이다. 일본 경찰에 잡혀갔던 이삭은 돌아올 줄을 모른다. 창호가 선자에게 일자리를 준다. 한수가 나타난다. 그리고.....

전개가 빠르다. 어느 순간부터는 선자를 중심으로 힘겹게, 그러나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선자 가족의 이야기가 숨 쉴 틈 없이 전개된다. 소설 좋아하는건 당연하고, 역사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에 특히 약한 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올해 초, Apple TV+에서 방영해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원작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하려 했으나 실패. 예약구매에 도전했으나 출간이 미뤄진다는 말에 욱해서 구매 취소. 도서관 두곳에 예약신청했으나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새로운 표지와 함께 인플루엔셜에서 새 책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읽은 책이라 더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위 글은 이 책의 첫문장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인 경술국치가 있던 1910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첫문장을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히 상상조차 쉽지 않은 그때 그 시절을 살아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잊지 않게 책으로 그 흔적을 남겨준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 남긴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될지, 2권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한수가 어떤 사람일지 어떤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궁금하졌다. 굳이 선자의 입장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독자의 입장에서도 아직 그를 잘 모르겠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만 2권에서 한수와 선자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갈지, 창호의 짝사랑은 어떤 결실을 맺을지, 노아와 모자수가 일본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도서지원 #인플루엔셜 #파친코1 #소설 #북스타그램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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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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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지금껏 보아온 첫문장들 중에 가장 충격적인 한 줄이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로 시작하는 <설국>,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과 함께 첫문장을 기억하는 세번째 소설이 될 것 같다. 그 문장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것이라 해도, 그 힘이 이 책의 끝까지 이어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강렬했다.

📝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p.27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동하늘을 통해 한때 탄광촌이었으나 현재는 슬립시티, 이스트지저스, 웨스트부다스로 불리는 '지음'을 이야기한다. 전당포 주인을 할머니로, 그 딸을 엄마로, 아들을 삼촌으로 삼아 그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찾아오는 타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음이 흔들리고 랜드가 무너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곳에는 그곳에 남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책이 중반을 넘어선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 속 아이의 말에 이렇게 귀를 기울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떠오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조금 더 이해가 쉬었다고 할까. 소설 후반부에 현실에서는 있어서 안 될 일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마저도 상상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저자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다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강원도 사북지역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흥망성쇠를 온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을 통해 이 책은 마지막에 또 한번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다방을 운영하다 랜드가 들어선 이후에는 돈을 빌려주다 '마침내' 전당포를 운영하며 지음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할머니가 있다. 중간중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할머니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다시한번 되짚는다. 무너지고 사라진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 아직 희망이 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저자는 내가 읽고 이해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 책 한권에 담으려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 하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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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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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도시에 감찰관이 떴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낯선 여행객을 감찰관으로 오해한 그들은 최선을 다해 가짜 감찰관을 모시는 동시에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덮으려 한다. 일반 시민들을 제외하고 시장부터 교육감, 판사, 병원장, 경찰서장 등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다.

📝
여기엔 관리가 많군. 보아하니 그들은 나를 국가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마 어제 내가 그들에게 먼지를 너무 뿌려 댄 탓일 거야. 어리석기는! 페테리부르크의 트랴피치킨한테 전부 써 보내야겠나. 기사 나부랭이를 쓰는 그에게 이들을 실컷 두들겨 패게 해야지. p.106

<이야기 둘>
결혼은 해야하겠는데 이것 따져봐야하고 저것 생각해봐야하고, 집을 나서는 것조차 싫은 포드콜료신은 큰맘 먹고 상대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를 만나러 온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다. 게다가 그 모든 상황을 소극적으로 대하는 여자의 자세란... 더불어 끝까지 말썽인 그의 태도라니....

📝
생각해보니, 몇 분 후면 결혼한 몸이 되는거야. 그런데 이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왠지 무서워지는군. 평생을, 영원토록 어떻게든 자신을 얽어매고, 그다음엔 물릴 수도, 후회할 수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모든 게 결정되고, 모든 게 끝나는 거야. 심지어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게 돼. p.237

<이야기 셋>
직접 만든 카드 세트로 사기 도박을 해 큰 돈을 만진 이하레프. 하지만 음흉한 계획을 숨기고 다가온 놈들에게 속아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사기 도박의 비결로 '다른 사람이 열에 들써서 흥분할 때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보여준 대가를 치러야했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작정하고 조직적으로 사기치는데 그걸 어떻게 당해낼까!!)

📝
자기가 속이려다가 오히려 자기 옆구리 밑에서 사기꾼이 튀어나와 자기가 속은 셈이야! 수년간 노력해서 세운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협잡꾼이 있다니! 제기랄! 얼마나 기만적인 세상인가! 통나무처럼 멍청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덜너덜헤진 카드로 푼돈이나 걸고 보스턴 게임이나 하는 자에게만 행복이 굴러들다니! p.306

<이야기 정리>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욕심 없는 인간, 탐욕스럽지 않은 인간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 외적인 부분을 얼마나 고려해야 할까. 친구, 우정이라는 말로 상대를 속이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일인가... 권력, 결혼, 도박 등 당시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당시 러시아 사회를 대하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 세 편의 희곡이었다. 다만, 이런 글은 읽을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많은 부분을 비교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1830~40년대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 휴...이젠 놀랍지도 않다!


* 이 글은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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