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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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한다.

책 제목과 부제에서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짐작은 했다. 저자인 이라영 이라는 이름에서 그 짐작이 어느 정도 맞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첫페이지를 펼쳤다. 한 문장, 한 문장 열심히 옮겨적을 준비를 하고...

(그렇지만, 얼마 못가 옮겨적는 것을 포기했다 . 책 한권 전체를 옮기기엔 넘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혐오의 언어로, 또 어떤 말은 저항의 언어이고, 또 다른 말은 권력의 언어이기도 하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사용하는지, 누구를 지칭하는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새는 너무나 다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저자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말'은 '스물한개'이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 고통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이 책의 전개방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관련이 없어보이는 단어들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갈까 궁금했지만, 일단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읽어간다.

이런 식이다. <고통> 편에서는 창작의 고통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역할과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착취, 예술과 여성을 연결하며 성폭력으로 마무리한다. <시간> 편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고 하면서 그 시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택배(배달)노동자와 장애인 그리고 성전환자의 시간을 말한다. <지방> 편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쓰레기, 기후변화, 부동산 정책, 문화적 소외 그리고 사투리까지 끌어온다.

이쯤되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쏟아낸 책은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과 문제되는 것들을 두루두루 건드린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말'을 둔다. '말'로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억울함> 편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왜 이 책에 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타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한 공감이 없는 공정은 오직 나의 억울함에 대한 집착으로 향한다. 이 집착은 개인의 억울함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억울함은 폭력을 낳는다.

<망언> 편에도 재밌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써있다.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 윤석열은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사람들을 나무란다. 다시 말해, 상호소통의 의지가없다. 내가 틀렸을 리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읽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거다. 한 권의 책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 덕분에 저자의 생각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 한가득 담겨 있는 글이라 모든 생각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번 정도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책 읽기 전과 후,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름다움>까지 읽고 나서 다시 '작가의 말'에 쓰인 문장을 떠올려본다.

🔖고통을 통과한 언어가 아름다움을 운반하기를. 그 아름다움이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을 균형 있게 바꿔놓기를. 이 세계의 모든 고통받는 타자들이 관계의 대칭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의 주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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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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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나서 드는 생각 셋!!

📌 그렇다면, 제대로 일을 하는 검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라는 것 때문에 모든 검사들이 신념도 무엇도 없는 상태로 수렴해가는건 아닌가..

📌 <얼굴 없는 검사들>이라는 제목보다 <얼굴이 없어야 할 검사들>이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온갖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그들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 얼마 전 나온 임은정 검사의 <계속 가보겠습니다>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

검찰제도의 시작은 '인권보호' 때문이었다고 한다.
🔖검찰제도의 핵심은 첫째는 시민들의 인권보호, 둘째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분리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 바로 그 일을 하려고 검찰은 탄생했다. 이건 나쁜 놈들 잡아들이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며 검찰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26~27

그런데 정작 그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진 상식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이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면, 그 의도는 잘 전달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유령 대리 수술 의료진에게 상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지 않는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구는 패싱당한다
▪️고소나 고발을 서면 또는 구술로 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 제237조에 규정하고 있으나, 서면고소를 원칙으로 구술고소는 아주 예외적으로 적용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객관의무가 있음에도 무조건적으로 이기기 위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배제한다
▪️경찰이 수사 결과 기소해야 한다고 해도 검찰은 불기소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 결과 기소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검찰은 기소할 수 있다
▪️임금 체불 사업주에게는 법정 최고형으로 구형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최고형은 고작 징역 3년이라는 사실이다

이해 못할 것들은 계속 이어진다.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짜리 불기소 세트, 김학의 성접대 불기소처분과 무죄확정, 길거리 성추행 부장검사에 대한 불기소처분, 현직 부장검사의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대한 불기소처분... 도를 넘는 '제식구 감싸기' 행태... 구체적으로 하나씩 읽어가다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책에 언급된 모든 것들이 답답해 죽으려 할 때쯤, 이 책은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의 검찰개혁, 시민들과 소통하는 검사의 모습, 검찰 수사권 축소에 이은 기소독점주의 포기 등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 지금이라도 그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기회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람결에 흩날려버릴 희망사항일 뿐이라도 다시 말해보고 싶다.

"검찰제도의 시작은 인권보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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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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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마이크를 갖고 있다. 이를 누구 손에 쥐여주느냐는 전적으로 기자의 선택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사실 강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어찌 보면 기자의 것보다 더 큰 마이크다. 그들에게 마이크를 더 줄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p.183

욕망의 용광로라 불리는 여의도,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가 이번에는 국회로 갔다. 정치부 기자들의 모든 면면을 볼 수는 없지만 소설인데 소설 같지 않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기자들도 참 피곤하겠다"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의 정치놀음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야 하는 그들의 모습, 당대표 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특종을 위해 움직이는 송가을을 비롯한 진짜 기자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짠하고 또 짠했다. 물론, 그 집단 전체가 정의롭고 옳은 일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이제는 안다.

"정치부 기자들 어깨에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p.37

"스스로 기자가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애들 많잖아. 목에 기관 출입증 걸면 자기가 의원이라도 된 것 같고, 검사가 된 것 같고." p.67

저자인 송경화 기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읽으면 읽을수록 본인의 이야기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살아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은 청와대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은 송가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년과 올해 한권씩 나왔으니) 내년에 나올 것 같은 세번째 소설 속 청와대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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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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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즐겨 읽어왔던 성격의 소설이 아니라 살짝 부담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제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아니 쉽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일곱편의 이야기들은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하고 있었다.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서든 미래에 대한 어떤 불확실성에 의해서든 아니면 그것들이 혼재된 상황에서 그들은 '깊은숨'을 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은 내가 느끼는 불확실함을 피하지 않는다. 첫번째 이야기(오지 않은 미래)의 주인공 '여경'만 봐도 그렇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들어있다. 두번째 이야기(가만히 바라보면)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도 다룬다. 세번째 이야기(아버지가 없는 나라)가 그렇다.

반대로 남자들은 비중이 떨어진다. 첫번째 이야기의 진수는 솔직히 어떤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세번째 이야기에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면서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나오고, 다섯번째 이야기(비터스윗)에서는 말 안듣고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심지어 뚱뚱하기까지 한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여섯번째 이야기(레드벨벳)와 일곱번째 이야기(코너스툴)에서 남자와 여자의 대립 아닌 대립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좋다는건지 싫다는건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남자와 그런 태도가 어이없는 여자, 다른 한편은 반대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이야기... 주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다니!!

코너스툴은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단편집에서였던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어도 긴장감 와우!!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요가, 명상과 같은 요소는 '깊은숨'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했다고 하는 저자의 이력이 눈에 띈다. 진작에 알고 읽었어야 하는건데 하는 아쉬움이 뒤따랐다.

묘한 느낌의 글이 주는 긴장감과 흔하지 않은 이야기 그 자체가 주는 신선함이 좋았다. 이렇게 또 한명의 작가를 알았다!!

#하니포터4기로읽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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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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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사고를 강요하는 시대에 이 각별히 불온한 생각들을 기꺼이 책으로 엮어주신 한겨레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책 앞부분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일지, 이 책이 어떤 성격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몇번을 곱씹어본 문장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단일 사고를 강요하는 시대라 하고, 본인의 글을 불온한 생각들이라 표현하다니...

책 제목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뭐 그런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다. 어떤 느낌의 책일지 제목과 작가의 말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을 읽어본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저자는 프랑스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소개만 했다면 일종의 여행기와 다를 바 없었겠으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차분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그러나 그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면 시끄럽다고 볼 수도 있겠다.

라칼리포니라는 공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활동, 볼거리도 눈길을 끌었지만, 자원봉사자이자 모든 프로젝트의 주체가 노인이라는 것, 이러한 활동을 통해 생활의 새로운 활력과 리듬을 되찾는다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시선 및 평가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내용이 재미있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냥 읽다보면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된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기분으로 읽어간다.

1981년 프랑스에서 통과된 도서정가제와 그 존재 의미(도서정가제의 역사를 처음으로 알았다), 프랑스에선 2019년 한 해 4억 1900만 권의 책이 판매되었는데 우리나라의 2018년 책 판매량은 1억 1700만 권이라는 것,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은 26.9년인 반면 영국은 128년이라는 것,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르 50퍼센트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혼외출생자는 전체의 1.9퍼센트인 반면 프랑스는 58퍼센트라는 것, 프랑스 유치원은 99퍼센트가 공립하라는 것 뭐 이런 식이다. 어떤 내용이든 그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기획의도와 서술방향이 엿보인다.

<세계 보건기관들은 왜 제약회사의 하수인이 되었나>와 <백신회사들의 화려한 범죄 이력:전과 89범 화이자>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몰랐던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엿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각자 나름대로 이룩한 문화에 맞게 사는 모습을 부럽다 아니다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우리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이런 책도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언젠가 동네책장의 주인이 되고 싶은 내게,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저자가 했다.

🔖동네에 서점이 사라지면 마을의 지적인 심장이 사라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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