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 나를 괴롭히는 성격장애자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법
정희정 지음 / 꿈의지도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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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구나. 

처음에는 제목이 자극적이라 느껴져서 그저 그냥 시중에 나온 차고 넘치는 자기개발/계발서나 심리 이야기만 두리뭉실 다룰까봐 걱정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내용도 충실하고 훌륭할 뿐더러, 제목도 적절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제목이 사람을 확- 끄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러니까, 음, 뭐랄까, 이 책을 내가 서점에서 골라서 계산대에 가지고 가기에는 어딘가 음,  조금 부끄럽다고 해야하나, 쑥스럽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분명 시선은 끈다. 왜냐하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한번쯤 다 하고 살았을테니까. 특히 매일매일 출근지옥지하철버스자동차로 업무를 시작하는 이 세상 모든 직장인분들, 오늘도 하루 10시간 이상 마주해야하는 그 "이상한 인간"때문에  잠 못 이루고 머리 빠지고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 푸는 이 세상 직장인 분들, 당신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책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인데, 대체 언젠가부터 "틀린게 아니고 다른거다"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각종 부당한 상황과 무례한 사람들에게도 이해와 협력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진 걸까. "다르다"라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기준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매일매일 같이 있다가 내 뇌가 터질 것 같은데 단순히 "다르다"라고 아무 대처도 못하고 그냥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질질 끌려가며 힘들게 살 수는 없잖아.

공부도 되고 분석도 되고 대처법도 있고 자기 진단 및 자기 검열도 할 수 있다. 

딱 두 군데 오타가 있는 것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뺄 내용도 없고 쓸데없는 군더더기조차 없네요. 

목차도 굿. 



1장은 성격과 성격장애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성격장애를 알아야 하는지 살펴보고,

2장은 성격장애의 대표적인 유형 10가지,

그리고 각 유형마다 

유형에 대한 정의, 

진단 문구(자신도 해당할 수 있기에), 인터뷰, 기본 정보, 진단 기준들, 원인 찾기, 비슷해서 헷갈리는 다른 증산들과 비교분석, 대처방법(타인의 경우), 대처방법(나인 경우)가 나오고,

마지막 3장에는 전반적으로 심리적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쓰고 있다.  


 


"보통 사람은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성격장애에 따라 그 증상은 다양하겠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화를 내고,

그 원한이 오래가며, 그 앙갚음이 집요하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무조건 "다르다"라고 여기며 억지로 이해하고 함께 하기를 강요하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도 성격 장애를 가졌을 수 있으니 자신을 돌아보는 진단법을 객관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성격이란 생각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습관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성격 경향을 갖는다. 

성격 장애는 그 경향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을 말한다. "



성격장애의 요인으로 유전과 환경의 영향력을 살펴보는데

성격장애에 미치는 유전적 요인은 40~60%로, 

평균적으로 50~90%에 해당하는 다른 질환(비만, 당뇨, 고혈압, 지능 등)에 비해 낮았다. 

그러니까 성격장애에 유전적 요인도 고려해야하지만,

그보다는 환경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유아기 시절, 어린 시절 때 일어난 사건들과 인간관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되고

결국 성격장애로 이어진다.



10가지 성격장애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편집성 성격장애 - 날 속이지마. 널 못 믿어!

2. 강박성 성격장애 - 내 말이 맞아. 내 말대로 해!

3. 조현성 성격장애 - 그냥 혼자가 좋아!

4. 회피성 성격장애 -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5. 연극성 성격장애 - 주인공은 나야 나!

6. 자기애성 성격장애 - 내가 세상에서 최고야!

7. 반사회성 성격장애 - 당신의 마음따윈 관심없어!

8. 의존성 성격장애 - 버리지만 말아요!

9. 경계성 성격장애 - 천사거나 악마거나!

10. 조현형 성격장애 - 어느 별에서 왔니?


그리고 각 유형마다


유형에 대한 정의,

진단 문구 리스트(자신도 해당한지 확인 가능하다), 

인터뷰, 

유형에 대한 기본 정보, 

유형에 따른 진단 기준들, 

원인 찾기, 

비슷해서 헷갈리는 다른 증산들과 비교분석, 

대처방법들 (타인의 경우) 

대처방법들 (나인 경우)가 나와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동시에 이런 유형의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적절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처방안이 나와 있다. 동시에 이러저러하면 역반응이 나온다는 것도 알 수 있어서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그냥 일반 교우 관계나 가족 관계에서도 적용이 가능해서 좋다.



내가 유심히 본 성격 유형은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였다.


첫번째 연극성 성격장애는 운동했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게 성적인 사진들을 올리는 유명인들을 떠올렸고 (왜 엉덩이를 그렇게? 왜 가슴을 그런 식으로? 왜 바지를 그렇게 심하게 내리고 왜 옷을 그렇게 과하게 들어 올려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냥 건강하게 운동해서 몸의 변화를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엉덩이를 내밀고 옷을 벗어 제끼는 19금 화보 포즈로 올리지 않아요)


두번째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대학 때 알던 어떤 친구를 떠올렸고,


마지막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2달 전에 농촌 일자리를 체험하며 만났던 농가주가 떠올랐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대학 친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연락을 끊은 게 잘한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이 친구를 알게 되면  자신감 넘치고 씩씩해보여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어딘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한마디로 제멋대로였다. 

말을 뇌를 거쳐서 나오는 게 아니고 그냥 내질렀는데, 본인은 그게 솔직하고 뒷담화 안하는 좋은 성격이라 생각하는 듯 했고, 게다가 남자에 대해서도 “내가 저런 애들을 만날 것 같냐”라고 말하면서 너무 당당하게(?) “난 000에서 일해서 나보다 9살 연하 남자랑 결혼할 거야”라고 술도 안 취했는데 말하고 다녔다. 


가장 황당했던 건 3년 전에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였다. 간다고 했으면서 마지막까지 연락이 없어서 정말 바쁜가보다, 하고 그냥 나 혼자 제주도로 갔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등장하더니 왜 자기한테 말 안하고 갔냐며 적반하장으로 굴기까지 했다. 덕분에 1인용 숙박을 갑자기 2명으로 장소까지 변경해서 예약해야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또 말했던 일정보다 하루 먼저 가서 2명으로 예약했던 숙박 시설을 나 혼자 자야해서 숙박비가 배로 드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 애는 만나자마자 내가 일했던 근무지에 대해서 묻더니 어떻게 들어가냐며, 방법을 알려달라,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냐 무얼 준비해야 하냐 등등을 물어봐서 다 알려줬더니, 그 다음 바로 예상 날짜보다 하루 먼저 비행기 타고 돌아가버렸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고 남을 이용하고 이용이 끝나면 그냥 버리는 애였다. 자기가 늘 누구를 안다, 누구를 안다 하는데, 한번은 내가 너무 기가 차서 그렇게 아는 사람들 많으면 그 사람들한테 묻지 왜 나한테 묻냐라고 말했더니 화를 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애라서 똑같이 직설적으로 말을 했더니 택시 안에서도 화를 내서 얘는 도대체 뭘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불편할 정도의 자신감에 넘치는 애는 인생 사는 게 참 편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이런 성격의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부모로 과한 애정을 받았거나 반대로 무시나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는데, 후자일거란 생각에 결론에 다다랐다. 자기 가족 얘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과하게 꺼려했고 무엇보다, 친언니가 있는데 언니 이야기만 나오면 “언니는 아무것도 안한다”며 언니에 대해 더이상 묻지 말라는 이야기를 20살 때부터 해서 - 그게 너무 이상해서 추측상 친언니가 선천적 장애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부모의 관심이 모두 장애인인 언니에게 가서 아무도 자신을 챙겨주지 않고 도리어 무시 당하는 유년기를 변해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변한 아이. 난 그 친구를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 대한 대처법이 몇 가지 나오는데, (안그러면 남 욕/음해하고 자기 멋대로인데다가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 그런 성격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좋았다. 부하 직원이 이런 성격이면 경쟁심과 질투심을 자극해 일을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를 마련할 수 있고, 칭찬을 목 마르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 피드백을 할 때도 반드시 칭찬을 섞어서 하고, “깍쟁이 같은 태도도 필요하다”며 반드시 적절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마지막 조언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라”였다. 나는 피하는 선택을 한 게 잘한 것 같다. 


만약 자신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타인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타인의 피드백을 경청하고, 실수할 때 인정하고 사과하고, 도움 받을 때 고마움을 표현하고, 남들과 하는 협동 프로젝트를 조금씩 하라고 하는데 - 정말 그 친구 생각이 안 날수가 없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 농가주. 

술 먹고 운전하고 하루 일하러 온 대학교 1, 2학년 남자애들에게 욕하고 바로 그 다음에 싱글벙글 거렸던 농가주가 생각났던 반사회성 성격장애. 



심리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오 이런 것도 좋았다.


물론 각 장에 이미 성격장애 유형과 함께 대처 방안 - 타인의 경우와 나 자신이 그런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 들이 나와 있지만, 이번 장에는 그 대처 방안들과 별개로 성격 장애 유형에 맞추어 자신의 “심리적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자동 생각 회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어보고, 바꿔보기



일단 생각 회로를 다음처럼 정리한다.



기본 신념  → 사건 → 자동적 사고 → 감정  → 행동



그리고 위의 흐름대로 각 성격장애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위의 생각 회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위의 생각 회로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서



사건 → 감정 → 자동적 사고 → 기본 신념 → 다르게 생각해보기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 변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한 치유



“글쓰기는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 또는 막연하고 불안한 감정의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그를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준다. (...)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신의 삶을 ‘거리두기, 관찰하기, 명료화하기, 직면하기, 성찰하기, 수용하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추할 수 있게 해주니까. 행복하고 감사했던 사건을 잊지 않게 해주고. 특히 자신이 들였던 노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발판을 제공해주는 것 같다. 또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글들을 읽어보면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생각 패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글쓰기 방법



우선 편안하게. 중요한 건 “글쓰기를 통해 치유하고 성장하려면 글쓰기를 일상처럼 꾸준히 빼먹지 않고 하는 것임을 명심하면 된다”는 것.



단, 글쓰기 공통점은 “긍정과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하루를 돌아보고 좋았던 점을 기록하는 ‘긍정 글쓰기’


하루를 돌아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기록하는 ‘성찰 글쓰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성장 글쓰기'


오늘 하루 동안 감사한 것을 기록하는 ‘감사 글쓰기’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내가 유독 기억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고 자신과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스노트”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방어 기재들 중 대표적인 9가지를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부정, 전치, 투사, 합리화, 신체화, 행동화, 퇴행, 허세, 수동공격.


이 리스트를 보면 내 주변 인물들이나 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뭐가 나오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확실히 신체화인 것 같다. 몸살 나고 두통, 구토증, 소화 불량 등등. 





책을 마무리하는 저자의 글과, 하인리히 법칙에 대한 언급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 부모가 원망스럽지만 이제 와서 어떡하겠냐. 나도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어쩌겄어. 어쩌겄어요. 그게 사실이어도 이제와 뭘 어쩌겄어요. 이제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고 씩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잘 보호하면서.






"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이 있다.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1번의 큰 재해는 

29번의 작은 재해 후에 발생하고,

29번의 작은 재해는 

300번의 사소한 사고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을 뒤집어 보면 

1번의 위대한 성공은

29번의 성공 경험에서 오고,

29번의 성공 경험은

300번의 작은 실천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모든 건, 특히 새로운 습관을, 그것도 성격을 바꾸고 성장시키는데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갑자기 대변신”할 수는 없지만,

“매일 할 수 잇는 작은 실천을 고민하고 꾸준히 실행해 옮기면서 조금씩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할 수 있다.


실질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책이네. 공부도 된다.


추천.





추신: 

회피성 성격 장애 중 하나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나도 동의.

강박성 성격 장애와 편집성 성격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 영조를 예로 들었다. 역시 동의


추추신:

 오타 부분이 2군데 있다. 아마 맞춤법 검사로도 안 나오는 곳이라서. 

1) p.120: "차라기 쿨해 보여 더 낫겠다" - > "차라리"

2) p.228: "어른 시절부터 반복되는 부정적 경험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 "어린 시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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