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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네이뇬 웹툰 도자기가 고맙게도 책이 되었습니다. 웹으로 보는 만화를 책으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 솔직한 감상평을 말하라면- 아쉽게도 웹에서 보던 시절의 느낌이 좀 더 좋습니다. 전 편 중 가장 마음을 끄는 화로 꼽고 있는 53화의 경우 '세로 내리기로 봐야만' 그 느낌이 정말로 확실하게 커져 갑니다. 사과를 들고 있던 할머니의 시선이 힐끔 옮겨가는 순간이 책에서는 페이지 분리가 되다 보니 이 부분 편집은 조금만 더 신경 써줬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생기던데요. 그럼에도, 책으로 나와 준 게 참 고맙습니다. 세부적인 차이점이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정리해 두긴 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반가움과 고마움'은 그대로거든요. 편파적인가요.
도판 미확보나 초상권 보호 등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긴 한데, 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빠진 화도 있습니다. 실제로 웹에서 연재될 때 봤던 사람이 이미 많은데다 책 판매량이 웹 구독분을 뛰어 넘지는 못함에도 '사이버 스페이스'에 존재하는 것과 '실물 도서'가 되는 것에는 분명한 감정 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좀 더 진지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실제로 블로그에 쓰는 글을 지면으로 옮겼을 때는 매체의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느낌이 확 달라지게 되니까요. 이전 이글루스 인기 블로거 몇몇의 글을 책으로 모아 냈을 때 엄청나게 실망했던 것도 매체의 차이 때문 아닐까- 싶은데. 블로그에서 좋아 보이던 글도 활자로 옮겨지니까 경박해 보이고 이미지를 사용한 경우는 이미지에 눌려 글이 살아나지 않고- 그런 식.
도자기의 경우, 웹 연재분은 총 74화 입니다. 이 중 연작이 세 편이고 편집 과정에서 4컷 만화 두 편이 합쳐졌습니다.(사천 답사:42~43화, 선 그어도 돼?:45~48화, 할머니 이야기:62화~64화, 4컷 연작 2개:31화, 51화) 3~5화 짜리가 한 편으로 합쳐지고 빠진 화로 인해 책에는 전체 60화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빠진 화는 '고고미술사학과 : 60화'를 비롯하여 9화, 14화, 16화, 18화, 37화, 68화입니다. 이미 책으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헤더 이미지'는 모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네, 양쪽 같이 갖다 놓고 세었습니다. 편집하다 순서가 바뀐 화도 있지만 이건 크게 지장없는 수준이고 일부만 컬러, 그리고 나머지는 2도 인쇄 적용으로 인해 흑백 처리된 화들도 있지만 이것까지 세지는 않기로 했어요.
책이라서 더 좋은 효과가 나는 화는 웹 기준 33화, 두 페이지를 검정색으로 모두 덮어서 어두운 절망감을 더 키워줄 수 있어서. 70화, 하늘 위에서부터 변해가는 색을 책의 페이지를 활용해 한 페이지에 한 색 씩 붓는 변화를 줄 수 있어서.
그리고, 웹 기준 34화의 도자기는 책에서는 '소재 미상'으로 나왔습니다. 사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게 아니었던가봐요. 책에서는 그림만으로 표시해놨네요.(뭔가 심하게 서운하다)
그럼에도, 책에 들어간 정성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부분은 모두 새로 그렸고(웹 연재분은 오에가키 용인 b-tool로 작업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로 인한 해상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웹 기준 37화까지.) 모든 도판을 소장자 측에 요청해서 공식적으로 받았습니다. 책을 구매하면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대상으로 추첨해서 작가가 직접 그림을 넣은 다기를 주는 행사도 하고 있지요. '온라인에서 호평을 받은 만화를 오프 라인으로 끌어 오는 게'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 정성을 담아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처럼' 만들어냈네요.
책의 뒷 면,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이라는 표현이 가장 고맙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적 있는 표현인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에는 '관심을 갖고 마음을 담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지요. '사랑한다면'이라는 말 자체도 조건문이 되는데- 그 뒤에 붙는 말은 뭐가 되든 욕심이 되더군요. 그런 욕심을 담지 않고 편안하게 말해줍니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바라보세요, 사랑하게 될 거에요.' 그건, 다른 곳에서도 통하는 진실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