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이글루스 블로그에 썼던 글입니다.

홍콩이라는 곳이 세계 지도 위의 지표로만 존재하던 꼬꼬마 시절, '홍콩'이라는 단어 자체는 어딘가 공간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그냥 일반명사 같은 고유명사였다. 그 이름이 내 발로 서고 디디는 '장소'가 된 건 99년 12월. 그 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도 막연하기만 한 세계사 지식의 한 줄이었을 뿐이기도 하다.

아무리 들어봐도 '홍콩할매' '홍콩영화' 정도로밖에 확장되지 않는, 말 그대로의 '문자.' 요즘의 아이들에게 '한 번도 방문해보지 못한 도시'의 인상은 어떻게 남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 어리던 시절의 홍콩 할매 공포물이 지나간 다음 홍콩이라는 단어의 기억은 주윤발과 장국영, 유덕화로 요약된다. 영웅본색영웅본색!천장지구천장지구!!




처음으로 홍콩에 발을 들인 이후, 여행이다 출장이다 해서 홍콩이란 도시를 해마다 한 번 씩은 가게 되는 행운이 10여 년 째 이어졌었다. 그리고 크지 않은 도시국가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오곤 했다. 그렇게 익숙해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홍콩은 여전히,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의 동네이다. 어떻게 그들과 따로 떼어놓을 수 있겠는가.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밥을 먹다가 뜬금없는 지점에서 이유도 없이 목이 메이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는 한참을 서성인다든가- 그 도시 안에는 영화의, 기억의 흔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의 흔적을 꼼꼼하게 이끝에서 저끝까지 찾아다닌 사람은 홍콩이 아닌 서울에 있다. 그러니까,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말이지, 이런 건 어때?

도시를 설명하는 보통의 여행책들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사람들 우루루 다 가는 빅토리아 피크나 홍콩의 명물인 야경, 패키지 투어에선 선택 관광 코스에 들어가는 오션파크(요즘은 오션파크보다 홍콩 디즈니랜드를 간다더라만)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적거나 보이지 않는다(물론 홍콩 갈 때마다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그거 나다!). 그렇지만 홍콩이라는 곳을 지도 위의 문자가 아닌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유 여행으로 내려서는 길거리에서 헤매보거나 트램을 타고 버스를 기다리고 페리로 바다를 건너며 카오룽과 홍콩섬의 여기저기에 쿡쿡 발자국을 찍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해져 있다 생각했던 도시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되는 숨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 속의 장소에는 영화의 한 장면이 닿아 있다. 이 골목에서 이 교회에선 이런 일이 있었더랬지… 정말로 있었던 사건인 것처럼 구전 동화의 한 토막이 풀려나간다. 책의 두툼한 띠지는 각 지역 별 지도로 변한다. 아, 그 때 지나갔던 이 골목이-? 어, 여기는 내가 항상 머무르는 숙소 부근의 거기였네! 그 영화는 몰랐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구나, 라는 반성과도 엮이느니.

애정과 근성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특별한 결과물인 책을 읽어 가며 엉뚱하게도 한참 부족하지만 내가 그 도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 골목 그 거리 그 시장 때로는 덥고 때로는 힘들었지만 같은 곳을 가더라도 항상 새로운 기분이 되는 도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홍콩을 다시 밟는다. 상상 속의 산책만으로도 두근대다 보면 지금 내가 이 책을 들고 있는 곳이 출근 시간대의 만원 지하철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게 된다. 그 순간의 기분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책 속의 세상으로 먼저 여행 다녀온 입장에서 책을 펼치기 전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을 남긴다면, 영화 속의 장소이니만큼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flashback 이라는 점. '오래된 영화 속의 이제는 없는 공간'에 대한 추적도 있고 '여자아이들끼리는 도저히 가지 못할 것만 같은 곳'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영화에 나오지 않는 공간'에 대해서는 이야기는 빠질 수 밖에 없다. 1쇄에서는 오타도 두두두두- 한 편이라 저자 블로그에서 오타에 대한 정정도 진행 중이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앞으로 언젠가는 영화에 나올' '홍콩의 다른 좋은 곳'은 미래의 이야기, '홍콩에 세 번째 가게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속편이 나오면서 보완될 거라고 마음대로 기대해도 될까.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긴 했지만(정가 14,000 원) 홍콩에 대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고 읽기 편안한 크기의 책에 가득가득 담겨 있어서 그 비용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홍콩에 두 번째 이상 가시게 되는 분들께, 장국영과 주윤발, 조금 더 요즘으로 내려와서는 주성치와 양조위를 영상으로 만난 적 있는 분들에게 추천. 아참, 글 쓰신 분 블로그에서는 책에 실려 있던 작은 크기의 사진을 원본으로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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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홍콩에 대한 기억에 영화의 색깔을 더해넣자. 영화와 여행과 도시를 한 번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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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정] 알라딘 VIP 영화 50% 할인 이용권
무비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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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 시대의 대책없는 아날로그 서비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40자 평은 저렇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그래도 하루 뒤라고 일요일 표를 예매하려고 했다가 바보된 건 애교라 치고. 구매할 당시에는 대행예매라는 개념이 친숙하지 않았기에 좌석 지정이 가능한 극장에서조차 좌석 지정이 안 된다는 것 부터 전혀 다른 이름으로 예매 정보가 날아오는 것까지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주말에 실수로 해당 메시지를 지워버리기라도 하면 표 못 찾는 게 되겠더군요.  

무엇보다도, 무비 바로에 돈을 입금한 다음 다른 이름으로 예매가 되고 그 정보만 갖고 극장에 내밀기에는 '뭔가 불안하고 믿기 어렵다'는 점 자체가 이 서비스의 문제라고 봅니다. 싸면 뭐합니까. 마음이 불편한데. 이틀 전에 예매해도 사이드석이 나오는데. CGV 메가박스 VIP 포인트 열심히 쓰는 게 더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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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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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이뇬 웹툰 도자기가 고맙게도 책이 되었습니다. 웹으로 보는 만화를 책으로 보는 건 또 다른 느낌. 솔직한 감상평을 말하라면- 아쉽게도 웹에서 보던 시절의 느낌이 좀 더 좋습니다. 전 편 중 가장 마음을 끄는 화로 꼽고 있는 53화의 경우 '세로 내리기로 봐야만' 그 느낌이 정말로 확실하게 커져 갑니다. 사과를 들고 있던 할머니의 시선이 힐끔 옮겨가는 순간이 책에서는 페이지 분리가 되다 보니 이 부분 편집은 조금만 더 신경 써줬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분명히 생기던데요. 그럼에도, 책으로 나와 준 게 참 고맙습니다. 세부적인 차이점이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정리해 두긴 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반가움과 고마움'은 그대로거든요. 편파적인가요.


도판 미확보나 초상권 보호 등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긴 한데, 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빠진 화도 있습니다. 실제로 웹에서 연재될 때 봤던 사람이 이미 많은데다 책 판매량이 웹 구독분을 뛰어 넘지는 못함에도 '사이버 스페이스'에 존재하는 것과 '실물 도서'가 되는 것에는 분명한 감정 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좀 더 진지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실제로 블로그에 쓰는 글을 지면으로 옮겼을 때는 매체의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느낌이 확 달라지게 되니까요. 이전 이글루스 인기 블로거 몇몇의 글을 책으로 모아 냈을 때 엄청나게 실망했던 것도 매체의 차이 때문 아닐까- 싶은데. 블로그에서 좋아 보이던 글도 활자로 옮겨지니까 경박해 보이고 이미지를 사용한 경우는 이미지에 눌려 글이 살아나지 않고- 그런 식.


도자기의 경우, 웹 연재분은 총 74화 입니다. 이 중 연작이 세 편이고 편집 과정에서 4컷 만화 두 편이 합쳐졌습니다.(사천 답사:42~43화, 선 그어도 돼?:45~48화, 할머니 이야기:62화~64화, 4컷 연작 2개:31화, 51화) 3~5화 짜리가 한 편으로 합쳐지고 빠진 화로 인해 책에는 전체 60화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빠진 화는 '고고미술사학과 : 60화'를 비롯하여 9화, 14화, 16화, 18화, 37화, 68화입니다. 이미 책으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헤더 이미지'는 모두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네, 양쪽 같이 갖다 놓고 세었습니다. 편집하다 순서가 바뀐 화도 있지만 이건 크게 지장없는 수준이고 일부만 컬러, 그리고 나머지는 2도 인쇄 적용으로 인해 흑백 처리된 화들도 있지만 이것까지 세지는 않기로 했어요.


책이라서 더 좋은 효과가 나는 화는 웹 기준 33화, 두 페이지를 검정색으로 모두 덮어서 어두운 절망감을 더 키워줄 수 있어서. 70화, 하늘 위에서부터 변해가는 색을 책의 페이지를 활용해 한 페이지에 한 색 씩 붓는 변화를 줄 수 있어서.


그리고, 웹 기준 34화의 도자기는 책에서는 '소재 미상'으로 나왔습니다. 사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게 아니었던가봐요. 책에서는 그림만으로 표시해놨네요.(뭔가 심하게 서운하다)


그럼에도, 책에 들어간 정성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부분은 모두 새로 그렸고(웹 연재분은 오에가키 용인 b-tool로 작업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로 인한 해상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웹 기준 37화까지.) 모든 도판을 소장자 측에 요청해서 공식적으로 받았습니다. 책을 구매하면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대상으로 추첨해서 작가가 직접 그림을 넣은 다기를 주는 행사도 하고 있지요. '온라인에서 호평을 받은 만화를 오프 라인으로 끌어 오는 게'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 정성을 담아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처럼' 만들어냈네요.


책의 뒷 면, '바라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이라는 표현이 가장 고맙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적 있는 표현인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에는 '관심을 갖고 마음을 담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지요. '사랑한다면'이라는 말 자체도 조건문이 되는데- 그 뒤에 붙는 말은 뭐가 되든 욕심이 되더군요. 그런 욕심을 담지 않고 편안하게 말해줍니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바라보세요, 사랑하게 될 거에요.' 그건, 다른 곳에서도 통하는 진실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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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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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보세요. 반드시 사랑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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