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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 모두의 파스타
도모리 시루코 지음, 기무라 이코 그림, 후지타 사유리 옮김 / 라곰스쿨 / 2025년 9월
평점 :
어릴적 내가 알고 있는 파스타는 토마토 스파게티가 전부였다. 아마 일본에서 만들어진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90년대 초중반의 어린 시절 지방 소도시에 살던 나는 피자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대형마트만 가도 파스타면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소스도 종류별로 많다. 사실 파스타뿐만 아니다. 라면, 과자, 음료수, 과일 등등 내 어린 시절보다 요즈음은 훨씬 선택의 폭이 넓다.
우리 삶은 얼핏 보긴 그렇다. 해외여행도 많이 가고, 취미생활을 즐길 폭도 많아졌고,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나 메뉴도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또 그렇지 않다. 나 어릴땐 동네 아이들 다 같이 놀이터에서 만나면 놀고 물도 나눠 마시고 팀을 나눠 놀이를 할땐 깍두기로라도 소외받는 아이가 없도록 했는데 요새 애들을 보면 인사도 잘 안하고 툭하면 손절한다고 하고, 놀이터에서 보면 좀 아는 사이라도 서먹하게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등장하는 미리의 말실수를 보고 난 딸아이를 떠올렸다. 우리 딸도 가끔 속마음과 다르게 좀 말을 강하게 할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4학년인 지금 사실 친한 친구를 반에서는 사귀지 못했다. 반에 여자아이들 무리가 있다는데 3월부터 이미 알던 사이였고 딸은 쉽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 아이들은 굳이 우리딸과는 친해질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나는 미리의 탐험을 보며 우리 딸아이도 같이 탐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아이들과 못어울리겠다고 무기력해하고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딸을 보며 나도 요즘 속마음이 참 아프다. 짝이 되어도 자기에겐 말도 안걸고 투명인간 취급이라며 내가 뭘 빌려주려 하거나 시험을 잘봐도 무시한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 참... 토마토 소스든, 롱파스타든 쇼트파스타든, 올리브오일, 해산물 등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맛있게 만드는 루마코니 페스카토레처럼 우리 아이 인생도 다양하고 여러가지 재미난 것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가끔은 좀 매운맛이 날 수도 있는 시간도 있겠지만 말이다.
책에서처럼 아이들의 세계는 사실 그렇게 단순하고 평화롭지는 않다. 이것또한 어른들이 강요하는, 너무 폭력적인 단어선택인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낸 결말이긴 하지만 동화책에서의 결말은 사실 이것이 맞겠지.
일단 난 이 책을 읽는 순간은 참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되었다. 딸아이도 읽어보라고 하고 같이 맛난 파스타를 하는 식당에 가야겠다.